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입학해 신문사에서 기자활동을 하며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이제 갓 수습기자 딱지를 뗀 기자들은 실력향상을 위해 겨울방학을 맞아 교수신문이 주최하는 전국대학언론기자학교에 참가했다. 숭실대학교에서 열린 기자학교는 약 40군데 학보사 기자들이 참가하여 1월 18일부터 시작해 2박 3일간 캠프형식으로 진행됐다.
2박 3일 동안 진행된 기자학교는 다양한 강연들과 조별모임으로 진행되었다. 하루에 9시간 정도 강연을 듣다 보면 자칫 지루하거나 흥미를 잃을 수 있지만 강연들이 기사론, 편집론, 기획론, 문화대담 등 기사 작성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부터 영화감독과의 대담, 현장인터뷰 실습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9시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손가락 안에 꼽히는 현직 언론인들에게 강연을 듣는다는 자체만으로도 기자들은 마냥 설레고 기뻤다.
하지만 이러한 강의보다 더 기자들에게 유익했던 시간은 바로 조별 모임시간이었다. 모든 강의가 끝나면 임의로 섞인 9명 정도의 타 대학 학생들과 같은 조가 되어, 조별 친교 및 토의를 하는 시간으로 다른 학교 기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볼 수 있는 시간이다. 처음 모임을 시작했을 때는 각자 가지고 온 대학 신문들을 돌려보고, 대학신문을 발간하는데 어려운 점, 학보사를 하며 힘든 점, 그에 따른 해결방안을 같이 고민하고 공유했다. 역시 같은 일에 종사하고 있어서인지 다들 비슷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신문기사를 쓰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할 때 나타나는 문제점인 저조한 참여율이 대화 주제로 떠올랐을 때였다. 강의시작 전 학생들에게 참여를 부탁하면 지겨운 강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학생들의 심리가 작용해 조사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등 모두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풀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많이 알아갈 수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프로그램 중에 조별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참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같은 지방대 신문이 거기서 거기겠지’ ‘서울에 있는 학보사라고 크게 다른 점이 있을까?’라는 어리석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매달 다른 대학 신문이 신문사에 와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조별 모임을 가지는 그 순간부터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다른 대학 신문을 본 순간 ‘우리대학 신문의 비판의식은 어디로 행적을 감췄을까? 어쩌면 우리대학 신문은 그저 대학 홍보물에 그치지 않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또한 우리 대학 기자들은 정해진 패턴에 따라 움직이기 급급했던 터라 취재 면에서도 다른 대학 신문에 비해 상당히 빈약해 보이기도 했다.
각자 대학 신문 소개가 끝난 뒤, 신문 발간에 대한 어려운 점을 나눌 때도 각자 대학이 해보았던 시도, 경험들을 이야기해 주는데 ‘우린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조금만 더 시간을 투자해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었더라면’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그들과 우리는 신문사에 대한 애정, 그로 인해 고민하는 깊이 자체가 다름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에 들어올 우리 신문사 후배들에게는 기자학교 와서 부끄럽지 않게 여기서 배운 것을 다 가르쳐 줘야지!’ 라는 다짐으로 불타오르기도 했다.
기자학교 둘째 날에는 줄곧 앉아서 듣기만 했던 첫날의 강연과는 달리 대학별 신문편집 첨삭지도와 실습을 해보는 시간이 주어졌다. 우리대학의 경우 한국경제신문 이철민 기자가 신문을 첨삭했다. 사진배치부터 글의 배치 제목을 선정하는 법 그리고 우리 신문의 고쳐야 할 점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심하게 지도해 주셨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는 당연시했던 것들이 그제야 문제점들로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기사 쓰는 데에만 열중했던 탓일까. 아니면 그저 학교 신문이 어떻게 나오던 상관이 없었던 걸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년의 시간동안 여러 차례 신문을 발간했지만, 신문 편집 면에서는 상당히 소홀했던 자신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첨삭을 할 때마다 그이는 빨간 줄이 마냥 부끄러운 것만은 아니었다. 이러한 배움을 계기로 우리대학 신문과 기자들이 전문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체크된 빨간 줄이 앞으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렇게 첨삭지도가 끝나고 우리는 직접 편집(레이아웃, 제목, 사진)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대학들과 달리 편집 경험이 일체 없었던 터라 자리 배치부터 용어 모든 것이 낯설었다. 우리끼리의 의견차이도 있고, 다른 대학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해 보여 보이기가 부끄럽기도 했지만 이때까지 이렇게 열정적으로 신문편집에 시간을 할애하고 매달려 본 적이 없었기에 한편으로는 우리가 해낸 것이 뿌듯하기도 했다.
그렇게 기자학교의 모든 일정을 끝내고 이번 기자학교에서 스스로의 기자생활에 대한 생각에 잠겨 숙소에 누워 있을 때 문득 다른 기자들은 무엇을 느꼈을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룸메이트에게 이번 기자학교에 온 소감을 물었다. “진짜 느낀 게 많았어.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 같아. 토론할 때 진짜 부끄러웠어.”라고 대답했을 때 ‘모두 다는 아니겠지만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기자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용기를 얻었다.
2박 3일 동안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기에 설레기도 했고 앞으로 채워야 할 수많은 부족함에 부끄럽기도 했다. 사진을 찍는 법, 편집하는 방법에 대한 강연을 들으면서 작년에 썼던 미숙했던 나의 기사들이 떠올랐고, 다른 학교 기자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기자라고 칭하기에는 아직 많이 미숙한 나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게임도 잘하는 사람이 더 재밌는 법이라고, 이번 기자학교를 다녀오고 나서 창작욕구가 샘솟았다.
앞으로 쓸 기사에 이번에 배운 것들을 접목시켜 양질의 기사를 써내겠다는 다짐을 하고 또 했다. 전문가들에게 다양한 기술과 이론을 배웠다는 것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학보사기자들과 함께 활동을 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이 행복했다. 혹여 다음에 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그 때는 지금보다는 더욱 전문적인 기자가 되어 조별모임에서 많은 것을 배워 가기보다는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기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상훈 기자 dlefull99@hanmail.net
김유민 기자 yumii2@hanmail.net
박현수 기자 gustn612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