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5·18 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기념행사를 준비해야 할 서울 광장 상설무대에 현수막 하나가 걸려 있었다. ‘80년의 광주영령 서울시가 또 죽인다.’

‘5·18 민중항쟁서울기념사업회’(이하 서울사업회)의 한상석 회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모여 현수막 하나를 걸고 서울시 추모분향소 설치 금지 조치에 항의하며 향로를 놓고 있는 뉴스 기사였다.
이번 5.18 민주화 운동 추모기념식에서는 투표 참여행사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들이 전면 불허가 났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MB정권과 여당이 행사를 철저히 금지시킨 것이다.

지난달 20일경 서울사업회에서 공문을 보냈고 이번 달 16일부터 19일까지 서울광장에서 ‘추모단 설치 및 추모시설 유지’에 대한 허가가 났다. 그러나 지난 13일 서울시에서 추모분향소 설치를 불허한다는 갑작스러운 통보를 전해 왔다. 기념행사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서울시는 불허 이유에 대해 “국가적행사가 아닌 행사로 추모단을 설치, 사용할시 상설무대 설치 목적이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추모제를 할 경우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추모행사는 결국 국가적 행사가 아니라는 평가를 받은 것은 물론 5·18민주화 운동의 정신과 명예를 실추시켰다. 이에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여러 단체들이 서울시에 이유를 따지고 설득해보았지만 서울시는 “광장을 개장한 이래 일관된 기조와 원칙”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처음에는 허가를받았으나 갑작스럽게 불허를 받게 된 서울사업회는 현재 추모분향소 설치 금지에 항의하며 향로를 놓은 채 농성을 벌이는 중이다. 이번 행사가 갑작스럽게 취소된 이유는 MB정부가 비판의 불씨를 막기 위함으로 보인다.

5·18 추모기념식뿐만 아니라 투표 참여 행사의 일환으로 열릴 ‘5·18 30주년 기념식 및 민주주의페스티벌’ 행사도 전면적으로 금지됐다. 또한 서울광장에서 열 예정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제’ 또한 불허로 행사를 할 수 없게 됐다. 이렇듯 MB정권은 부담스런 행사를 경찰을 통해 전면적으로 금지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1980년대의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입에는 재갈을 물리는것과 다름없는 행동이다. 참여연대의 정책기획팀장은 “MB 정권과 오세훈 시장을 찬양하는 행사와 같이 유리한 행사는 허용하고 도우면서 시민들이 정치색 짙은 집회형 행사를 하면 비판적으로 보고 아예 금지”한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동안에 우리나라가 쌓아온 민주주의가 철저히묵살되고 있는 사건들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8일의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와 의의를 기리고 그5월의 정신을 다시 한 번 기억하기 위한 추모제는무참히 불허가 됐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동안 70,80년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으신 분들은 단지 헛된 희생자로 남는것이 아닌가. 그들의 영령을 한 번 더 욕보이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