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동아’ ‘민음사’ ‘북폴리오’ 모두 어디서 한번쯤은 들어본 명칭들로 바로 출판사 이름들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출판사가 우리 주위에는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독립출판사’라는 단어를 들어 본 적 있는가? 독립출판사란 단어 그대로 개인이 직접 원고작성부터 디자인, 인쇄, 배급 유통, 마케팅, 판매를 해 출판사를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본지에서는 독립출판사 ‘내리리 십오번지’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대학 출신 이경민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독립출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독립출판사의 운영 방향과 운영하면서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졸업생 이경민씨를 만나다

Q1. 독립출판사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일단 사회에 출판사는 많다. 근데 사실 전부 다 시스템적으로 갇혀 있다. 지금은 등단해야만 작가라고 봐주는 시선이 있다. 구조적으로 장르문학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 저 사람은 등단을 못한 사람이라고 깔보는 시선이 있다. 이름 있는 소설가 예를 들자면 김진명 씨가 있는데, 이분의 경우에는 일종의 대중문학작가인데 실제 등단하진 않았다. 근데 대중의 호응이 꽤 있으니까 끊임없이 자기 이야기를 하고 열심히 글을 쓴다.
꾸준히 자기색깔의 글을 쓴다는 건 상당히 중요한 거다. 그런 사람이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팔리긴 해도 울타리 밖의 사람으로 취급해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안에서 대접받지 못한 사람은 끝까지 대접을 못 받는다. 이건 잘못된 거다. 정말 다양한 글이 나오지 못한단 말이다. 이런 시스템에 대해서 반기를 들고 활동을 하는 사람이 내가 보기에는 아직 없다. 그래서 그런 메시지를 내고 싶었다. 근데 혼자서는 엄두도 안 났고, 후배 한 명과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의미 있는 일도 하고, 메시지도 전하자는 생각으로 출발했다.

Q2. 지금까지 책을 얼마나 팔았나?
지금까지는 얼마가 팔릴지 모르기도 하고 돈이 없어서 삼백 부만 하고 완판을 했다. 그래서 조금 더 늘려보자는 생각에 오백 부에서 천부 사이를 견주고 있다. 솔직히 우리 같은 책은 서점에 계속 묵혀 있으면 안 되는 책이다. 나오자마자 팔려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리하게 내 본업이 있는데 뛰어다니면서 “이 책을 받아주세요” 하고 입고시킬 필요도 없다. 그렇게 하면 또 기존 시스템대로 가는 거다.

Q3. 수익금 중에 전액을 세이브더 칠드런에 기부하는 건가?
염소는 한 마리 사만 원인데, 지난해 같은 경우에는 투자비 빼고 수익에 대해서만 300권 팔아서 250만 원 들어왔는데 염소로 바꾸면 한 65마리 된다. 그거를 우리 이름으로 기부를 하게 됐다. 사람들도 다 보시고 그분들과 함께 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의도였다.

Q4. 출판일은 거의 혼자서 하는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할 것 같다.
본업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하는 일이 온라인 쇼핑몰이고 거의 1인 기업 수준으로 일하는데, 최근에 시그널이란 드라마에서 형사들 후레쉬랑 김병만이 물속에 들어갈 때 쓰는 후레쉬 협찬을 우리가 했다. 어쨌든 처음에 물건을 주문하고 현지 공장을 섭외하고, 사진 찍고, 광고문구도 직접 짜고 심지어 AS 이런 것도 다 혼자서 한다. 그래서 회사 일만 해도 하루가 모자라다. 근데 그렇게 고생스럽게 몇 년 일하니까 이 정도는 너무 쉬운 거다. 애초에 비슷하기도 하고.

