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초입새다. 영화 보기 좋을 때다. 우리 오오극장에서 영화 한 편 보는 것은 어떨까.

<워낭소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귀향>.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독립영화’라는 것이다. 독립영화란, 기존의 상업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창작자의 의도에 따라 제작된 영화로, 기존 상업 자본과 배급망에서 독립된 영화를 말한다. 저예산으로 제작되어 상업영화에 비해 상영 횟수가 적고, 상영 기간이 매우 짧은 편이기 때문에 전용 상영관이 아니고서야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현저하게 적다. 작년 2월 대구에도 독립영화을 상영하는 전용 상영관이 생겼다. 바로 ‘오오극장’이다. 필자는 곽병원과 만경관 사이(대구광역시 중구 국채보상로 537)에 위치한 지역 최초의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인 오오극장을 찾았다.

◆ ‘삼삼’ ‘오오’ 모여 소통하는 아늑한 공간
오오극장은 한국독립영화 상영 기회의 보장과 동시에 대구 지역 독립영화의 활성화를 위해 2015년 2월에 설립된 개관 1년 차 극장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극장과 함께 운영되고 있는 작은 카페인 ‘삼삼다방’의 카운터 겸 극장의 매표소와 하나뿐인 상영관이 한눈에 보인다. 한편에는 책장 가득 DVD와 영화 관련 자료들도 구비되어 있다. 55개의 좌석 개수를 따서 만들어진 오오극장의 이름을 따라 ‘삼삼오오 모인다’는 뜻에서 지어진 삼삼다방에서는 이름대로 영화를 관람하러 온 관객들이 아늑한 공간에서 음료를 마시며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필자는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을 관람하기로 했다. 예매 가격은 성인 기준 7,000원이며, 인터넷 예매와 현장 예매가 가능하나 표가 매진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므로 현장에서 예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발권되는 티켓이 기존의 영화관과 같은 영수증 형태의 티켓이 아닌, 종이 티켓이어서 보관하기 좋은 점이 장점 중 하나이다. 하루 평균 6회 정도의 상영 회차 중에는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뿐만 아니라 GV, 특별 상영전, 영화제,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아담한 상영관 내부에는 1부터 55까지의 숫자가 적힌 좌석과 스크린이 있다. 각각의 좌석 뒤에는 극장 설립 당시 후원을 도운 후원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10명 남짓한 관객들이 자리를 메운 뒤 상영이 시작된 영화는 잔잔하고 아름다웠다.
영화 관람 전, 극장의 프로그래머 김창완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김창완씨는 오오극장만의 매력을 ‘만만함’으로 꼽았다. “우리 극장은 만만한 극장인 것 같다. 우리 극장은 다른 극장에 비해 열린 극장이라 다른 곳에 하기 어렵겠다 싶은 제안도 많이 들어온다. 또한, 우리는 민간이지만 공공적인 성격을 많이 보이려고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다들 쉽게 접할 수 있는 극장이라는 것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그 이유를 덧붙였다. 또한, “우리는 생존하는 게 가장 큰 목표이다. 오오극장은 독립영화 상영관에다가 민간에서 하는 작은 지역 극장이기 때문이다.”는 말과 함께 “학생들이 학업 때문에 많이 바쁘겠지만 여유를 가져 우리 극장에 많이 와 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꼭 독립영화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영화들을 찾아보면 그만큼 취향이 생긴다. 그렇게 문화를 즐기면 인생이 즐거워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극장이 페미니즘 극장이기 때문에 여성분들 많이 와 주셨으면 좋겠고, 현재 주 고객층이 2·30대 여성분들인데, 남성분들도 많이 찾아와서 좋은 영화 많이 보고 갔으면 좋겠다. 그러면 참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필자가 만난 오오극장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애정이 묻어나는 편안한 공간이었다.
수도권에 비해 인디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은 대구 지역에서 오오극장은 사람들이 편하게 독립영화들을 관람할 수 있는 문화적 공간으로서 관객들의 소소한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앞으로도 ‘제대로 된 지원이 들어오고 기회가 된다면 좋은 영화, 특히 대구 지역에서 상영 제의가 들어오는 영화들을 감독과 함께 보는 기회를 많이 가지고 싶다‘는 오오극장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