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주 남서쪽 8km 지점에서 지진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우리대학은 진원지와 아주 가깝기 때문에 당시 교내에 있었던 교직원들과 학생들은 심한 흔들림을 느꼈고, 놀란 마음을 추슬러야 했다. 우리대학은 지진이 주로 발생하는 영남권에 속해 있어 이번 사건으로 학생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관심 부족, 교육 부족 등 여러 원인으로 대처법을 잘 모르는 학생이 많고, 그 상태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위험을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지진 상식 부족한 학생들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로 알려져 있다. 최근 큰 지진이 발생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안전지대에 속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그런 인식 때문인지 학생들은 지진이 발생했을 시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본지가 이번 4일부터 7일까지 ‘학교 안에서 지진 발생 시, 대피 요령을 알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사에 참여한 전체 인원 349명 중 ‘알고 있음’이 137명, ‘모름’이 180명, ‘관심 없음’이 32명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이 지진 상식을 잘 모르거나 그것에 대해 관심이 없는 원인은 무엇일까? 평소 도서관에 나와 공부한다는 박지훈(영어교육 졸) 씨는 “모르는 게 당연한 거다.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런 지진이 몇 십 년에 한 번 발생한다. 아마 교수님도 모르고 총장님도 모르실 거다.”라고 말했다. 박형수(동물자원·16) 학우는 “평소 지진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관심이 없는 데다, 학교에서 특별히 교육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알고 있다’고 답한 학생들은 과연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김민희(사회복지·16) 학우는 “공원이나 넓은 곳으로 뛰어나가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짧게 대답했다. 박지훈 씨 역시 “물건이 떨어지는 것을 대비해 머리를 가린 채 넓은 곳으로 뛰어나가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슷한 답을 내놨다. 그러나 넓은 장소로 대피하는 것이 만사 해결되는 방안은 절대 아니다. 만약 주변에 넓은 장소가 없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대비책을 모른다면, 목숨을 잃을 확률이 더 커진다. 기상청 홈페이지의 지진 특보에 따른 국민행동요령을 보면 장소나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른 대처법들이 나와 있다. 이를 통해 현재 본인의 상황이라면 어떻게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대다수가 정확한 대피요령을 모르는 지금, 학생들 스스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겠지만 인명피해를 줄이는 데 있어서 학교의 발 빠른 대응 또한 중요하다.
학생들은 학교의 지진이후 대응에 대해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기숙사생인 조현주(실내건축디자인·16) 학우는 “이도저도 아닌 대응인 것 같다. 대피하라고는 하는데 어떻게 상황이 진행 되어 가고 있는지 알려주지도 않는다. 무작정 대피하라고만 하니까 많이 답답하고 무섭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면 박지훈 씨는 “우리나라는 이런 지진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평소에 지진에 대해서 철저히 대비하면 인력낭비고 예산낭비라고 생각한다.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학생이든 학교든 대응이 미숙했던 게 당연한 거다. 그걸 가지고 욕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견으로 김민희 학우는 “기숙사에서 지진 이후 급하게 재난대비교육을 열었다. 지금도 하고 있는데, 그런 걸 보면 나름 대응을 잘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형수 학우는 “학교의 대응에 대해 부정적이다. 기숙사생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 학생 상대로 교육을 한번 해줬으면 좋겠다.”며 바라는 점을 말했다.

교내 각 건물들의 재난 대비 현황
그렇다면 우리대학의 현재 재난 대비 상황은 어떠한지 알아보자. 이번 지진 당시 각 기숙사는 모든 학생들을 밖으로 대피시켰다. 여진의 위험성 때문에 3시간정도 지나서야 안으로 들여보냈다. 며칠 뒤에는 장애학생과 일반학생들이 지진 시 행동해야 할 대피요령을 프린트해서 각 단대 게시판마다 부착했다. 본지는 학교 각 건물의 내진 설계 여부와 향후 재난 교육에 대한 계획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뷰를 실시했다.

한 행정실 관계자는 “지진 자체를 우리가 막을 수는 없다. 지진이 나자마자 대책으로 지진대비 매뉴얼을 작성하여 본부 부서에서 각 단대별로 배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건물 별로 어떻게 대피해야 한다는 매뉴얼을 학과 마다 전달해서 각 강의실마다 붙이도록 했다.”고 말했다. 건물의 전체적인 관리를 맡고 있는 그린캠퍼스 관계자는 우리대학 건물의 내진 설계 상태에 대해 “학교가 전체의 건물이 모두 내진 설계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지은 건물들만 내진 설계가 되어 있고, 그 전에 지어진 건물들에는 설계가 되어있지 않다. 보통 한 진도 6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건축법 기준으로 다 설계가 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각 군마다 지진이 났을 때 지질 점검을 전체적으로 다 했다. 국민안전처에서 공문을 받은 것을 근거로 해서 각 단대에 대피법과 장소들을 학생들에게 고지하라고 지시를 해서 전 단대에 게시물을 부착한 상태다. 안전 관련해서는 10월 20일에 소방 재난 교육을 하려고 계획을 잡고 있다. 지진을 포함해서 소방 중심으로 안전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기숙사에서도 지진 이후의 대비에 대해 “4일부터 재난 안전 교육을 각 호관 별로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지진 발생 시에 해야 할 행동 요령을 알려 주는 등 재난에 대비하여 기초적인 안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지진을 느끼는 학생들을 위해 밤 12시 이후 캡스가 대기하며 만약의 상황에 대한 대피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각 단대들과 기숙사가 지진에 대한 각각의 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게시물을 부착하는 것 외에는 적극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교내의 건물에는 최근 지어진 건물만 내진 설계가 되어있고, 건물 전체의 내진 설계는 되어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 됐다.

이번 사건에서 느꼈듯이 우리 모두는 재난에 대한 위험을 늘 실감하고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학생들은 지진을 비롯한 각종 재난 시 대피 요령에 대해 잘 숙지하고 있어야 하며, 교내에서 지진 발생 시 대피 장소를 알고 있어야 한다. 건물 안에 있을 경우 진동 시 튼튼한 탁자 밑에 즉시 들어가 진동이 멈출 때까지 대기 후 진동이 멈추면 가스와 전기를 차단하고 출구를 확보한 후 머리를 보호한 채로 지정된 장소로 대피해야 한다. 실외에 있을 때에는 가방이나 손, 책 등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물건으로 최대한 머리를 보호하며 주변 건물의 유리창이나 가게의 간판 등 낙하물을 주의하며 사방이 트인 넓은 공터로 대피한다. 지진 발생 시 승강기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밖으로 대피할 때에는 반드시 계단을 사용해 이동해야 한다. 승강기에 탑승 중일 때는 모든 층의 버튼을 눌러 즉시 승강기에서 벗어나도록 한다.
학교 또한 학생들의 안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단지 게시물을 건물마다 붙이는 것이 아닌,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구체적인 대응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수업 시간 중 지진 발생 시에 취해야 할 행동 요령, 새벽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 기숙사생들이 취해야 할 매뉴얼 등 구체적으로 상황을 설명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처럼  학교 측에서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거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은 평소의 예방과 대비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학교를 비롯한 우리나라 사회는 안전에 대해 무감각한 편이다. 이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대책을 마련하는 태도를 버려야 할 때다. 평소 문제를 인지하고, 그에 따른 방안을 찾아 위험상황을 늘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