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5월 3일부터 이틀 간 ‘복면능력자들’이라는 타이틀로 한 분야에 대해 깊게 공부하거나 열중하고 있는 학우를 찾는 글을 SNS에 게시했다. 게시한지 14분 만에 한 학우가 용기 있게 자신의 덕질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역사 덕후답게 역사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많은 지식을 갖고 있었다. 약간 긴장한 듯 보였지만 인터뷰는 내내 화기애애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도 역사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역사 덕후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초등학교 때부터 역덕(역사 덕후) 이었습니다. (웃음)

Q2. 언제부터 역사 덕후가 되었나?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였다.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어머니가 만화로 된 한국사와 세계사 책을 사주셨는데 읽다보니깐 너무 재미가 있었다. 그 때 또래 친구들은 아이돌을 좋아하거나 만화영화를 좋아했지만 나는 예전 사극을 찾아보거나 조선왕조실록을 읽었다.

Q3. 역사도 굉장히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가장 관심 있고 자신 있는 분야가 있다면?

주로 조선시대 역사를 좋아하긴 하지만 근·현대사는 자세하게 배운 적이 없다. 고등학교 때는 국사를 배웠는데 국사 선생님들이 근·현대사는 거의 가르쳐주지 않으셔서 혼자 논문을 찾아보았다. 근·현대사는 편향된 게 많아서 확실히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역사를 전공하는 학생들이든 사고방식 자체를 역사관이랑 정치관이랑 똑같이 가지게 될 수 있으니깐 조심해야 되는 거 같다.

Q4. 역사가 가진 매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뭔가 상투적이긴 한데(웃음) 과거를 알면 현재와 미래를 같이 알 수 있으니깐. 솔직히 어른들이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는가. “그 놈이 그 놈이다.” 옛날에도 그랬다. 정치권력을 잡은 사람은 다 나쁜 사람들이고 지금도 보면 그렇다. 역사책에 보면 이분법적으로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나누어져 있다. 근데 최고 권력자 중에서 그 권력을 백성을 위해 쓴 사람이 없다. 세계사든 한국사든. 그런 거 보면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회의감도 느낀다. 회의감을 느끼는데도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 했구나 세계를 볼 때도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그런 걸 극복하고 이 정도로 발전한 것을 보면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Q5. 역사 덕질을 하면서 가장 아끼는 책이나 물건이 있다면?

아끼는 물건은 없고 책은 있다. 조선왕조실록 책인데 그게 좀 무겁다. 1대부터 27대까지 나와 있어서 전공도서 두께 수준이다. 역사학과 전공 서적은 아닌데 실록이라서 아무리 압축을 해도 두께가 전공도서 두께 수준이다. 들고 다니면 굉장히 무겁지만 그 책을 가장 아낀다.

Q6. 역사를 남들보다 정말 좋아하는 거 같다. 그래서 자랑할 시간을 주겠다. 이 부분에 대해선 내가 남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자랑해주면 된다.

전공자가 아닌 이상은 그리고 전공자도 관심이 없는 이상은 왕들 용호는 알지 왕들 이름이나 왕자나 공주의 이름은 잘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게 재밌어서 외웠다. 다른 시대 같은 경우에는 왕 이름을 외우기가 워낙 복잡했는데 조선시대만큼은 왕들 이름이랑 왕들의 자식들 이름까지 거의 줄줄 꿰고 있다.

Q7. 역사 덕질을 하면서 본인 인생에 가장 인상 깊은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중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독서 골든벨을 했었다. 마지막 문제가 역사관련 문제가 나왔다. 다들 못 맞추고 떨어졌다. 근데 제가 맞췄다. 그래서 문화상품권이랑 교장선생님한테 상장도 받았다. 보통은 중·고등학교 때 국어, 영어, 수학을 잘해야 상을 받고 경시대회에서 상을 받는데 남들이 모르는 역사로 상을 받으니 뿌듯했다.

Q8. 주변사람들은 본인이 역사 덕후 라는 걸 알고 있는지?

가까운 친구들은 알고 가족들은 알고 있다. 학과나 타과 친구, 중앙 동아리 친구들은 잘 모른다.

Q9. 본인이 역사 덕후라고 말하면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어떤지?

신기해한다. 역사 전공자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많이 알고 있냐?”, “그 고리타분한 게 재밌어?” 라는 말을 듣는데 그런 말을 듣고 친구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역사를 좋아한다는 것을 밝히고 나서는 정치토론을 할 때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정치 얘기를 하고 있으면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정치에 관심이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 정책에 대해서 얘기도 나눠보고 역사적으로 비교해봤을 때 어떤 거 같은지 얘기도 나눠본다.

Q10.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그 말씀 꼭 드리고 싶다. “옛날에 일어난 일이잖아.” 이번 위안부 같은 경우에도 “어차피 할머니들 돌아가시면 끝 아니야?” 그런 생각 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분들이 아직 살아계시고 그 아픈 역사를 다 몸으로 겪으신 분들 아닌가. 그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말과 우리글을 사용할 수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역사다. 옛날에 백성 1, 돌쇠 1이 역사책에는 남지 않는다. 하지만 미래에는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도 역사에 남을 것이다. 미디어가 그만큼 발전을 했고 역사도 사회의 발전 속도만큼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들 하루하루를 열심히 즐겁게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