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학번 새내기 교수로 대구대에 온 지 벌써 한 달 반이 지났다. 어떤 학생들과 만날까 가슴 두근거리던 3월 2일 10학번학생들과의 첫 만남 이후 긴장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조금힘겹기도 한 새로운 날들을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어느덧 교정에는 목련과 벚꽃이 만개했다.

지난 한 달 반을 돌이켜 보니대구대에서의 모든 것이 새로움이었던 것 같다. 무지무지 크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교정도,건물마다 마련된 장애우들을배려한 슬로프도, 교내 어느 곳에서나 느낄 수 있는 친절함도,그리고 참외밭 길을 달려오는 출근길도 모두 참 신선하다. 하지만무엇보다 우리 학생들이 내게는 정말 큰 새로움이다. 특히 대구대에 첫발을 나와 함께 내디딘 10학번 새내기들에게는 왠지 모르는동지 의식이 느껴지기도 한다.

지난 한 달 반 동안 만났던 10학번 새내기들은 나의 새내기 시절의 모습과는 참 많이 다르다. 세상이 너무 많이 변했으니 달라지는것이 당연할 것이다. 학점이 너무 좋으면 인간성 나쁘다고 기업에서 싫어한다는 선배들의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내 대학 시절과무한경쟁의 세계에 던져진 지금의 대학생들의 생활이 결코 같을수도, 같아서도 안됨은 말할 필요가 없다. 권위주의 정권에 울분을토하던 내 대학시절과 졸업 후 너무도 많은 젊은이들이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오늘날 대학생들의 관심사는 절대 비슷할 수 없을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새내기 학생들에게 지금부터영어를 철저히 준비하라고 말한다. 1학년 때부터 진로를 잘 결정해서 대학 4년간을 진로를 위해 잘 준비하라고 독려한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가 원하는인재상은 많이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그것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창조적인 인간형이 아닐까 싶다. 문제해결 능력이뛰어난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겠지만무엇보다도 생각을 많이 할 기회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싶다. 여유로운 시간이 많이 없는 오늘날의 삶에서 특히나 영어 공부에 시달리고 학점압박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이 자기의 생각의 외연을 넓히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닐것이다.

얼마전 참여했던 신입생 MT는 나에게 조금은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대학시절 MT라는 것을 밤새 그 유치찬란한 토론과 고민이랍시고 토로했던 이야기들로 채우는 시간이라고 믿었던 내게 밤새벌어지는 (나는 밤을 새우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밤새 벌어졌을 것같은) 게임의 시간과 그에 따른 벌주로 마시는 술로 이루어지는MT의 밤은 내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경험이었다. 참으로 신선하기도 했고 또 재미있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거기에 덧붙여20대 초반의 유치찬란한 이야기들이 함께 곁들여졌으면 더 좋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유치함의 경험들이 내게 주었던 많은 것들을 오늘의 대학생들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술 한잔 놓고벌이는 토론의 시간이 쓸 데 없는 시간이 아님을 내 대구대 동기 10 학번 새내기들에게 알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