5분간 단편적이지만 여러 방면의 지식을 전해주는 교육방송(ebs)의 ‘지식채널 E’, 열 장 남짓한 압축된 소식으로 기사를 전하는 ‘카드뉴스’,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것만으로 한 편을 볼 수 있는 ‘웹툰’, 이 세 가지는 짧은 시간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컨텐츠이다. ‘스낵컬처’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 이런 컨텐츠는 스마트폰의 상용화와 함께 우리 일상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되었다.
먼저 ‘스낵컬처(Snack Culture)’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간식을 의미하는 ‘스낵’과 문화를 뜻하는 ‘컬처’의 합성어로 점심시간이나 휴식 시간 등 짧은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문화 트렌드를 말한다. 최근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인터넷을 통해 생산·소비되는 최대 10분 길이의 웹소설, 웹드라마, 웹예능과 카드뉴스, 캐스트, 클립 영상 등 핵심만을 간추린 영상 콘텐츠가 등장했다. 또한, 대표적인 예로 ‘네이버 웹툰’의 경우 하루 평균 조회 수가 300만 건을 넘고, 콘텐츠 큐레이션 시스템인 ‘피키캐스트’는 2015년 1분기 월간 이용자 수는 773만 명에 달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07년 미국 IT매거진 ‘와이어드(WIRED)’에서 처음 소개된 ‘스낵 컬처’를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2015년을 전망하다’라는 보고서에서 올해를 이끌 10대 문화 콘텐츠라고 전망한 바 있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스낵컬처
스낵컬처의 대표적인 콘텐츠인 웹툰을 더 자세히 보자. 종이 만화책이 서서히 역사 속으로 잊혀질 때쯤 등장한 웹툰은 스마트폰 하나면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됐다. 최근 직장인들의 애환이 담긴 드라마 ‘미생’도 웹툰이 원작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모바일 화면에 한 컷씩 보이는 웹툰이 현대인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네이버 웹툰 ‘후유증’은 웹드라마로 재생산되어 새로운 문화 콘텐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기존 드라마가 최소 30분 단위로 구성되었다면, 웹드라마는 한 편당 10~15분으로 등굣길, 출근길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종이 만화책, TV 브라운관을 통해서만 누릴 수 있었던 만화, 드라마는 이제 내 손안의 작은 스마트폰으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또한, 콘텐츠의 중요성으로 인해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적절한 콘텐츠를 추천하고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만을 선택해서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가 등장했다. 대표적인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로는 ‘피키캐스트’, ‘빙글’, ‘핀터레스트’ 등이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넘쳐나는 정보와 컨텐츠들 가운데 소비자가 흥미를 가질 만한 내용들을 모아 핵심만을 짚어 주고 짧은 시간 동안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우주의 얕은 재미’라는 슬로건 아래 사회, 과학, 연예, 인간관계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전하는 ‘피키캐스트’는 깊이 있는 내용보다 가벼운 정보를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어 재미를 주고 있다. 한편,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의 경우 원래 제작되어 있는 저작물을 이용해 콘텐츠를 재구성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저작권에 대한 논란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음식계, 패션계의 스낵컬처
스낵컬처는 패스트푸드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햄버거, 피자, 치킨 등 간단한 조리과정을 거쳐 제공되는 패스트푸드는 바쁜 현대인의 주요한 식단 중 하나가 되었다. 간편하고 저렴하다는 장점에 건강까지 더한 음식계의 스낵컬처, 바로 컵밥과 밥버거도 유행이다. 간편한 식사가 가능하면서도, 한식의 영양을 담고 있어 든든한 한 끼 식사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테이크아웃 메뉴 중 판매율이 단연 1등이라는 밥버거는 2000~4000원까지 착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고 있어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대학생들의 점심식사로, 업무에 치여 바쁜 직장인의 한 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패션계에서는 유니클로, 포에버21, 자라, 에잇세컨즈 등 SPA 브랜드. 즉 패스트 패션이 유행이다. 패스트 패션이란 저렴한 가격대에 최신 유행을 반영한 상품을 빠르게 공급해 상품 회전율이 빠른 패션 브랜드를 말한다.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 제조, 유통, 판매까지 모두 직접 진행하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유행을 빨리 쫓아갈 수 있다는 장점으로 패션업체들 사이에서 널리 도입되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패션 트렌드에 쉽게 질려하는 현대인들의 니즈(NEEDS)를 반영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저렴하고 다양한 종류의 의류를 살 수 있는 SPA 브랜드는 1~2시간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금까지의 여가는 특별히 시간을 내어 특별한 것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여가 문화면에서 나타나고 있는 스낵컬처의 모습은 일상 속에서 쉽고 편하게 즐기는 것으로 자리 잡았다. 운동을 하기 위해 체육관을 가고, 운동장을 나가야 하는가? 이제는 그렇지 않다. 동네 산책로나 회사 앞 공원 등을 활용하여 10분, 20분 단기 마라톤을 하는 ‘트레일 러닝’이 현대인의 건강을 챙긴다. 가족, 친구들과 캠핑을 통해 특별한 추억을 쌓고 싶었으나 하룻밤을 묵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면 ‘데이 캠핑’을 떠나라. 굳이 잠을 자고 오지 않고도 주중(말)에 잠깐 캠핑문화를 즐길 수 있다.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한 직장인이나, 어린 자녀를 둔 가족 단위 캠핑족에게 각광받고 있는 캠핑계의 스낵컬처도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문화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스낵컬처가 ‘일회성 문화’처럼 여겨지는 부분도 있으나 이제 더 이상 일회성 문화가 아니다. 앞서 보았듯이 여가, 음식, 패션, 캠핑 등 다양한 방면에서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 ‘스낵컬처’가 단지 시대의 변화에 맞춰 나타난 현상일지도 모르나 바쁜 일상 속에 문화는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으며 곧 생활이 되었다. 앞으로도 과자를 먹듯 간편하게 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어떤 형태이든 트렌드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