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음력 팔월 보름을 말한다.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며 수확을 감사하는 명절로, 신라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명절로 여겨진다. 우리대학 외국인 유학생들은 고향으로 가지 못한 채 학교에 남아 긴 추석연휴 기간 동안 과연 무엇을 하며 보냈는지 궁금해진 필자가 미국, 대만,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등등 각국의 유학생들을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편집자주>

우리는 추석에 많은 것들을 하며 보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향에 가서 친척들끼리 모여 햅쌀로 송편을 빚고, 햇과일과 여러 가지 명절 음식을 장만해 조상의 묘에 차례를 지내고 그 음식들을 먹으며 한 해의 여러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분명히 있다. 특히나 이번 추석은 추석연휴 기간이 주말과 겹치다 보니 길어져 고향에 가지 못한 사람들도 갔던 사람들도 모두 긴 추석연휴 기간에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간다던지 개인적인 여가 생활들을 많이 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는 이렇듯 평범하고 전형적인 추석연휴 기간에 계획을 세워 추석을 보내지만 정작 ‘우리대학의 외국인 유학생들은 우리가 이렇게 추석을 지내는 동안 이들은 어떤 것을 하고 지낼까?’, ‘다른 나라들도 우리나라의 추석과 같은 명절이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래서 우리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여러 나라의 외국인 학생들을 직접 만나보며, 우리대학 유학생들에게 추석에 대해 물어보았다.
길고 길었던 추석연휴 우리대학 외국인 유학생들은 대부분은 여행을 다녀왔다. 주로 국내여행으로 가깝게는 경주, 대구, 부산 등등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학생들이 간 여행지는 ‘부산’이었다. 외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여행지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부산은 볼거리, 놀거리가 다양하고 식도락여행으로도 즐길 수 있어서 많이들 찾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해운대, 광안리 그리고 부산의 3대 전통시장인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부평 깡통시장이 있어서가 아닐까?
예전의 기업들은 추석을 맞이하여 내국인을 위해 다양한 행사들과 많은 상품들을 준비했었지만 요즘 기업들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추석을 가족들과 보내지 못하고 명절을 그냥 휴가처럼 보낼 수밖에 없는 외국인들을 위해 기존에 해오던 송편 빚기 체험, 한복 입기 체험, 전통놀이 체험, 제사 음식 만들기 등등 여러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추석 명절 체험행사부터 여러 여행사의 국내여행 패키지 상품 출시 그리고 이번 해 에버랜드에서 실시한 추석 외국인 할인까지… 많은 곳에서 외국인들을 위해 다양한 행사를 했다. 이러한 행사는 우리대학 외국인 유학생들도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우리에게 추석이라는 명절이 있듯이 외국인 유학생들의 나라에도 추석과 비슷한 행사가 있을까?
정답은 “Yes” 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국의 경우는 ‘Thanksgiving day’ 라는 추수 감사절이 있다. 추수감사절은 11월의 네 번째 목요일이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다음날인 금요일도 직장을 쉬기 때문에 4일간의 연휴를 즐기게 된다. 이처럼 4일간의 연휴 기간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모여 칠면조를 먹는다고 한다.
대만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추석과 같은 날인 중추절이 있다. 대만의 중추절에는 대부분 가족들이나 친구들끼리 모여 여러 가지 곡물, 채소, 과일, 고기, 생선을 모두 들고 와서 먹고 싶은 음식을 꼬지에 꽂아서 구워 먹고, 월병을 주고받으며 ‘원딴’이라는 유자의 일종으로  자몽처럼 생긴 과일을 중추절에 즐겨먹는다고 한다. 폭죽도 터뜨리고 불교와 도교가 혼합된 대만 특유의 민족 토속신앙의 예술 공연을 길거리나 가게, 상점가들을 지나면서 한다.
