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도서관이나 카페에 가면 종종 볼 수 있는 문구이다. 쉬운 듯 어려운 듯 말장난 같기도 해서 한번에 바로 이해하기는 힘들다. 바로 이 문구는 유명브랜드 에르메스(Hermes)의 광고 카피이다. 필자가 해석하기엔 에르메스의 제품은 트렌드에 따라 디자인이나 색상, 기능 등은 변화하지만 에르메스 만의 가치와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자신감의 메시지를 광고를 통해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또 하나의 광고카피가 눈에 띈다. “가자, 지하철 타고”. 어디를 가자는 말인가? 자세히 보니 인근 대학교의 신입생 유치를 위한 광고 문구였다. 학교 주변에 지하철이 1년 후에 개통되니 통학이 쉬워지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 학교를 지원하라는 의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학교입장에서 지하철 교통환경이 좋아지면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대학이 나서서 할 이야기 소재는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다. 대학지원이 역세권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과는 다르지 않는가? 더 심하게 비유하자면, 산골에 숨은 맛집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대중교통 없이도 산 건너 물 건너 오는 사람들도 있는데, 하물며 대학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이러한 맛집 찾아가는 수고로움 보다 못하다는 것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학도 할말은 있다. 학생들 역시도 축세권(축제가 훌륭한 대학), 스세권(스타벅스가 있는 대학), 먹세권(먹자골목이 형성되어 있는 대학), 술세권(유흥시설이 많은 대학) 등과 같이 대학을 평가할 때 그 학교 주변의 환경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이 역세권이어야 경쟁력이 있고, 학생들이 선호하는 상업적 환경이나 시설이 많아야 좋은 대학교로 인정받아야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시 에르메스 광고문구로 돌아가 보자. 에르메스가 역사가 깊은 브랜드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미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이기 때문에 그런 카피를 사용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역사가 깊고 럭셔리 브랜드로 인정받았겠는가? 변하지 않는 기업의 철학을 바탕으로 그들 만의 브랜드가치를 만들기 위해 본질에 충실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작금의 대학들의 모습은 스스로의 상아탑으로서의 본질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가볍게 여기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의문이 든다.

무릇 대학의 본질은 연구와 교육을 통해 교수와 학생의 성장을 이끌어야 하고, 이를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부단히 정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대학들이 여러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서 이러한 본질은 온데간데없어 보인다. 실제로 대부분의 대학들이 연구와 교육에 필요한 지원은 줄이면서 교직원과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로 하여금 외형적 의무와 실적만을 강조하고 있다. 더 이상 대학의 본질이 연구와 교육이 아닌 보여주기 위한 실적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비즈니스 조직의 본질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가고 있는 모양새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교수와 학생들이 서로 격려하며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을 중요시하기 보다는 당장의 입시결과와 취업률만을 강조하는 결과위주의 모습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과정이 없이 결과가 나올 수는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