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전 지구를 휩쓴 지금이야말로 난세 중의 난세라 할 수 있 을 것이다. 그러나 난세가 과연 영웅을 만드는 것인가? 엄밀히 말해 영웅을 만드는 것은 난세가 아니라 난세에 빠진 국민들이다. 국민들은 난세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원하고 그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자가 바로 영웅이 되는 것이다.

2022년 대선을 앞둔 지금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다. 대선을 앞둔 시기 단골처럼 등장하는 여야의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는 이전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점을 꼽으라면 단연코 젊은 층 표심 잡기에 여야 대선후보 모두 적지 않은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 방송, 메타버스를 이용한 젊은 세대들과의 만남, 그리고 토크 콘서트 등에서 대선 후보들은 젊은 층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략을 발표하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 또한 내년 대선에서 MZ세대와 중도층의 표심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MZ 세대는 ‘탈이념의 세대’로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보다(‘무당층’) 자신이 체감하는 삶의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대선 후보를 선택하기 위해 표를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MZ 세대가 체감하는 삶의 문제는 무엇인가? MZ 세대는 ‘공정’을 주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처한 현실에서 공정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기성세대에게 공정이란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고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여 인정받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MZ 세대의 공정 담론에서 중요한 것은 이 사회가 과연 능력을 쌓을 기회를 동등하게 부여하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이다. 기성세대에 의해 능력이 모든 사회의 주요 지표가 되어버린 지금 MZ 세대는 능력 쌓기에 대한 강박과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 능력을 쌓고 싶지만 열악한 환경을 벗어날 길이 없고, 동등하게 ‘보이는’ 기회를 부여잡고 싶지만 누군가(예를 들어 부모 찬스를 사용 하는 누군가)에 의해 기회를 박탈당하고 또 부당한 차별을 겪고 있음을 직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있다면 그들에게 능력 쌓기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

MZ 세대들이 바라는 리더는 누구인가? 그는 공정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첫째, 각자의 개성과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고 둘째, 누구의 찬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 자 자신의 찬스를 만들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불확실한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려는 MZ 세대의 노력은 ‘노오력’으로 그치지 않고 제대로 된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