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했던 동기들은 졸업했으니까, 졸업사진은 찍으나 마나인 것 같아요. 간단히 학위 수여식에만 참여할 예정입니다.”

군 휴학과 개인사정으로 몇 차례 휴학을 반복한 김선우(사회복지·11) 학우는 졸업 학점을 다 이수했지만, 취업을 위해 졸업을 연기한 이른바 졸업 유예생이다. 최근 대학가는 휴학·졸업유예 등으로 졸업 연도가 달라지면서, 졸업식의 분위기도 변해가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졸업사진은 언제 찍나요?’ 졸업이 가까워지면 종종 대학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대학은 더 이상 졸업사진 및 앨범을 제작하지 않는다. 대다수 학우는 몰랐다는 반응이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2018년 전기 졸업예정자를 마지막으로 관련된 프로그램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부분 학우는 해당 게시글을 확인하지 않고 넘긴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졸업 준비위원회의 독단적인 선택이 아니다.
기존 졸업앨범 형태를 살펴보면, 졸업 준비위원회의 주최로 전 학과에 공지하여 단체 및 개인 졸업사진을 촬영하고, 앨범을 제작해 판매하는 형식이다. 4·5월이 되면 학과별로 졸업사진을 촬영하는 풍경이 연출되었다. 졸준위 관계자는 “기존에 진행하던 졸업사진 촬영 및 앨범 제작 프로그램을 살펴봤을 때, 참여자가 매년 감소하는 추세였으며, 2017년을 기준으로 졸업사진을 찍고자 하는 학우들의 수가 현저히 낮아져 비용적으로 부담이 되었다. 더 이상 졸업사진 촬영 및 앨범제작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졸업식과 졸업앨범에 대한 퇴색된 인식변화는 어디서 오고 있는 것일까? 김선우 학우는 “4년간 학업을 같이해온 친구들이 취업난으로 인해 토익, 해외연수, 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을 결정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같은 시기에 졸업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졸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덩달아 졸업앨범도 찾는 학우들도 줄었다.”고 말했다.
전국대학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남대의 경우도 2016년을 기준으로 학생자치기구에서 진행하던 졸업사진 촬영 및 앨범제작을 중단하였다. 인크루트가 졸업예정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균관대·고려대 등 서울에 위치한 대학생들은 졸업사진은 찍되, 앨범을 구매하지 않는 경우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졸업앨범의 경우 평균 7만 원 정도의 가격을 내야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은 졸업앨범이 그만큼의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대학은 2017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졸업앨범을 제작하지 않는다. 졸업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학우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올해 졸업하는 A 씨는 친구들과 추억을 쌓고자 개인적으로 졸업앨범을 제작했다. A 씨는 “올해는 졸업앨범 제작이 없다는 것을 듣고, 우리끼리 추억을 남기기 위해 직접 졸업앨범을 제작했다.”며 “크고 무겁기만한 졸업앨범보다는 친한 얼굴들만 나오는 미니앨범이 더 추억에 남는다.” 말했다. A 씨처럼 요즘 졸업생들은 친한 사람끼리 졸업사진을 찍고 직접 제작하는 형식이 대세다. 앨범제작을 할 수 없는 학우들은 비호사진관을 찾아 개인용 졸업사진을 촬영하기도 한다. 취업난으로 인해 졸업을 연기하는 학우들이 많아지면서, 졸업앨범도 선택으로 바뀐 지금, 각자의 방법으로 4년의 대학 시절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