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귀향>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무려 14년간 투자자와 배급사를 찾지 못해 제작조차 힘들었던 영화다. 하지만 국민들의 힘으로 크라우드 펀딩이 진행됐고, 개인 투자자들도 나타났다. 그렇게 총 제작비 25억이 모였다. 절반 이상이 국내외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이뤄졌다. 기적이 일어났다. 50개에 불과했던 상영관이 500개로 늘어났고, 개봉 첫날부터 연이어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이다. 감독은 “영화를 한 번 상영 할 때마다 그곳에 잠들어 있는 분들이 한 분씩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모두 다 꼭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본지 기자들은 다함께 영화 <귀향>을 관람했다. 그리고 많은 여운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었던 영화에 대한 기자들의 소감을 들어보자.

영화 <귀향> 포스터

<귀향> 박스오피스 1위 상상도 못 한 일이다. 흥행하게 된 이유는.
미성: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도 했고, 절반 이상이 국내외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이뤄진 영화라서 그랬던 것 같다.
정은: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벌어진 일인 줄 몰랐다. 되게 진짜 큰 고통을 받았다는 걸 느꼈고, 이걸 보고 사람들이 더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영화라서 그리고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라서 흥행했던 것 같다.
상훈: 이런 내용의 영화 중에서 이렇게 스크린을 많이 가지고 나온 영화는 처음 본다.
유민: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 문제도 지금 겹쳤다. 3개월 전쯤에 한창 이슈됐을 때 시기적으로도 겹쳐서 흥행이 잘 된 것 같다. 이슈되는 것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14년이라는 시간, 25억이라는 총제작비 등등 이만큼의 시간과 돈이 들었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유: 귀향은 영화 자체만으로도 탄탄한 연기력이 있고,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가 봐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비판을 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겠지만 이걸 보면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다 울분 터뜨리고, 슬픈 감정이 드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 영화적인 장면, 장면들만 봤을 때는 솔직히 총제작비 25억인데, 그만큼의 스케일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내부적으로 들여다봤을 때 영화는 그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여자로서 공감하기도 했고, 마냥 할머님들이 안타깝기도 했다.
상: 영화 제작진들은 모두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자 어떻게든 알리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끼리 만든 것이다.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만들어내서 그런지 연기력이 굉장했다.  
유: 조정래 감독이 인터뷰한 내용을 보니깐 이게 ‘귀’자가 ‘귀신’ 귀이다. 모두가 돌아올 귀라고 생각 했을 텐데…

인상 깊었던 장면은.
유: 물가에서 소녀들이 발 담구고 있었던 장면이 와 닿았다. 왜냐하면 너무 소녀 같아서 낙엽만 지나가도 깔깔깔 웃는. 그 상황에서 다들 너무 행복해 보였고, 좋아 보였다. 딱 자기 나이로 돌아가듯이 소녀 같았다. 얼굴과 몸에는 모두가 멍투성이지만 자기들만 모여 있었고, 그 나이에 맞게 장난도 치고, 너무 소녀다운 모습들을 느꼈다.
정: 총살 당한 모습이다. 그렇게 잔인하게 죽는 모습이 담겨서 너무 안타깝고, 너무 무섭고, 마냥 도망가고 싶기도 했을 거고, 그 장면을 보고, 진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상: 다나카가 상사한테 총을 맞을 때 가장 충격적이다. 명령을 어겨서 총을 맞을 때... 소녀들이 본인의 동생 같아서 못 쐈다. 그래서 그 부분이 진짜 많이 와 닿았던 것 같다.
미: 위안소 방을 위에서 찍은 장면이 충격적이었지. 제일 인상에 남고, 너무 적나라했다. 영화 장면 중, 위안소를 위에서 훑는 장면을 조정래 감독은 일명 ‘지옥도’라고 하더라. 위안소 안에 있는 성노예 시스템에 대해 가장 잘 드러낸 장면이고, 위안소 시스템이 일본 정부나 일본군 주도 하에 일어났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조감독은 이 장면이 영화에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적나라했고, 가슴 아팠다. 만약 할머님들이 영화를 보시며, 그 당시를 떠올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굳이 이렇게 가슴을 후벼파야 하는가, 라는 생각도 하게 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또 한 장면은 현재 장면으로 나온 1991년이다. 과거 장면과 현재 장면이 교차하는데, 현재 장면 시대가 1991년이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께서 용기 있게 세상에 위안부 증언을 하신 날이다. 최초로.

영화 <귀향>하면 떠오르는 것을 마인드맵으로 표현

영화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왜일까.
정: 지인들 중 보고 싶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꽤 있다. 왜냐고 물으니깐 너무 슬플까봐 안보고 싶다고 했다.
미: 영화를 보면서 울기 싫어서 안 본다는 사람도 있다.
유: 안 본 사람들은 단순히 안타까운 역사, 슬픈 이야기라고만 생각하니깐 안 보고 싶어하는 거 같다. 하지만 보고 나면 그 생각이 사라질 것 같은데 그 점이 안타깝다.
미: 두려워서 안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슬픈 거 싫어서 안보는 사람도 있고, 또 관심이 없어서 아예 안 보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정: 근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지나가버린 역사잖아요. 어떻게 보면 옛, 과거니깐 이걸 신경써야 하는가?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영화를 통해 ‘일본이 나쁘다’는 걸 말하려는 걸까.
미: 조감독은 “이 영화가 ‘문화적 증거’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일본을 나쁘게만 그리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되면 문제의 본질이 흐려지죠.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전쟁에 대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어요.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자연스럽게 소녀들의 삶을 겪고, 느끼길 바랐습니다.”라고 말했다. 감독은 영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해 일반인들에게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자 노력했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젖어들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진짜 일본군이 악랄한 행동을 해왔기에 나쁘다는 생각만 들었다.
유: 현재 일본의 태도는 너무 웃기지 않은가. 사과를 했는데, 왜 소녀상을 치우라고 떳떳하게 말하는 것인지. 우리나라에 있는 소녀상인데, 왜 신경을 쓰고 치우라고 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