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많은 후보들이 개헌에 대한 공약을 하고 나왔다. 하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가까이 되는 지금, 개헌에 대한 여·야의 신경전과 줄다리기만이 있을 뿐 국회에서 개헌은 뒷전이었다. 그러던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다. 이는 헌법 제128조 1항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 에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으로 발의된 개헌안으로써, 20일부터 3차에 걸쳐 나누어 발표했다. 그렇다면 연일 화제가 되는 대통령 개헌안은 어떤 것일까.

1차 – 노동기본권 및 국민주권 강화
▲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10항쟁, 민주이념 추가 명시
▲ 기본권 주체 강화, ‘국민’ → ‘사람’, ‘근로’ → ‘노동’ 의미 확대 및 변경
▲ 생명권, 안전권, 정보기본권 등, 기본권 신설
▲ 국민발안제·국민소환제 신설 및 검사 영장청구권 폐지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을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지는 것을 명확히 했다. 또한, 공무원의 노동3권이 원칙적으로 보장된다. 군인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공무원이 파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국민발안제는 국민이 직접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는 제도이다. 국민소환제는 부적격하다고 판단되는 국회의원을 국민 투표로 파면시키는 제도이다. 국민의 권한을 대폭 늘리고, 노동자의 권리가 강화됐다.

2차 – 지방분권 및 경제민주화 강화
▲ 지방자치·지방분권 강화
▲ 수도조항 신설, 공무원 전관예우방지, 문화의 자율성 보장
▲ 토지공개념 명시와 경제민주화 강화

우선 헌법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를 지향한다.’라는 조항이 추가됐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와 그 집행기관을 각각 ‘지방정부’, ‘지방행정부’로 명칭을 변경했다. 지방분권이 국가운영 방향이란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개헌안의 뜨거운 감자인 ‘토지공개념’은 공익성을 전제로 국가가 토지 소유권의 권능의 일부를 법률로 제한하는 법안이다. 다시 말해 공익성을 가진 토지는 사용·수익·처분권을 행사할 때 국가가 제한할 수 있다. 더 쉽게 예를 들면, 국가가 토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타인의 땅을 수용하여 공익성을 가진 댐을 건설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조항은 기존 헌법에도 적용되어 있지만, 개헌안에서 더 명확히 한다.

3차 – 선거제도와 권력구조 및 사법제도 강화
▲ 선거연령, 만 18세로 조정
▲ 대통령 4년 연임제, 국무총리·국회 권한 강화
▲ 사법·헌법재판제도 개선

대통령의 권한은 분산하고 국회의 권한이 강화된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변화를 주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보인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축소하고 국회의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강화했다. 가장 논란이 된 정부 형태는 대통령 4년 연임제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개헌안이 통과돼도 20대 대통령부터 시행되어 현 정부는 해당하지 않는다.

