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1일, 대구지법이 김상호 대구대총장의 해임 처분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서 1년 가까이 지속된 총장 해임 사태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김 총장의 불명예 퇴진이 사실상 확정된 것이다. 작년 3월, 김 총장은 입시 참사를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며 자진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후 법인이 김 총장에 대해 사의 수용이 아닌 해임 처분을 내렸다. 항소한 김 총장이 일부 승소 후 다시 직위에 복귀하며 혼선이 시작됐다.

법인이 김 총장을 해임 시킨 사유는 학교 명예를 실추 시켰다는 것이다. 짚고 넘어갈 점은 지방대 몰락으로 귀결된 우리 대학 입시 참사는 단순히 총장 하나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총장 사퇴 파국을 막고 화합에 앞장 서야할 이들이 서로 강대강 대치를 하며 총장 해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자초했다.

학교의 명예를 실추 시켰다는 과오는 단순히 총장 한 사람에게 덮어씌울 문제가 아니다. 소위 학내 사회를 이끄는 이들이 서로의 지분을 두고 다투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 자체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학교가 문 닫고 학생들이 외면하는 대학이 되면 모두가 허공에 떠다니는 실직자가 될 텐데 학내 권력 주도권이 무슨 의미가 있나. 이런 다툼이 왜 필요한가.

학내 분규로 인해 학교 명예가 실추되었고, 입시철이 비상이라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어불성설이다. 우리 모두 솔직해지자. 근본적인 우리 대학 위기는 낮은 평판에서 비롯된 학생들의 높은 비선호도이다. 시내와 거리가 먼 학교 입지와 놀거리가 없는 상가·문화 선호 시설의 총제적 부실이 이 같은 비선호도를 증폭시킨다.

이 같은 점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다 같이 일해보자는 내부 목소리를 필자는 들은 바 없다. 고상한 말투로 그저 학교가 위기이고 극복해야한다는 말을 늘어진 테이프 마냥 반복하니, 구성원 모두 경각심 갖고 위기감을 체감할 수 있겠는가.

이번 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자들은 묵묵히 학교 다니며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일 것이다. 학생들은 총장 해임 사태, 대학 위기보다 당장 다니고 있는 대학에서 졸업하여 좋은 직장 얻고 취직하고 싶어 한다. 학내 어른들의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니, 학내 사회에서 외쳐대는 대의명분도 안중에 없을 것이다. 학생들을 위한 범학교 차원의 실무적이고, 유용한 교육 지원에 앞장 서야할 역량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이를 무관심하게 보고 방기하는 학생 자치 사회 책임도 크다. 애초에 이러한 파국은 학생 사회가 직접 나서서 막았어야 했다. 이번 사태 속에서 학생 사회는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 물론 학생 언론도 이 같은 비판에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학교의 명예를 결정하는 것은 모든 구성원들의 몫이다. 아무리 누군가 열심히 빛을 내어도, 단 한 사람이 실책을 저지르면 지적받기 십상이다. 모두가 비겁하게 숨지 말고, 솔직히 털어놓고 이번 사태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이 고통스럽고 또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으나,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슬기롭게 극복된다면 우리가 그토록 말하는 학교의 명예가 실추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이끌 유능한 리더십은 전적으로 우리들 모두에게 달려 있음을 명확히 직시 해야한다.

또한 직선으로 선출된 총장의 해임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이상하게 해석되어 부작용을 낳지 않으리라 믿는다. 우리 모두가 이 사태가 민망한 일이라는 것을 알 정도는 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