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다수에게 송출되는 방송에

엄격한 잣대 들이밀 수밖에..

방송계 종사자들, 경각심 일깨울 필요 있어 

드라마를 촬영 중인 제작진의 모습(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 출처: 경향신문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신규 확진자가 1천 명 안팎을 오르내리던 것이 새해 들어 줄어들기 시작해 최근에는 300명대 초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확진자 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나 소규모 일상 감염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불안감은 여전하다. 정부는 현재 2.5단계(수도권)로 유지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 연장한다는 조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개학 연기, 학원 휴원, 재택근무는 물론 떨어져 사는 가족이나 친구와의 만남과 일상 외출을 자제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은 자연스레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곧바로 TV 시청 시간 상승과도 직결됐다. 시청률 조사업체 TNMS에 따르면 전국 가구 일별 평균 TV 시청 시간은 9시간 3분으로 전년 대비 모든 연령대에서 32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국에서도 끊임없는 방영을 위해 콘텐츠 제작과 촬영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시청자들을 위해 방송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많은 인원이 동원된다.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집에 틀어박힌 사람들이 화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이다.

방송계에 이미 코로나 비상령이 떨어진 지 오래다. 제작진이 확진 판정을 받아 출연 연예인들이 자가격리에 들어가거나 방송사 사옥이 폐쇄되기도 했다. 신규 회차 녹화가 불발되면 이전에 방영했던 녹화분을 재방영하거나 스페셜 특집이 편성되고 출연진, 제작진의 2주 자가 격리 기간이 끝나면 다시 촬영이 재개됐다. 그중에는 제작 스태프 가운데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여 수차례 자가격리한 연예인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가만히 티비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제작진들 간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마스크만 썼을 뿐 다수가 옹기종기 모여있거나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 식사 시간에도 떨어져 앉기보다는 다 함께 밥을 먹는다. 게다가 야외 촬영 도중 출연 연예인들이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은 채 거리를 돌아다녀 시청자들에게 몰매를 맞은 프로그램도 있다.

출연자는 쉴 새 없이 말을 하고, 표정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영상매체의 특성상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게 되면 매끄러운 진행이 어렵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국민의 건강은 물론 생계도 위협받고 있는 엄중한 상황인 만큼 화면에 얼굴이 나오는 연예인을 제외하고서 대기 중인 제작진은 방역 수칙을 보다 엄격하게 지켜야 함은 당연하다.

우연이어도 방역 수칙에 한참 못 미치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사태 속에서 우리는 다른 방법도 고안해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팍팍한 현실에서 벗어나 즐겁기 위해 쳐다본 화면에서까지 불편을 느낄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