Q5.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새롭게 느낀 점은 무엇인가?
출판업계는 망했다고 생각한다. 책을 출판하는데 유통업자가 끼는 순간 망하게 된다. 왜냐면 우리나라는 책을 팔아도 작가에게는 수익이 돌아갈 수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약 10,000원짜리 책을 판다고 생각했을 때 공급가 65%인 6,500원을 제외하고 지가나 표지제작비 등 3,000원은 물리적으로 빠진다. 그러면 사무실 유지비, 직원 급여 등을 빼면 실제로 작가에게 돌아가는 돈이 500원이면 아주 많은 거다. 해외 번역문 같은 경우는 더 심한데 그 비용을 결국 소비자에게 감당하도록 한다.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입은 없고 소비자의 부담만 커지게 되는 이러한 시스템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Q6. 출판사를 차리고 운영하기 전보다 지금 인생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있는가?
이거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원래 나는 아동후원을 했던 사람이다. 근데 내가 여기서 염소 몇 마리를 보낸다고 해서 내가 더 대단한 사람이 되거나 더 대단한 행복을 누리거나 그건 거짓말이다. 그래도 안 되는 거고. 내가 돈 만 원씩 주다가 이만 원 줬다고 어깨에 힘 들어가고 그건 아니라는 거다. 글 쓰는 거? 원래 좋아했다. 원래 좋아했기 때문에 그냥 그걸로 만족하는 거다. 달라지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대로 가고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Q7. 그래도 본 직업이 있고, 출판사를 운영하면 많이 힘든데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안 해봤는지?
아주 많다. 그럴 때마다 후배 둘을 붙잡고 술을 마신다. 그렇게 버틴다. 지금도 압박감이 상당하다. 지금 거짓말을 해 놨다. 3년 안에 대단해질 거라고. 근데 벌써 2년째다 하하하. 물론 많이 발전했다. 원고도 들어오기 시작했고, 물론 계획했던 부분이긴 하지만 설마 진짜 지금 시점에서 들어올까 싶었다. 내가 먼저 말을 안 해도 이 사람들이 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원고가 온 건 정말 큰 기쁨이다. 이 일을 지지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이 힘이 된다.
Q8. 독립 출판사 ‘내리리 십오번지’ 공식 블로그를 보면 많은 글이 올라와 있는데, 목적이 있는 글들인가 아니면 본인이 원하는 글을 자유롭게 쓴 것인가?
블로그를 보면 그 많은 글들이 몇몇 가지 성격으로 나누어져 있다. 최초에 독립출판사를 운영하게 된 계기에 대한 글을 연재형식으로 쓰고 있기도 하고, ‘소설가가 되려면’이라는 카테고리에도 글을 올리고 있다. 또 어떤 글들은 말 그대로 독립출판사나 일인 출판사라는 것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출판사가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고 알리는 소개 글도 있다. 우리 출판사의 홍보를 위해 정기 간행물 15번지 1권에 실렸던 글 몇 편을 추려 디자인 작업을 해 연재하는 글들도 있다. 이런 식으로 각자의 색깔과 목적 그리고 의도가 있는 글들로 블로그가 채워져 있다.

Q9.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내가 앞에서 대한민국에서 공급가 65%를 잡고 작가가 500원을 가져가면 많이 가져가는 거라 말했는데 그 500원을 이렇게 생각해보자. 책이 만 단위로 팔린다면 500만 원이 됐다고 쳐보자. 작가가 연봉으로 책 한 권을 한 해에 한 번 낸다고 생각했을 때 만 권만 팔려선 될 게 아니다.
하지만 만약 내리리 십오번지가 한 해에 한 번 나와서 만 부가 팔린다면 세상을 많이 바꿀 수 있다. 만 권이 팔리게 되면 만 원이 만개가 모인다는 소린데, 그러면 그 금액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엄청 다양해진다. 좋은 일을 하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이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내리리 십오번지가 최소 만 권이라도 팔리게 되면 어느 시점에서는 굳이 다른 기관을 통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사회 비영리 단체를 건설해 지속적인 사업을 할 수 있다.
최근에도 한번 티브이에 나온 적이 있는데 한국 사람들이 난민국가에 우물을 파주고 자랑스럽게 사진을 찍고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펌프질하면 물이 나오지 않는 우물이 많다고 한다. 결국 관리가 안 되는 거다. 이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이걸 보고 세이브더 칠드런도 어느 시점에 가면 내가 신뢰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데, 그러면 뭐든 직접 하는 것이 제일 좋다. 수익금만 어느 정도 나온다면 단체를 직접 운영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해진다. 지금은 기관을 통해 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자선단체가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참 좋을 것 같지 않은가?

Q10.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
내가 이런 말을 해도 여러분들 귀에는 안 들릴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말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솔직하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여러분은 성적에서 F를 받아야 한다. 왜 이런 말을 하냐면, 여러분들은 지금 실수하면 안 된다고 세뇌를 당해 있다. 이렇게 해서 사회에 나가면 정치인들이나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한테나 좋은 거다.
여러분 스스로 실패를 경험하고 실패 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이건 실패를 해봐야 아는 건데 아무도 실패를 안 하려고 한다. 내가 사람들에게 “스티브 잡스와 나의 차이가 뭐게?” 라고 질문을 하면 보통은 비웃는다. 이 질문에 비웃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한 번도 스티브 잡스랑 대입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사람이 스티브 잡스 같은 그런 사람일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안 해보려고 하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나는 대학 후배들이 모든 것을 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