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한류’라는 말을 싫어한다. 이 단어는 대개 정부 관계자나 메이저 언론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과하게 치장하는데 쓰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마치 전 세계를 문화로 지배하고 있는 것 마냥 과장광고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리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 해도 선진국에 비해 내세울 게 많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잘 나가는 한류를 어울리지도 않는 행사에 무조건 끼워 팔기 바쁜 모습도 종종 보인다.
잘 하는 게 별로 없는 꼬마가 자기가 잘났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유일하게 잘하는 것을 시도 때도 없이 자랑하는 느낌이랄까. 확실히, 불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한류’ 라는 말은 마치 신화처럼, 우리나라가 실제 이루고 있는 성과보다 너무 과장되서 표현되고 있다고. 하지만 문화전반에 관심이 많은 한 사람으로서, 최근 한국 콘텐츠산업의 세계적인 활약은 정말 우리나라가 미국, 영국, 일본과 같은 문화 초강대국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할 정도이다.
우선 드라마부터 이야기해 보자. ‘태양의 후예’는 동아시아 지역을 강타했다.
 ‘별에서 온 그대’이후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던 한국 드라마계에 다시금 힘을 실어 주었고, 심지어 ‘별그대’ 보다 더 큰 성공이다. 중국 시청자 층을 노린 사전 제작이라는 새로운 제작형식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데, 이 방식을 채택하여 이영애 주연의 ‘사임당’과 김우빈, 수지 주연의 ‘함부로 애틋하게’ 등은 중국진출을 겨냥하고 있다.
다음은 게임이다. 원래 국산 온라인게임의 개발력과 운영 노하우는 지난 10년간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좁은 시장과 자본력의 한계로 전 세계 동시오픈이 가능한 회사가 거의 없어 세계적인 히트작은 부족한 실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블레이드 앤 소울’이나 ‘검은사막’, ‘아키에이지’ 등의 게임은 북미, 중국, 유럽에서 오픈해 폭발적인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중이다. 명성에 비해 히트작이 부족했던 한국 게임업계가 어깨를 당당히 펼 수 있게 되었다.
만화산업 역시 커지고 있다. 웹툰을 중심으로 한 한국 만화산업은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음 웹툰은 2014년 북미와 이미 계약을 완료했고, 네이버 웹툰은 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1월엔 세계 최대 만화축제가 열린 ‘프랑스 알굴렘’에서 인기 웹툰 18개를 전시하고 시연하는 등 한국 웹툰 기획전을 열어, 유럽진출에 힘썼다.
문화관광부는 웹툰을 드라마와 K-Pop에 이은 차세대 한류주자로서 인식하고 적극적인 지원 중이다. 이 외에도 한국 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5콘텐츠산업 통계조사’만 보더라도 한국 콘텐츠산업은 2012년부터 14년까지 3년간 연 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4%정도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2년 ‘강남스타일’이 세계적 성공을 거뒀을 때가 생각난다.
그러나 성취에 너무 고무된 나머지 외국인들에게 행한 무분별한 자랑은 “두 유 노 강남 스타일?”이라는 흑역사도 생성해 버리고 말았다. 언젠가는 그 정도는 당연하다는 듯이, 뭘 이런 걸 가지고 호들갑이냐면서, 세계적으로 꽃을 피운 한국문화를 점잖게 즐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