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부문 심사평

심사위원 양진오(국어국문학과 교수)

대구대학교가 주관하는 제47회 전국 고교생 문예작품 현상공모전에서 아쉽게도 최우수 작품이 선정되지 못했다. 올해 투고된 작품들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수준이 하락되어 보이는 점이 흠결이라면 흠결이다. 우수작, 장려작에 해당하는 작품이 없지는 않지만 올해 투고된 작품들은 대개 주제의식이 빈약한 모습을 보인다. 문장이 모여 소설이 되는 게 아니다. 생각이 모여 소설이 되는 거다.

올해 투고된 작품 중에는 문장의 결이 정확하고 바른 게 보인다. 그러나 이런 작품들도 작가의 생각이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작가의 생각 그러니까 주제를 형상화하는 게 소설 장르의 미덕이다. 주제가 없는 투고 작품들이 상당했다. 왜 소설을 쓰는가, 고교 문예 작가들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나마 우수작, 장려작에 해당하는 작품들은 소설이 요구하는 주제들이 보여 다행스럽다. 인간성과 관계의 비유적 매개로 개와 물고기를 활용한 「개를 사랑하는 법」과 「베타」를 투고자들은 상징으로서의 문학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이해가 원숙하게 깊은 이해이지는 않다. 입상에 만족하지 말고 앞으로 문학적 정진을 더 해주기를 부탁드린다. 문학은 직접적으로 말하는 양식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말하는 양식이며 그 간접적인 말하기의 근간이 상징이며 비유임을 언제나 기억해야 한다.

장려작 「치타가 되어라」는 문학적 훈련이 다소 부족해 보이는 투고작이다. 문장도 다소 거칠고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그 부분을 상쇄하는 게 투고자의 가속적인 상상력이다. 예고 재학생들의 문장이 안정되어 보이는 반면 상상력이 ‘정’해 보인다면 「치타가 되어라」는 ‘동’해 보인다. 이 점이 이 소설의 장점이다. 「룸메이트」는 위선의 왜곡된 인간 관계를 현재와 회고의 두 시점을 교차하며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소설의 기법적 측면에서는 훈련이 잘 된 투고자이지만, 소설의 주제를 만들어가는 측면에서는 다소 약점이 보인다. 그렇지만 앞으로 이 약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문학도로 보여 안심이 되기도 한다. 입상한 투고자들은 축하를, 그렇지 못한 투고자들에게는 위로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