▪ 그동안 9차례에 걸쳐 이뤄진 역대 개헌은 어땠나?
- 대한민국 현대史와 궤를 같이한 개헌

해방 후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의 헌법이 제헌 되었다. 제헌 헌법이 제정된 뒤 4년이 흐른 1952년, 대통령 간선제가 직선제로 바뀌었으며 민의원과 참의원으로 이루어진 양원제 국회가 탄생하였다. 또 국회는 국무위원에 대해 불신임 결의를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것이 1차 개헌의 주요 내용이었다. 1954년, 초대 대통령에 대한 중임제한이 폐지되고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도입한 2차 개헌이 이루어졌고 4.19혁명을 걸치며 1960년 3차 개헌에서 내각책임제가 도입되었으며 장면 내각이 출범하였다. 또 이 개헌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 강화되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보장, 헌법재판소 신설이 주 내용이었다. 또 이듬해 11월 반민주행위자를 처벌할 특별법을 제정하고 이를 관장할 특별 재판소, 특별 검찰부 설치 근거 마련 등 자유당 정권 12년 적폐를 구체적으로 청산할 4차 개헌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1961년 5·16군사정변이 발생하였고 1962년, 5차 개헌 때 의원 내각제가 없어지고 단원제 국회와 대통령제가 채택되었으며 4·19혁명과 5·16 군사 정변 이념을 헌법의 정신적 기반으로 명시하였다. 또 국가안전보장회의 및 감사원 설치도 이때 이루어졌다. 1969년, 대통령의 재임을 3기로 연장하는 6차 개헌이 이루어졌고 3년 뒤인 1972년 유신헌법이라 불리는 7차 개헌이 이루어졌다.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을 간선하고 임기는 6년으로 정했으며 대통령 중임과 연임제한 규정을 철폐, 국회권한을 축소하는 반민주적 개헌이었다. 1979년 10·26사태와 12·12 사태 등 혼란을 겪은 대한민국은 1980년, 대통령 간선제 및 7년 단임제와 국가의 사회복지 의무 규정 신설 및 연좌제 금지 등을 담은 8차 개헌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 내내 이루어진 탄압으로 1987년 민주화의 열망을 막을 수 없던 신군부는 6·29 선언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약속했다. 그리하여 이루어진 것이 9차 개헌이다. 이 개헌은 4·19혁명 민주이념 계승 및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 도입, 국회 권한 강화 등을 담았으며 1987년부터 30년 넘게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현 헌법이다.

▪ 9차 헌법을 개헌하기 위한 여러 차례의 시도
- 참여정부, 박근혜 정부 공식적인 개헌 제안했으나 모두 불발
- 文대통령, 해외순방 도중 전자결재로 개헌안 발의 … 대통령으로서 38년만

1987년 개헌 이후 10차 개헌을 위한 수많은 시도가 이루어졌다. 가장 먼저 벌어진 논의는 1990년 3당 합당 당시 노태우, 김영삼, 김종필은 합당하면서 대통령제를 의원내각제로 개헌할 것을 합의한 비밀 각서를 작성한 것인데 흐지부지 된 일도 있었다. 1997년, 15대 대선 때 국민의 정부는 이른바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의 “DJP 연합”으로 집권하여 내각제 개헌을 시도하였으나 이 역시 흐지부지되었다. 그러다 2007년, 참여정부에서 이른바 ‘원포인트 개헌론’을 제안하였다. 당시 개정 핵심 사안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일치였는데 헌법 내용 중 다른 부분은 건드리지 말고 대통령의 임기 부분만 4년 중임제로 고치자고 하여 ‘원포인트’ 개헌이라 불렸다. 참여정부는 대선은 2007년 12월이고, 총선은 2008년 4월이기에 대통령-국회의원 모두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개헌 시기의 장점을 언급하며 대선과 총선 동시선거 진행 등 다양한 의견을 내었다. 그러나 집권당 열린우리당 내부 분열과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발언으로 참여정부의 개헌 시도는 묻히게 되었다. 10여 년이 흐른 2016년 10월 24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지속할 수 있는 발전을 위하여 공약 사항인 개헌 논의를 더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고 말하며 국회에서 개헌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그날 밤 국정농단 파문과 관련된 보도로 박 전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하였고 개헌 제안은 완전히 묻히게 된다. 2년 뒤인 2018년, 개헌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들이 청와대를 통해 발표되었고 문 대통령은 해외 순방 도중 전자결재로 개헌안을 발의하였다. 이는 대통령으로서 38년 만에 개헌안을 발의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역사의 개헌들을 보면, 국가운영과 형태에 관한 개헌이 많다. 그에 비교해 38년 만에 발의된 대통령 개헌안은 국민들을 위한 개헌이라는 평이 많다. 하지만 토지공개념과 정부 형태 등 여·야간 갈등이 아직 공방이 이어진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되지 못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6·13 지방선거와 동시투표를 통해 국비를 절약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또한, 개헌에 대한 국회의 경각심을 깨우려는 목표도 드러낸 것이란 추측이 많다.개헌이 통과되면 국가의 많은 것이 변화한다. 이는 곧 국민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재적 의원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한 이 개헌안은 공표된 후 국회에서 60일 이내로 표결해야 한다. 5월 24일까지 국회의 개헌안 찬·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