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에 재학 중인 최민규(경영학·19) 학우는 수강 신청 과목 교수의 이직으로 인해 수강 신청 과목이 대거 폐강되어 시간표를 절반 이상 바꿔야 했다. 최 학우는 “3학년 2학기라서 졸업 학점에 맞춰 수강신청을 했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겨울방학 기간 동안 갑작스러운 일부 교수들의 이직으로 인해 불편을 겪거나, 아쉬움을 토로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 교수들, 우리 대학 떠나는 원인 다양.. 열악한 연구 환경 지적도

교수들이 우리 대학을 떠나는 원인으로 ▲교수(연구자)로서의 연구에 대한 열망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걱정 ▲학문적 연계와 확장 가능성 ▲경제적 지원 및 대우 차이 등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외에도 지역적 조건, 모교에서 후배를 양성하고자 하는 점도 이직 고려사항으로 꼽혔다.

본지 취재 결과 연구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고 인터뷰에 응한 교수들은 입을 모았다. 교수 연구비 축소, 학술지 논문 인센티브 축소, 6년마다 시행되는 연구년 제도 축소 등이 대표적 사유였다. 익명을 요구한 ㄱ교수는 본지를 통해 “연구 잘하는 사람이 존경받는 분위기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없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우수 연구자들을 우대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대학 존폐 여부 우려하고, 더 나은 경제적 대우 원하는 경우도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걱정도 이유로 꼽혔다. 대학 존폐 여부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다. 최근 지방 사립대들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위기를 겪는 학과 교수들은 지역적으로 본인 전공이 유망한 지역으로 이직하거나, 사립대가 위태롭다고 판단한 경우 국공립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21년, 우리 대학의 입시 실패도 교수 이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을 요구한 ㄴ교수는 “사립대의 경우 입학률이나 재정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존폐 위기라는 말이 나오지만, 국공립 대학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더 나은 경제적 지원과 대우를 받고자 떠나기도 한다. 앞서 연구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다고 지적한 ㄱ교수는 “15년 동안 급여가 거의 오르지 않았고, 전문직 직업보다 처우가 매우 나빠졌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ㄷ교수는 “사립대는 학생 등록금을 가지고 학교를 운영하기에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현 상황에 연봉이 오르지 않아 좋은 조건이 생긴다면 이직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 연구처장, “교수 처우 및 환경에 대해 최우선 배려 노력”

원희철 연구처장은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10년 넘게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대학의 재정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교수 처우 및 연구 환경에 대해서는 최우선으로 배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 측은 2년 전 일시적으로 교내학술연구과제 예산이 배정되지 못했지만, 작년과 올해 교수학술연구과제 예산이 재배정됐다고 해명했다.

또한 꾸준히 우수학술 논문 게재료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직 6년마다 자격 조건이 주어지는 교수 연구년도제도는 축소되지 않고 운영 중이며, 올해는 특별연구년제도를 제정하여 소속 전환이 필요한 교수에게 교과목 개발 및 수업 준비를 할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원희철 연구처장은 “연구 역량 및 실적이 우수한 교수에게는 책임 강의 시수를 일부 면제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우리 대학은 이번 년도 교내학술연구과제의 계속 지원과 신규 선정 등을 준비하고 있다. 약 13억 원 규모의 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며, 여기에는 일반과제, 신입 교원 과제, 저서발간 과제, 우수논문 게재 장려금 지원, 학문후속세대 지원사업 등이 포함된다. 또한, 교내학술연구과제 이중사사 허용 등 교수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제도를 마련하고, 마일리지제도는 변경하되 우수한 연구실적에 대한 차등적 보상이 유지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 교수회 의장, 본지 통해 “총학 역할 기대”..

학교 측은 구성원에 협조 및 이해 부탁

교수 이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 양진오 교수회 의장은 총학생회의 역할을 기대했다. 양진오 의장은 본지를 통해 “총학생회가 제도적으로 학생의 교육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학생들의 불만을 대리해서 전달해야 한다”면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불만으로 끝난다”고 했다.

이어 “해당 현안이 공식화되면 여론이 형성되고, 학교 쪽에서도 반응할 것이다”고 했다. 또한 양 의장은 학과 교수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기도 했다. 의장은 “이직에 따른 혼란스러움은 한때 있겠으나, 소속 학과 학생들한테 피해가 영원히 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에 응한 원희철 연구처장도 “우리 대학이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숭고한 건학 이념을 지속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학내 구성원들의 협조 및 이해를 부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