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 본 사람을 그나마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 외모? 행동? 정답은 그 사람과의 대화다. 즉,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인지 알 수 있다. 조건이 있다면 짧은 시간이 아닌 적어도 일주일 정도의 길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만큼 진심으로 상대방과의 대화에 임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화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경청과 말하기는 어떤 자세와 생각을 가지고 전달하면 좋을까? 완벽한 해답은 아니지만 어떤 자세로 경청해야 할지, 어떤 생각으로 대화에 임해야 할지 도움을 주는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 사진 출처 - 다음 책

이미 기사 제목에 나와 있듯이 책의 제목은 ‘말의 품격’이다. ‘언어의 온도’의 이기주 작가가 쓴 책이다. 이기주 작가는 언어에 힘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왜 언어에 힘이 있다고 할까?’ 라고 궁금증을 품고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내 언어습관을 되돌아보고 정말 언어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물을 쏟으면 닦을 수 있지만 말은 그럴 수 없다.” 라는 표현이 크게 다가온다. 하지만 말을 뱉고도 후회할 때가 더 많다. 감정이 앞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고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도 못하면서 상처 주는 말을 한다. 그러나 이미 뱉은 말은 주울 수도 닦을 수도 없다. 이럴 때 언어가 가지는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깨닫게 된다.

언어만큼이나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침묵이다. 이 책의 챕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이 바로 ‘침묵’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침묵과 관련한 경험을 얘기하자면 고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감선생님은 복도를 지나다니면서 수업시간에 졸고 있거나 집중을 안 하고 있는 학생, 잡담을 하고 있는 학생을 발견하면 복도 창문을 확 열어 “야 수업 시간인데 안 일어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라고 소리를 지르셨다. 분명 앞에 선생님이 수업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학생들은 그런 교감 선생님의 태도에 불만을 가졌다. 또 다른 선생님은 교감 선생님과 달리 수업을 시작하기 전 조용하게 서 계셨다. 학생들은 잡담을 하다 선생님을 한 번 살펴보고는 서로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며 스스로 학습 분위기를 형성했다. 그러면 선생님은 “이제 수업 진행해도 괜찮죠?” 라고 하며 수업을 시작하셨다. 지금도 방영하고 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프로그램에서도 침묵과 관련하여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다. 한 아이가 울면서 떼를 쓰자 부모님은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때 육아전문선생님이 당황해 하지 말고 조용히 아이가 스스로 그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아이의 부모님은 조용히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자 울면서 떼를 쓰던 아이가 엄마 품에 안겨 미안한 듯 엄마의 손을 만지작거렸다.

이 두 가지의 상황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은 바로 침묵이 가지는 힘이다. 다수를 상대로 내 의견을 전달할 때, 누군가를 설득할 때, 상대방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도록 배려할 때 침묵은 백 마디의 말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쉼이 필요한 것은 말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에게 그럴싸한 말을 쉴 새 없이 쏟아내는 게 대수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말을 잘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때에 거두고 진심을 나눌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아닐까.”

몸에 휴식이 필요한 것처럼 말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침묵은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위로나 격려, 조언을 해줄 때 번지르르한 말을 하기 보다는 상대방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존중한다는 잠깐의 침묵이 훨씬 더 위로가 될 때가 있다. 그러나 이런 침묵을 역이용하여 상황에 맞지 않게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침묵은 오히려 더 큰 화를 일으킨다. 그럴 때 침묵은 적절하지 않다.

‘언품’은 그 사람을 가장 잘 나타내는 수단 중 하나다. 언어는 그 사람의 생각과 감정, 느낌, 등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인생을 느끼게 한다. 나의 언품과 상대방의 언품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개인과 사회가 된다면 진정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