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가 인류의 문화를 바꾸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 이후 전례없는 Contact-less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전에는 물리적 접촉(Contact)이 문화 향유의 기본 조건이었다면, 이제는 간접 접촉(Untact) 혹은 간접 체험으로 바뀌는 추세다. 이에 더해 물리적 접촉은 하지 않더라도 사회적 연결 자체는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온라인을 통한 접촉(Ontact)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비접촉 연결이 확대되면 디지털 온라인의 영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초유의 재택환경에서 접촉의 절대적이고 유일한 수단이 된 미디어 콘텐츠는 초연결사회의 시공간을 넘어 디지털 생태계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변천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왔다. 말과 글의 시대를 넘어 매체 철학자들이 예견했던 이미지(영상)의 시대를 지나, 진화하는 미디어는 이제 인터페이스 자체를 없애버리고 직관적이고 촉각적인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인터페이스를 익히기 위한 사용 설명서가 사라진지 오래고, 시간을 두고 익힐 필요도 없다. 카톡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말과 텍스트라면, 시리나 빅스비 같은 AI는 텍스트라는 인터페이스마저 없애버리고 오직 네트워크 상의 연결만을 남겼다. 몸이 사라져버린 후에도 웃음만은 남아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인 체셔 고양이처럼, 디지털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는 실체는 없지만 현실보다 더 강력히 실재하는 공간 속에 연결된 존재들의 세계이다.

연결의 본질은 관계다. 관계를 만드는 능동적 연결 과정은 상호작용이 필수다. 가령, 그림을 감상할 때 나와 그림은 어떻게 연결될까? 사각 프레임 안의 물감과 이미지는 감상의 대상이다. 삼각형 구도인지 대각선 구도인지에 따라 화면의 안정감과 불안감이 결정된다. 붓 터치는 매끈한지 거친지에 따라 이성적 혹은 감성적 느낌이 전달된다. 그런데 감상이란 그림 자체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화폭의 뒷면이나 물감의 냄새, 주변의 벽 색깔, 심지어는 조금 전 뇌리를 스친 어스름한 기억과의 관계조차도 지금, 이 순간의 작품 감상에 모두 연결되어 있다. 키보드와 연결된 손이 인터넷에 접속하자 말과 글이 새로운 콘텐츠를 양산하듯이, 키보드 달린 우리의 손은 앉아서도 걸으면서도 언제나 서로가 서로의 인터페이스가 되어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려 공유하며 관계를 만든다. 이처럼 상호작용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때 그 과정은 세포와 같이 살아 움직이면서 물리적이든 감각적이든 관계 맺는 모든 과정을 통합한다. 하나의 콘텐츠는 연결되어 있는 모든 요소뿐 아니라 연결행위 그 자체까지를 포괄한다. 작품을 관람하고, 채팅을 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정보를 공유하는 행위의 연결 관계 모두를 포함한다. 친구가 보내준 정보와 전시장의 작품 자체를 분리할 수 없거니와 친구가 본 것과 내가 공감한 사실 또한 작품 콘텐츠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작품이라는 콘텐츠는 이 모든 것이 엮어졌을 때 가치를 더하기 때문이다.

콘텐츠의 본질은 연결이다. 모두가 콘텐츠의 제작자이고 서로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용자로서 관계망을 형성하는 요즘, 직접적인 대면이 불편한 사람도 매일 SNS에 글을 올리고 동영상을 찍으며 매 순간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는 익숙하다. 지속적인 온 에어(On air) 상태이니 굳이 방송국이나 스튜디오를 방문하지 않아도 개인 방송 제작이 가능하다. 실시간 스트리밍과 편집을 쉽게 할 수 있는 도구와 정보들도 차고 넘친다. 전문가와 아마추어의 영역 구분도 모호하고 어디까지가 미디어이며 콘텐츠인지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 유튜버 ‘대도서관’, ‘춤추는 곰돌’, ‘도티’ 등은 쏟아지는 콘텐츠 시대의 연결에 성공, 브랜드화한 1인 미디어들이다. 개인이 방송국이고 콘텐츠이며 브랜드인 이들은 그냥 시청자가 아닌 시청자를 참여자로 만든다. 시청은 소비가 아니라 능동적인 놀이가 된다. 보는 콘텐츠에서 만드는 콘텐츠로, 시청자에서 출연하는 참여자로, 경기의 관람자가 아니라 경기의 참여자로 관객 스스로가 미디어 즉, 콘텐츠의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 내 입맛에 딱 맞는 이야기를 찾아 나서고, 내가 원하는 대로 생산하는 콘텐츠의 주체들에게 모두를 위한 1면은 더는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

코로나 이전 세상은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이 중요했다. 코로나 이후는 유통과 소비가 중심이다. 사회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미디어 콘텐츠는 더 가까워진다. 생태계의 생명력이란 다양한 생물종이 연결되어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켜줄 때 강화되듯이, 공감을 넘어 다양한 목소리, 가치 중심의 질 높은 능동적 참여가 온텍트 시대에 디지털 콘텐츠의 선순환을 담보할 것이다. 이제 무엇을 공감하고 싶고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볼 차례다.

이소영 교수(성산교양대학 자유전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