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행사에 참여하였다. 분명 행사는 2시 정각에 시작일 텐데 2시가 넘어도 행사장은 여전히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시작이 늦어지는 이유가 궁금해서 진행요원에게 물어봤더니 행사 주최자의 도착이 늦어 시작이 늦어진다는 것이었다. 결국 본 행사는 20분이나 늦게 시작되어 예정시각보다 늦게 끝이 났다.

이처럼 어떤 행사에 있어서 당초 예정된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많다. 이런 일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는 더욱 빈번하다. 친구끼리의 약속에서 20여분 늦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은 기본이다. 때로는 늦게 온 이가 먼저 도착한 이들을 무안할 정도로 타박하는 경우까지 있다. 이러한 상황들은‘ 코리안 타임’으로 표현되며 때로 우리 문화의 일부분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외국인들은 어떨까.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간관념이 희박한데 대해 매우 의아해 한다고 한다. 그들은 약속시간에 상대방이 연락도 없이 1분이라도 늦으면 기다리지 않고 그냥 가버리는 것이 오히려 당연시된다는 것이다. 만약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아마 십중팔구는 1분의 지각조차 허용하지 않는 상대에게 섭섭함을 느낄 것이다.

한편으로 한국인들이 배달 음식이나 식당에서의 주문, 인터넷 속도 등에 대해서는 민감하리만치 반응하면서도 약속시간에만 유달리 관대한 모습에 의아한 생각마저 든다. 그렇지만 모든 한국 사람들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필자 주변에서는 대체로 약속 시간을 지키는 편이며 일찍 나갈지언정 되도록 늦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본다.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방이 1분이라도 늦으면 기분이 나쁜 것은 인지상정일터다.

하지만 약속시간에 자주 늦는 사람일수록 타인이 자신과의 약속시간에 늦었을 때도 다소 관대한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서로 이해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도 좋지만,‘ 약속’이란 어디까지나 지키기 위해서 있는 것이다. 친구와의 약속에 늦을 수도 있다지만 그것이 습관화된다면 더욱 중요한 약속(예컨대 면접시간, 출근시간 같은)에 늦을 수 있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속히 고치는 것이 낫다.

‘빨리빨리’의 문화 속에서 유난히 약속시간에만 관대한 우리나라 사람들. 굳이‘ 글로벌 시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제는 나의 시간이 중요한 만큼 타인의 시간에 대해서도 소중히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