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

박서진(풍덕고 2학년)

 

흙먼지 묻은 기왓골 사이로

녹아내린 포슬눈이 흐른다

대문 앞을 밝힌 조등 너머로

가로등 그림자가 나붓거린다

마당을 감싸던 소나무는

도래솔로 변해 있었다

힘없이 피어오르는 향 연기만이

문지방을 맴돈다

 

가지런히 쌓인 국화 너머로

환한 웃음이 놓여졌다

영정사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가에는 어느샌가

노을빛이 착색되어 있다

꾹 닫힌 입술 사이로

이따금씩 흐느낌이 비져나왔다

가지런히 모인 사람들의 양손 위로

잎맥 같은 핏줄이 불거졌다

 

마당 한 구석,

열린 문틈 사이로

아궁이가 입을 벌리고 있다

새까만 가마솥을 얹은 채

속을 시뻘겋게 달구며

소리 없는 울음을 토해낸다

드문드문 그을린 아궁이 안에서

미처 뱉어내지 못한 슬픔이 타오른다

벌린 입 사이로

이따금씩 타다 남은 재가 흩날린다

검은 재는

하얀 어둠 속으로 스며든다

하늘도 같이 우는 밤,

검은 상복 위로 내려앉은 눈송이가

사람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수상 소감>

 

사실 대구대에 공모를 넣어놓은 사실조차 잊고 있었는데, 입상했다는 문자를 받아서 정말 기뻤습니다. 최근에 들어 슬럼프에 빠진 것처럼 이래저래 하는 일이 잘 풀리기 보단 번번히 좌절되는 일이 잦아서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맞는 일인가 라는 생각마저 하고 있었을 찰나에 입상 통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번 입상을 계기로 제가 좀 더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자란 실력을 좋게 평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장려일지라도 앞으로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의 발판이라 생각하며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모든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대구대학교 언론출판문화원  shjh00@dae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