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가 서울대 학생들 6명을 제명 형사고발 조치했다. 학생들이 서울대 본관을 점거한데 따른 학교의 조치였다. 서울대는 2007년부터 국제캠퍼스 조성사업을 추진하다가 작년 시흥시에 국제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확정하고 시흥시와 업무 실시협약을 맺었다. 학생들은 국제캠퍼스 조성이 교육적 고려가 전혀 없는 수익사업이라고 반발하고 있고 학교는 4차 산업혁명과 통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맞서고 있다. 얼마 전 서강대가 내홍을 겪더니 대학마다 학문의 정체성을 점점 더 잃어가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서울대가 4차 산업혁명 대비 운운하지만 그것은 기존 서울 캠퍼스에서 교육과정으로 해결하면 될 일이다. 한국 사회 전체가 불로소득의 욕망에 휩싸여 있는 이때에 대학마저 수익사업, 임대사업 등으로 지대수익사업에까지 뛰어드는 것이 과연 교육적인 것인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대학이 기숙사를 확충하여 다른 지역에서 온 학생들의 월세 고충을 덜어주어도 시원찮을 형국이지만 대학이 나서서 주변의 땅값을 올리고 그 시세차익을 벌어들이는 사업을 4차 산업 혁명 핑계를 대 가며 진행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자못 의심스럽다.

 대학의 상업화가 진행되면서 대학은 교육보다 자본 확충에 혈안이 되고 있다. 학생들의 비싼 등록금도 모자라는지 기숙사비, 각종 자격증 취득 비용, 학내 커피 점, 외국어 학습 비용 등을 통해 별도 수입을 벌어들이는가 하면 아예 자본규모가 큰 임대수익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겉으로 보면 돈 많이 벌어서 학생들에게 이득이 되도록 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냐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장학금 확충 등 학생들은 복지혜택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되레 학교는 강사료를 아끼기 위해 전임교원들의 수업 시수를 늘리고 전임 비전임 가릴 것 없이 대형 강의를 통해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생들과 교수들의 접촉면이 거의 없어지고 강의실은 학원 강의실처럼 변해 버렸다. 한 학기에 몇 백만 원이나 하는 비싼 학원 강의료를 내고 학생들은 졸업 학점이나 채우면 그만이다. 수업이 끝나면 교수는 교수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제 갈길 가기 바쁘다. 학점 올려 취업구멍 뚫기도 바쁜 시대에 인간관계는 사치일 따름이다.

 한국을 여러 번 다녀간 앨빈 토플러는 무용지식Obsoledge Knowledge이란 신조어를 만든 적이 있는데 학문적으로도 오늘날 대학은 무용지식을 전파하는 난장이 되고 있다. 토플러 스스로도 한국의 대학들이 무용지식만 가르친다고 비판한 바 있지만, 취업을 빙자해 쏟아져 나오는 족보를 알 수 없는 지식 아닌 지식, 백화점 문화 센터와 유사한 교양 과목 쫓아다니느라 학생들 스스로가 정체성을 잃고 헤매고 있다. 오죽하면 ‘대2병’이란 말이 회자되겠는가. 대학이 한낱 기업의 하청공장이 되버린 시대, 대학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