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3일 대선토론에서 이재명이 언급한 RE100과 EU택소노미라는 용어가 화두에 올랐다.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RE100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리고 EU택소노미에 대해서 원전 문제는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지 물었고, 윤 후보는 제대로 알지 못해 이 후보에게 되물었다. 이에 용어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다. 환경에 관심을 가져도 잘 쓰이지 않는 용어라 모를 수 있다는 주장과, 대선 후보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용어라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사진출처: TV 조선

용어 자체를 알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을 떠나, RE100이라는것이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RE100은 풀어 말하면 재생 에너지(Renewable Energy) 100%를 의미하는데, 이것이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다. 거기에 EU택소노미에 원자력 발전이 포함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 RE100은 기업과 단체 간 협약. 국가적 협약이 아니다.

RE100은 어느 한 국가에서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RE100을 운영하는 단체에 가입하고 이를 이행하는 것이다. 전 세계 340여개의 기업들이 가입되어 있다.

Apple은 2018년에, 구글은 2017년에, 메타(구 페이스북)는 2020년에 각각 RE100을 달성했다. 그렇다면 이들 기업들이 실제로 기업에서 사용되는 모든 에너지를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실제로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은 친환경 발전소 뿐만 아니라 원자력이나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이 혼합되어 온다. 당장 우리가 가정이나 학교에서 전력을 사용 할 때에도 자신이 사용하는 전력이 어디서 공급되는지를 알 수 없다.

기업이 RE100을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발전소에서 REC를 구매하면 된다. REC는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에너지를 생산했다는 것을 인증 받으면 발급되고, 발전소는 발급받은 REC를 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 기업이 REC를 구매하고 구매한 REC만큼 전력을 소비한다면 RE100을 달성할 수 있다. 결국 기업이 실제로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을 지불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 한 국가에서 사용되는 전력을 모두 재생 에너지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

대선 토론에서 이 후보가 윤 후보에게 RE100을 ‘재생 에너지 100%’라고 설명하자, 이에 윤 후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기업 협약으로의 RE100 달성이 아닌, 한 국가에서 모든 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태양광 발전이 가장 성공적으로 보급된 독일조차도 일조량이 적은 시기에는 원전으로 대부분의 전력을 생산하는 프랑스로부터 전력을 수입하고, 석탄 화력발전소를 가동한다. 친환경 에너지는 생산량을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EU, 원자력 발전을 택소노미에 포함

택소노미(그린 택소노미)는 ‘녹색 분류체계’라는 의미로 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환경개선에 기여하는 녹색경제활동 분류’라고 정의하고 있다. EU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과 투자자는 EU 택소노미에 부합하는 활동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공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핵심 정책으로 추진한 것과 다르게, EU택소노미에는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가 포함되었다. 윤 후보는 이에 재생 에너지와 K-원전을 통해 미래 환경‧산업‧기술을 선도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환경 정책은 중요하다. 환경 문제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늘어나고, ESG경영이 투자 지표에서 중요한 요소로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대선 토론에서 용어를 아는지 모르는지 다투기보다는, 각자 제시하는 정책이 얼마나 환경 문제에 도움이 되는 정책인지를 잘 비교하면서 토론이 진행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