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이맘때 였다. 2016년 11월은 새내기였던 내가 처음으로 학생회 선거에 한 표를 행사한 달이었던 동시에，학생자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기 시작한 때였다. 당시 학보사 준기자였던 나는 총학생회 선거 취재를 담당했다. 신입생 환영제에서 “언제나 학우님들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치던 자치기구장들의 모습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기에, 나는 선거 취재에 이들이 협조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선거 사무를 주관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는 도통연락이 되지 않았고 후보자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그들은 나의 취재요청 에 “바빠서 응하기 어렵다”, “다음에 연락 드리겠다”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취재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후보자들과 중선관위의 태도에 바짝 약이 오른 나는, 결국 사전에 중선관위로부터 양해를 구하지 않고 불쑥 개표 현장을 찾아가 취재를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중앙선관위 위원장의 고압적인 태도였다. 그는 내가 소지한 카메라를 가리키며, 개표현장 촬영은 선거시행세칙 상 금지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기를 수십 분,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말았다. 앙상한 형식만 남은 선거와 이토록 파행적 선거에 분노하지 않는 학생들을 원망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2017년의 총학 선거는 2011년 이후 6년 만에 2파전으로 치러졌고 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도 유례없이 높아져 있었다. 몇몇 학생들은 공정 선거 진행을 위해 직접 중선관위로 찾아가 일반 학생들의 선거 참관을 허가할 것을 요구하거나, 중선관위의 편파적인 선거 관리에 적극 항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간 선거에 무관심했던 학생들이 행동에 나서자 고압적이었던 중선관위의 태도도 사뭇 달라졌다. 그간 학생회관 대자보 한 장으로 퉁치던 선거공고가 비사광장(계명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게시되기 시작했고, 오랫동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았던 비합리적 선거 관행들이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변화는 꾸준히 이어지지는 못했다. 기존 총학계열이 선거에서 승리함에 따라 학생들의 관심은 또다시 선거로부터 멀어졌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타난 코로나19 대유행은 학생자치의 전망을 한 층 불투명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2017년의 경험은 다음과 같이 전한다. 중요한 것은 자조를 끊어 내고 학생들이 직접 행동하는 것이라고. "민주화는 한판의 승부가 아닙니다”라는〈한겨레〉창간 광고처럼, 학생자치 또한 ‘다음 판’을 준비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박한솔 계명대신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