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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자치, ‘밥’ 이상의 것도 챙겨야 한다
김규민 기자 | 승인2019.12.24 14:28

이번 학생자치기구 선거 과정을 거치며 학우들 사이에서 숱한 논란이 불거졌다. 일부 학과 집행부들의 자신들의 선거 투표 독려가 도를 넘어 ‘강요’로 변질됐고, 교내 캠퍼스에서 학생자치기구 관련 학생들이 억지로 투표장으로 끌고 가거나 크게 소리치며 소음을 만드는 등 일도 발생했다. 

또 입후보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출마 요건을 인정받기 위해 일반 학생들이 거수기처럼 추천 명부에 서명하는 일도 종종 있다고 한다. 무난한 선거를 치르기에 급급한 일부 학생들이 만들어낸 ‘촌극’이다. 게다가 아예 학생회 같은 학생자치기구가 필요 없다는 무용론과 학생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는 여론도 형성됐다. 

후보자의 난립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까다로운 각 학생회 입후보자 요건이 되려 일반 학생들의 정치 도전을 가로막는 일까지 벌어진다. 특히, 이번 선거뿐 아니라 역대 선거에 출마한 각종 학생기구의 입후보자들을 보면 대부분 ‘대의원-군복학-학회장(혹은 동아리회장)’ 같은 유사한 경력이다. 결국 ‘줄 세우기 정치’,‘패권주의’, ‘남성 위주 정치문화’ 등 기성 정치 세력의 폐해가 학생정치에까지 깊숙이 고착화 된 것은 짚고 넘어갈 문제다. 

게다가 이러한 높은 정치 장벽에 몇 년째 단독 입후보자로 선거가 진행되고, 그에 따른 숙의 문화가 실종되니 일반 학생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실정이다. 게다가 총대위원회·학생언론과 같이 교내 학생기구를 감시하고, 학교 본부에 강도 높은 비판과 실정을 견제할 학생자치기구의 영역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점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학생들의 교내 정치 무관심으로 빚어진 현 교내 정치 지형에는 학우들의 책임도 크다는 점은 분명 반성해야 할 점이다. 또 제대로 된 학생 정치 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일반 학생들의 노력과 의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된 문화의 책임과 노력을 단순히 학생 몫으로 돌릴 순 없다.

학생뿐 아니라 학교 본부도 학생 자치가 올바르고, 건전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교내 정치신인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 속에서 입후보자의 까다로운 요건을 어느 정도 풀고 일반 학생들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도 발판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교내 학생자치와 학교 본부를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학생자치기구의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 학교 현안 사업 진행 과정에서 단순히 형식상 소통보다 일반 학생들에게도 의견을 묻는 공청회·공개 간담회 등을 지속적으로 열어 실질적인 토의·토론 문화를 적극 주도해야 한다. 또 학생들의 교내 정치의 참여 증진·발전을 위해 활발한 연구와 관심을 재고해야 한다.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밥 이상의 것을 배려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래서 헌법이 있습니다. 왜 헌법에 언론의 자유, 집회의 자유, 불가침의 인권, 행복할 권리 같은 것이 있겠습니까? 인간은 그런 존재입니다.” 지난 2016년, 국정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테러방지법안을 반대하는 국회 필리버스터에서 한 의원이 했던 마무리 발언이다. 지금 우리의 학생자치는 학생들에게 ‘밥’ 이상의 것을 챙겨주고 있을까.


김규민 기자  mongo201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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