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언론이 처음 생긴 이래로 그 역할이 몇 번이고 바뀌었습니다. 때로는 교내외 사건을 알려주는 소식지로, 때로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대변인으로, 또, 때로는 대학 구성원 사이를 연결하는 중재자로 일했습니다. 시대가 바뀌며 맡은 역할과 위상이 달라질지언정 지금도 우리 대구대 신문사를 비롯한 전국의 대학 언론들은 저마다의 본분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대학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심정으로 일한 대구대학교 정식 언론 기관, 대구대 신문사 51기 박준모입니다.

작년 이맘때쯤 지금도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후배가 연락해왔습니다. 늘 있던 이야기지만, 대학 언론의 위기에 대한 하소연이었습니다. 5년 전, 제가 현역이던 때에도 회의의 주 내용과 선배들의 고민은 대학 언론에 대한 학생들의 인지도였습니다. 무관심이 아닙니다. 교내 언론의 존재조차 모르는 것입니다. 발행 횟수도 줄어 격주로 소재 회의를 하고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알아줄까 토의했습니다. 그나마 지면으로 발행되는 몇 안 되는 호수에는 특히 신경 써서 밤새 작업하곤 했습니다. 누구라도 읽어주지 않을까. 발행 다음 날에는 각 단과대학 가판대에 비치했습니다. 누구라도 보아주지 않을까. 그리고 다음 주에는 여전히 가득한 신문을 찾았습니다. 기껏해야 짜장 묻은 채로 계단 구석 쓰레기통에서나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후배가 말하길, 예전부터 줄어들던 지면 발행이 아예 상실할 위기에 있다고 합니다. 지면 발행의 중단은 곧 신문사라는 이름이 민망함은 둘째 치고 대학 신문으로서 갖던 그나마 상징적 의미와 명분마저 잃음을 시사합니다. 고작 1년 활동하다 퇴사한 제가 간섭하기에는 부적절할 듯하고, 그저 현역 기자들의 역량을 믿습니다.

독자분들께 호소하고 당부드립니다. 기자들은 실명을 걸고 기사를 쓰기 때문에 그에 책임을 지고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를 놓고 익명으로 비난하거나 헐뜯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독자의 한 마디에 쉽게 감동하고 상처받는 글쟁이들은 오늘도 저마다의 사명을 위해 헌신합니다. 기자들은 독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었으니 건의 사항이 있으면 직접 연락해 주세요. 오랜 시간 교내 언론을 부흥하고자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봤는데, 결국 첫 단추만 고작 끼우다 말았습니다. 우리 대구대 신문사에는 다섯 명도 채 되지 않는 현역 기자가 근무하며, 많은 학생이 그 존재조차 모릅니다. 여러분께서 대구대 신문을 꾸준히 찾아주신다면 기자들은 취재의 명분을 얻어 더 흥미로운 글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본 글 게재 후 10시간 동안 joonmopark@outlook.com으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시면 선착순 1분, 추첨으로 5분까지 5,000원씩 지급하겠습니다. 이벤트 상금 10,000원 걸고 원고료 20,000원 받으면 참 신박한 재테크 방법이네요. 신문 많이들, 아니 이따금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박준모 前 대구대신문사 기자 (생명과학·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