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속되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도로 서울 지하철에서 지하철 열차 출입문을 막아 세우며 장애인 이동권과 복지를 주장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어 지하철의 연착을 유발하고 있다. 이에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불법 시위라는 의견과, 장애인의 불편함이 이슈가 되도록 하려면 어쩔 수 없는 필요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 우리나라의 거리에는 장애인이 보이지 않는다.

몇 년 전 바로 이웃 나라 일본으로 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지하철 역 통로 가운데 서서 휴대전화로 지도를 보고 있을 때, 누군가가 막대기로 나를 툭툭 건드렸다. 시각 장애인이 점자 블록 위에 서있던 나 때문에 이동에 방해를 받았던 것이다. 주위를 둘러 보니 붐비는 역 안에는 장애인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우리나라의 거리에는 장애인이 거의 없고, 길거리에는 점자블록이 없는 곳도 많은 데다가 있는 곳도 파손되거나 잘 관리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점자블록이나 휠체어 경사로를 막고 노점상이 영업을 하는 경우도 있고, 공유 전동킥보드가 등장한 이후로는 휠체어 경사로나 점자블록 위에 킥보드를 주차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붐비는 역사 안에서 점자블록 위에 서 있지 않는 것 정도는 매너라고 생각조차 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길거리에 장애인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장애인 인구는 전체 인구대비 5.1%(2020년 기준)나 되는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방문한 외국인들은 ‘한국에는 장애인이 없나요?’라는 질문을 할 정도로 길거리에는 장애인이 보이지 않는다. 그 많은 장애인들은 대부분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아 경제 활동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지하철은 정말 기본적인 부분에 불과하고, 버스를 타는 것 조차 어려운 데다 남의 도움 없이는 길거리를 다니는 것 조차 어렵다.

• 그들이 지하철 역으로 나온 이유.

혹자는 장애인 시위도 그저 자신들의 밥그릇 싸움이라며, 관련도 없는 지하철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불법 시위를 한다며 장애인 단체를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애인들의 사정을 들여다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지하철은 타 교통수단에 비해 그나마 장애인들의 접근이 쉬운 편에 속한다. 90%가 넘는 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고,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어 시각 장애인의 추락 위험도 없고, 열차와 승강장 높이가 같아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도 승하차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서울 지하철 22개 역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서울지하철은 2024년까지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했으나, 이미 지난 2015년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 당시 서울교통공사는 2022년까지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것이 지금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다시 시작된 이유다.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곳은 사실상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거의 보장되지 않는다. 저상버스가 운영되고 있는 노선은 일부에 불과하고, 있더라도 일부 차량만 저상버스로 운행되어 장애인들이 버스를 이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나마 장애인 콜택시와 바우처 택시가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지자체에서 운영해 예산이 적다.예산이 부족해 운용 대수도 적어 이용하기 어렵고, 지자체에서 운영해 장애인 콜택시가 운영되지 않는 지역도 많다. 서울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바우처 택시는 일반 택시보다는 저렴하지만 버스보다는 비싸 기초수급자인 장애인은 바우처 택시 요금을 감당하기도 어렵다. 지금 지하철에서 장애인 단체가 장애인 콜택시 예산을 기획재정부에서 직접 편성해 달라고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중인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은 서울교통공사의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지하철에서 시위를 진행해 일반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준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많다. 어떤 사람들은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하지 않고 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시위를 해 피해를 준다고 비난하지만, 사실 그 전에도 항상 장애인 단체는 국회 앞에서 시위를 계속 진행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수가 적어 표가 되지 않는다고 정치인들은 장애인 이동권 법제화에 관심이 없었고, 비장애인 시민들은 장애인들의 이동권에 사실상 아무런 관심조차 없었다. 비록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더라도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에서 시위를 진행함으로써 비장애인 시민들의 이목을 끌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 장애학생이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바라보면서

우리학교는 배리어 프리(barrier-free)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덕분에 다른 학교나 길거리를 다닐 때와 달리 캠퍼스 안에서는 장애학우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에 우리 학교에 재학중인 장애학생 두 명을 인터뷰했다.

 

박현진(컴퓨터공학과‧18) 청각장애 학우 인터뷰

 

Q. 먼저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중증)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24살 박현진 입니다. 양쪽 귀 둘다 고도 난청을 가지고 있어, 왼쪽에는 인공와우, 오른쪽에는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유튜버 및 틱톡커로써 청각장애인의 일상, 오해와 편견을 깨기 위한 영상을 주 콘텐츠로 업로드 하고 있습니다.

Q. 평소에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이 얼마나 있으신가요?

청각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불편함을 많이 겪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버스를 탔는데 어느 정류장인지 표시해주는 전광판이 없는 버스가 있어서 음성으로 들어야 할 때 곤란할 때가 많았고, 잘못 들어서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친 적도 있습니다. 지하철도 마찬가지로 내부에 사람이 가득 차면 전광판을 보기가 힘들어서 카카오맵 어플로 현위치를 찍으면서 위치를 파악합니다.

Q. 우리나라에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전체적으로 시설이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시설로는 대중교통(버스 및 지하철)의 전광판이 더 잘 보이게 한 군데가 아닌 여러 군데로 배치를 해두고, 극장에서 한국영화의 경우에도 자막을 볼 수 있는 스마트 안경의 보편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안경에 자막을 볼 수 있는 기능이 있음) 또, 전화 ars 인증에 대해서도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 건물 안에서 재난 상황 시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강한 진동을 활용하거나 불빛으로 신호를 주는 시설적인 부분도 마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체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도 많이 미흡한 편 입니다. 지체장애인들은 길거리에 계단과 같은 턱들이 있는 장소는 휠체어로 올라가기가 힘듭니다. 또, 상가 건물 대부분이 입구가 계단으로 되어있고, 엘리베이터도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마찬가지로 들어가기가 힘듭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앞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뾰족한 장애물에 부딪히게 되면 다칠 수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책을 고려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박근희(청소년상담복지학과‧18) 지체장애 학우 인터뷰

Q. 평소에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불편함을 느낀 적이 얼마나 있으신가요?

이동권 부분에서 가장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특히 계단 등 휠체어로 이동할 수 없는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낍니다.

또 장애인이라고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불편합니다.

 

Q. 혼자 외출은 얼마나 자주 하시나요? 혼자 외출하실 때 불편함은 없으신가요?

자주 외출하지는 않는데 외출하면 혼자일 경우 대소변 처리가 가장 어려워요. 혼자 화장실을 이용하기가 불편합니다.

 

Q. 우리나라에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이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장애인 편의시설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장애인들이 집 밖으로 나오려면 아직 걸림돌이 많다. 장애가 사회를 살아가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려면 지자체 뿐만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장애인들이 직장을 가지고, 사회 활동을 하려면 일단 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올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어야 한다.

시위의 방법이 틀렸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대중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올바른 시위 방법을 생각하기는 더 어렵다. 국회 앞에서 장애인들이 모여 시위하는 것 정도는 아무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다. 비난을 멈추고 장애인들의 실태를 들여다 보자.

김선우 기자  sam02843@dae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