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신공항 백지화로 정부 정책 신뢰도 추락

정부∙여당에 '매표 행위' 의심의 눈초리

갈라진 영남권 5개 시도 민심 누가 책임지나

지난 11월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부적격하다는 취지의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검증위는 “김해 신공항은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며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4년만에 신공항 결론이 뒤집힌 것이다.

2002년 부산 김해공항 민항기 사고로 신(新)김해공항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영남권 신공항∙동남권 신공항’으로 불리며 정치권에서 오르내렸다. 특히, 1200만 영남권 주민들이 미주∙유럽발 항공노선을 이용하기 위해 먼 인천공항까지 이동해야 하는 점도 큰 고려사항이었다. 

참여정부를 거쳐 이명박∙박근혜정부 그리고 현 정부까지 영남권 신공항은 주요 대선 공약으로 떠올랐다. 가덕도와 밀양을 두고 영남권 5개 시∙도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갈등이 격화되자 박근혜 정부는 4년 전인 지난 2016년, 세계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랑스 외부 용역을 통해 1년간 신공항 주요 후보지에 대한 종합 평가를 진행했다. 밀양이 2위, 가덕도가 3위를 차지했다. 결국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이 같은 결정에 부산 지역의 반발이 거셌지만 평가와 관련된 영남권 5개 시∙도의 승복 사전 약속으로 논란이 일단락됐고, 이는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신의 한 수’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집권여당이 부울경(PK) 지역에 파란 물결을 일으키며 대승리를 거뒀다. 이후 판세가 완전히 뒤집혔다.

당시 오거돈 부산시장을 필두로 기존안 폐기 후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주장이 나왔고, 김해 신공항 확장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부산 지역 여당 단체장, 국회의원들이 ‘3위 가덕신공항’ 재추진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정부가 스스로 내린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니 정책 신뢰도 추락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백년대계인 정부 대형 국책 사업이 정치적 논리에 휘말려 바뀌었다.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문으로 공석이 된 부산시장 보선을 앞두고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결정한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해 매표 행위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많다. 많은 국민들이 이럴꺼면 왜 프랑스 외부 용역에게 거금을 주고, 종합성 평가를 진행했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검증위 내부에서 조차도 “김해 신공항이 맞다”는 기류가 있었다고 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신공항과 관련하여 또다시 영남권 5개 시∙도 민심이 갈라지는 것이다. 대구경북 정치권은 이미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내린 정부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주민 갈등에 대해 책임질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정부가 지역 주민들 갈라치기에 딱 좋은 이상한 결론을 내놓은 것이다. 

영남권 신공항은 어느 후보지가 선택되든 몇 조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 사업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것이고, 대한민국 미래 사활이 걸린 중대한 일이다. 이 같은 중대 사업이 정치적 논리에 휘말려 표류되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영남권 신공항을 가지고 돌고 돈 시간이 14년이 다 되간다. 그 사이 신공항으로 희망고문 당하고, 지역민 갈등에 상처받은 영남 주민들의 상처는 어떻게 보듬을 것인가. 이러니 김해 신공항 백지화를 결정한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