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리와 기숙사 사이에 넓은 땅이 있다. 잡초가 무성하고 돌무더기만 가득했던 그곳이 작년 봄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짧은 산책로와 벤치가 생기고 나머지 땅은 전부 유채꽃 밭이 됐다. 전보다 훨씬 아름다워졌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유채꽃이 피는 4월 중순에서 5월 초까지를 제외하면 확실히 경관이 떨어진다는 것. 그리고 막상 산책을 하거나 의자에 앉아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주변 마을인 내리리에 거주하는 이웃들은 이곳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필자는 꽃밭 주변 상가와 기숙사 등을 돌며 그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우리대학 후문 내리리 GS25편의점에서 근무한지 2년 반 됐다는 A씨는 “공원처럼 제대로 꾸며서 활성화 시키면 좋을텐데 아쉽다. 꽃만 저렇게 심어놓으니까 아깝다. 미관상 꽃이 필 때 한 번 좋을 뿐이지 다른 시기에는 별로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용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사실상 내리리와 기숙사를 이어주는 길 역할만 하는 것 같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기숙사생인 강민수(사회복지·14) 학우는 기숙사생들이 꽃밭을 자주 이용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아니라고 답했다. “학생들이 산책을 다녀도 기숙사 바이올린호수 주변을 다니지 그 공원으로 산책하는 건 많이 못 봤다. 밤에는 아무리 빛이 있어도 그 주변은 어둡고, 특히 여학생들은 벌레도 튀어나올 수 있으니까 잘 다니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저번 봄에 꽃이 제일 많을 때는 길도 잘 닦아놔서 예뻤다.”며 외관에 대해선 호평했다.
다음으로 우리대학에서 29년간 환경미화원 일을 하고 은퇴했다는 김죽년씨를 만났다. 그녀는 꽃밭에 대해 호평일색이었다. “전에는 잡초가 우거져서 도랑에다 학생들이 쓰레기를 잔뜩 버렸는데 이렇게 공원을 만들어 놓으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진량유치원이나 주민들이 가끔 놀러온다고 말했다. “꽃이 폈을 때 주변에 차도 별로 안 다니고 안전하니까 유치원 애들이 가끔 놀러왔다. 작년에는 해바라기도 심어 놨었는데, 애들이 해바라기를 보고 너무 좋아하더라. 주민들이나 학생들도 사진을 찍으러오니까 학교가 살아난다.”며 꽃밭에 대해 매우 만족했다. 내리리에서 자취중인 신정현(영상애니메이션디자인·16) 학우는 “내리에 사는 애들도 잘 이용하지 않는 것 같다. 지난 여름에 길 따라 조명을 설치해서 예쁘게 해놨었지만, 이용하는 건 많이 보지는 못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꽃밭을 이용하지 않는 원인을 묻자 “경로가 좋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내리리에서 올 때는 돌아올 수밖에 없다. 비호생활관 사생들이 연인이나 친구들하고 편하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어있다. 안쪽에서 편의점으로 나가려고 해도 막혀있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들의 생각은 다 달랐지만 대체로 유채꽃이 폈을 때와 밤에 조명으로 꾸며놨을 때 외관이 예쁘다는 것을 마음에 들어 했다. 반면 그 외의 기간에는 볼 것이 많지 않다는 점과 길이 불편하다는 점을 단점으로 꼽았다.
그래서 필자는 자세한 꽃밭의 현황을 알기 위해 비호생활관 행정실의 권순도 담당자를 만났다. 먼저 땅을 계발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원래 돌만 잔뜩 있었는데 쓰레기를 계속 갖다 버리니까 보기에도 안 좋고 냄새도 나서 계발하게 됐다. 그런데 박힌 돌이 많이 나오니까 작물이 자라지 못한다. 그래서 좋은 흙을 부어야 하는데 돈이 어마어마하게 든다. 땅의 질이 안 좋은데 재정 뒷받침이 안 되니까 관리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발 계획을 묻자 “돈만 있으면 흙도 새롭게 깔고 더 예쁘게 관리하고 가꾸고 싶은데 현재는 한계가 있다. 지금은 죽은 풀들을 싹 밀어내고 다시 유채씨앗을 뿌리고 있다.”고 말했다. 꽃이 피지 않는 시기에 대한 계획을 묻는 물음에는 “대신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5월에 꽃이 피고 7, 8월에는 열매가 맺는다. 열매를 수확하게 되면 유채기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제 곧 씨앗을 뿌리니까 밟지 말라고 줄을 칠거다. 밭에 되도록 들어오지 말고, 밤에 몰래 쓰레기 버리지 않았으며 좋겠다.”라며 꽃밭 주변 이웃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