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수정 취재기획부장

최근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으로 결혼을 포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내년 초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올 초부터 결혼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세금 착실히 내고, 매일 노력하며 살아온 사람이 서울에 전셋집 하나 구하기 힘든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며 "주택난으로 결혼을 거의 포기하기까지 이르고 있다"고 전했다. “피를 토하는 심정이다”라고 호소한 이 청원은 현재 5,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 초 집값을 집권 초기 수준으로 돌려놓겠다고 선언했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20여 차례 거듭된 부동산 규제로 인해 오히려 매물 부족이 심화되고 집값과 전셋값이 연일 상승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1.7% 상승, 전세가격은 3.0% 하락했다. 17개 시·도 중 서울, 경기, 대전, 세종 등 8개 지역은 상승했지만 부산, 울산, 충청도, 경상도 등 9개 지역이 하락하면서 평균을 낮췄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아파트 매매가격이 13.7% 상승했고 이후 수도권과 대전, 세종을 중심으로 급등 현상이 이어지면서 투기 수요를 억제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임대차 3법과 수도권 13만 2천 가구 공급까지 총 23개의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며 억제 정책을 펼쳤지만, 역대 대통령 중 임기 동안 아파트값 상승이 가장 가파르다. 임대주택 등록을 통해 다주택자가 갖는 전세를 보호해주면서 양산하는 정책을 펼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이 오르면 집값이 못 오르게 하는 경제의 근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집값이 오르는 현상을 쫓아다니면서 핀셋 규제를 통해 막으려고 한 것이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려고 한 게 아니라 시장의 현상에 대해 관리하려고만 했던 것이 실패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결국 투기지역 규제에만 급급해서는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없고, 도시 분산화 정책과 함께 1주택자의 혜택을 늘리고 2주택 이상자와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초과 이익을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 ‘영끌(영혼까지 대출을 끌어모아 집을 산다)’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열심히 일해 돈을 모으면 전세, 좀 더 모아 대출받으면 내 집 마련이 가능했는데, 소득보다 집값이 비싸지면서 노력으로 집 살 수 있는 사회는 멀어지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과연 주거 안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앞으로 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