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혐오라는 말과 그에 관련된 사건들이 최근 사회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부터 온라인상으로는 ‘메갈리아’ 논란까지. 1~ 2년 사이 수많은 전문가와 일반인들 사이에 논쟁과 토론이 오갔고, 대학에서는 여성혐오와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논문이 늘어났다. 그러나 이와 연관된 문제가 안정적이고 갈등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귀결되고 있는가? 묻는다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여성혐오 뿐만이 아니라 성소수자 혐오, 장애인 혐오, 청소년 혐오, 노인 혐오 등 온갖 혐오들이 함께 튀어나왔다. 남성들은 역차별을 이야기하며 자신들을 욕하는 집단과 대립하는 양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20대 초·중반의 또래들은? 특히 우리대학 학생들은 여성혐오에 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 여성 혐오=여성+혐오?

학우들이 여성 혐오와 관련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11월 29일부터 12월 1일까지 웅지관에 설문조사 판을 설치하고, 학우들의 제보를 받았다. 우선 ‘여성혐오를 여성을 싫어하고 기피한다는 뜻으로만 알고 있었다.’라는 질문에 34명(아니오), 67명(네)으로 나타났다. 여성혐오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 하거나, ‘여자라면 이래야 해’라는 고정관념을 강요하는 것부터 성차별, 남성중심주의, 가부장제 그리고 여성 비하, 여성에 대한 폭력을 포함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타나며 그 뜻이 매우 광범위하다. 다음의 문항인 ‘여학생들이 모여 있는데 “꽃밭이다~”라고 칭찬 하는 건 여성 혐오적 표현이다.’에는 44명(그렇다), 93명(아니다)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여성을 ‘꽃’으로 비유하는 것은 여성을 수동적인 대상으로 취급한 것이다. 꽃으로 대변되는 향기롭고, 날씬하고, 예쁘고, 수줍은 이미지라는 생각이 근간에 깔려있는 것이다.

설문조사와 별개로 여성혐오가 여성이나 남성, 특정 성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학생은 “여성들이 여성혐오를 오히려 부추기는 경향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익명으로 생각을 밝힌 한 남학생은 여성혐오가 발생하는 것이 남성들만의 잘못이 아니라며 우리대학을 예로 들었다. “똑같이 학생회비 내지만 여학생들의 권리를 챙겨주는 여학생 위원회만 있고, 남학위는 없다. 단대별로 여학생 휴게실은 있지만 남학생 휴게실은 없다. 이러한 역차별도 여성혐오가 발생한 배경 중 하나다.”라며 “양비론으로 나가자는 건 아니지만 남성과 여성 모두가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경험한 성차별 제보 사례 또한 적지 않았다. 익명의 한 학우는 “교수님께서 취업 자기소개서 첨삭을 해주시며 예시로 든 표현이 여성 혐오적이었다. 지원 동기 문구를 예시로 ‘XX학과로 온 이유는 여자들에게 취업이 유리해서라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는 미스 O가 되겠습니다.’라고 하며 ‘여자들에게 취업이 유리해서’, ‘미스 O’라는 워딩을 사용했다. 취업을 위해서 여성이라는 것을 어필할 필요도 없으며, 왜 ‘미스’라는 표현을 써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만약 남성이었어도 ‘남성이 취업에 유리한 학과이다’라는 말과 ‘미스터’라는 표현을 썼을까?”라며 교수의 성차별적 발언을 지적하기도 했다. 앞선 제보에 나왔던 ‘미스’라는 단어에는 단순히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이라는 사전적 의미 외에도 사회적 맥락이 함께 실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미스’라는 호칭은 단순히 미혼 여성을 지칭하지 않으며, 아랫사람을 부릴 때 여성비하적으로 쓰이는 말로 이미 그 차별적 의미가 인정되어 사용하지 않기로 권장된 단어이다.

 

 

 

- 여성 혐오=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일체의 사상이나 문화, 태도!

이처럼 여성 혐오는 학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오래전부터 뿌리 깊게 박혀있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일상 곳곳에 너무나도 만연해서 사람들이 쉽게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 또한 많다. 여성 혐오의 어원은 원어 misogyny에서 왔다. 미소지니란, 부정적인 의미의 접두사인 mis와 여성을 뜻하는 gny의 합성어다. 오늘날의 미소지니라는 말은 여성을 현실에서 소외시킨 모든 태도와 방법, 의식을 포함한다.

최근 대학 사회를 비롯한 사회 내에서 문제를 인지한 사람들의 문제 제기와 공론화로 인해 사회 구성원들이 여러 가지 혐오와 관련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갈등과 논란 속에서도 성차별에 대항하여 여러 가지 형태로 각각의 목소리를 냄으로써, 우리 사회는 지금껏 의식과 무의식중에서 행해지고 있는 차별들을 인정하고, 그것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의 시작은 각자 개인마다 여성 혐오에 관한 문제들을 인지하는 것, 그에 따라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는 것이다.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의 저자 우에노 치즈코는 이렇게 말했다. “페미니즘이 부정하고 있는 것은 ‘남성성’이지 개개의 ‘남성 존재’가 아니다.… 여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듯, ‘나라는 존재를 긍정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여자들이 여성 혐오와 싸워왔듯이 남자들도 자신의 여성 혐오와 싸우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서로의 용기가 될 수 있다. 여성 혐오에 대한 인식을 시작으로 자기성찰과 공감, 연대와 지지로 여성을 비롯한 약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김상훈 기자/ 배민주 기자  dlefull99@hanmail.net/ baeminju@dae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