카자흐스탄은 우리나라의 추석과 같은 명절은 없고 이맘때 하는 카자흐스탄 이슬람 최대의 명절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 라는 행사가 있다고 한다. 이 날에는 각자 집에서 잡은 양이나 낙타, 소 등으로 제사를 지낸 뒤에 이웃들과 나눠먹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추석은 오래전부터 한해 농사의 결과물로 여러 반찬과 과일을 집안의 안녕과 그 다음 해 농사의 풍작을 기원하며,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낸 데서 추석이 나왔다. 그렇다면 위의 다른 나라(미국, 대만)는 어떻게 이런 날들이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미국의 추수감사절의 역사는 162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는 자신들의 종교적 자유를 위하여 영국을 떠난 청교도들이 메사추세츠주에 도착한 해이다. 그러나 혹독한 겨울을 거치면서 그중 절반이 목숨을 잃게 되자, 청교도들은 주변에 있던 인디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인디언들은 그들에게 옥수수와 다른 작물들을 재배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다음 해 가을에 많은 수확을 거두고, 청교도들은 감사하는 의미에서 추수감사절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추수감사절 저녁에 먹는 음식들은 지금도 과거의 전통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추수감사절 저녁에는 구운 칠면조 요리, 크랜베리 소스, 감자, 호박파이 등을 먹는다. 저녁 식사를 하기 전에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함께 한자리에 모이게 된 것을 감사드리며 자신들이 받은 축복을 감사하는 기도를 올린다.
대만의 중추절의 유래는 세상을 비추는 9개의 태양을 활로 떨어뜨려 작열하는 대지로부터 사람들을 구한 호우이라는 신화 속 인물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활을 잘 쏘는 호우이는 사냥을 매우 즐겼는데 하루는 사냥을 하러 쿤룬산에 갔다가 우연히 서왕모(신화 속의 여신으로 곤륜산에 살며 불로장생의 선도를 키웠다고 전해짐)를 만나게 된다. 호우이는 서왕모로부터 먹으면 하늘로 승천해 신선이 될 수 있는 신비의 묘약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아내인 창어를 두고 혼자 하늘로 올라갈 수 없었던 호우이는 신비의 약을 창어에게 맡겨두었다. 이때 호우이의 부하 중 한 명인 펑멍이 이 사실을 알고 약을 훔칠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 하루는 호우이가 부하들을 모두 이끌고 사냥을 나가는 날이었다. 펑멍은 이 기회를 틈타 약을 훔치기 위해 창어의 방으로 들어갔다. 놀란 창어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당황하다가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펑멍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 그 자리에서 신비의 묘약을 꺼내 삼켜버렸다. 그러자 창어의 몸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남편을 홀로 두고 갈 수밖에 없었던 창어는 인간 세상에서 가장 가깝다는 달에 남아 남편을 그리며 살게 되었다. 그날 이후 호우이는 달에서 창어가 자신을 보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내가 좋아하던 뒷정원의 제사상을 차려 향초를 꽂고 아내를 그리워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전해지면서 사람들도 8월 15일 창어가 달에서 무사 평안하게 지내길 기도하는 제사를 치르기 시작했다. 이것이 유래가 되어 지금의 중추절 명절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 내용은 너무 신화적이고 좀 더 실질적인 유래는 옛날에 어느 마을에 살던 못생긴 여인이 달에게 매일같이 기도를 올려 결국에는 황후의 자리까지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을에 여자들이 매 8월 15일만 되면 달처럼 둥근 월병을 만들고 달에게 예뻐지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다는 내용의 이야기에서 중추절이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몰랐던 외국인 유학생들의 추석은 생각보다 특이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자세하게 쓰지는 못했지만 미국이나 대만, 카자흐스탄 외에도 여러 나라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우리나라 추석에 생각보다 관심이 많고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이들처럼 우리도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이들의 추석에 대해 알고 지낸다면 외국인 학생들과의 친분은 물론이고, 우리 또한 추석을 지낼 때 좀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