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방식’‘, 습관’ 등은 타고난 것이라기보다는 자라온 환경의 영향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언터처블의 두 주인공은 모두 사회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각각 상위 1%와 하위 1%에 해당하며 그들이 살아온 환경은 극명하게 다르다.

드리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아닌 ‘욕조’!

상위 1%에 해당하는 재산을 가졌고, 마땅히 그 삶에서 영위하며 살아가던 필립.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전신불구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목과 얼굴 근육만을 사용할 수 있는 그에게는 항상 누군가가 붙어 도움을 주어야만 했다. 때문에 그는 24시간 동안 수발을 들어줄 사람을 고용하게 되는데 그가 바로 ‘드리스’이다. 드리스는 애초에 필립의 도우미가 되기 위해 지원을 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생활보조금’을 받기 위해 서명을 받을 목적으로 필립의 저택을 찾은 것이었다. 때문에 자신이 고용되었다는 사실에 얼떨떨하기만 하고 거절하려는 의사를 표시한다. 그러나 그는 곧 자신이 머물게 될 방의 ‘욕조’를 보고 마음이 바뀐다. 영화에서 잠깐 비친 드리스의 집에는 어린 아이들이 많고 화장실 또한 좁아 마음 놓고 목욕을 즐기기도 힘들다. 그러나 필립의 집, 자신이 사용하게 될 방에는 개인 화장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커다란 욕조가 있었던 것이다. 휘둥그레진 눈으로 욕조를 바라보는 드리스의 표정이 관객들을 웃음 짓게 만든다.

상위 1%와 하위 1%, 이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법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주인공들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어떠한 매개체도 없어 언뜻보면 굉장히 힘든 조합이다. 하지만 영화의 엔딩장면 즈음이 되면 그들은 BEST FRIEND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눈빛만 보아도 서로가 원하는 것을 안다. 그들이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단순 선입견이다. 둘의 사회적 계급차이가 너무 극명하기 때문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것에 따르면 분명 현대 사회에서 계급의 차는 존재하면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분명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 존재한다. 재산의 유무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산업화와 근대화를 겪으며 자본주의가 성행하고 급기야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까지 생겼다. 그만큼 돈이 많은 사람들은 돈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비교적 더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이고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공통분모가 존재하지만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두 주인공은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아니라 공통분모를 ‘만들어 가는’ 형식으로 나름대로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간다.

필립에게 담배를 가르쳐 준 드리스

필립은 불편한 몸을 가지고 살아가며 항상 건강 위주의 식단을 섭취해왔다. 그런 필립에게 드리스는 ‘담배’를 가르쳐 준다. 그들에게 있어서 담배란 아픔의 표출임과 동시에 습관적 존재이다. 마치 서로의 존재를 대변하는 것처럼. 이 담배는 영화가 진행되는 중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엔딩 장면에서도 나온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니 만큼 마지막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실제 주인공들이 보인다. 그 장면에서 실제 드리스와 필립 또한 담배를 피고 있다. 그들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지만 단지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이 담배를 피고 있을 뿐이다.

감출 수 없는 정(情)이란 것…

2시간도 채 되지 않는 상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다양한 종류의 사랑을 보여준다. 먼저 영화의 가장 대표적인 주제라 볼 수 있는 ‘우정’은 말 할 것도 없이 필립과 드리스의 우정으로서 그들의 우정은 말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두 번째는 ‘가족의 사랑’이다. 드리스는 몇 달간 가족과 연락을 하지 않고 어디론가 떠났다 오는 등 어머니의 속을 썩인다. 어머니는 드리스의 행동을 타박하고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말을 하면서도 드리스를 위해 눈물짓는 모습을 보인다. 드리스가 필립의 도우미 일을 하며 가족과 떨어져 있을 때도 동생들에겐 든든한 형, 오빠로 남아있기에 무슨 일이 있을 때에 동생들은 항상 드리스를 찾아온다. 드리스 또한 이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가장과 같은 역할을 하며 이들을 보살핀다.

드리스 뿐만 아니라 필립에게도 남아있는 한 사람의 가족이 있다. 필립에게는 입양한 딸이 한 명 있는데 그녀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와 문란한 행동을 하고 밖으로 겉도는 등의 행동을 한다. 하지만 필립은 ‘아버지의 사랑’으로 딸을 지켜보고 보듬어준다.

세 번째는 ‘이성 간의 사랑’이다. 필립에게는 펜팔을 하는 여자 한명이 있다. 그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여자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를 꺼려한다. 이유는 자신의 ‘장애’ 때문이다. 전신 불구로서 평생을 남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그로서는 호감이 가는 여성이 있어도 표현을 하기에 망설임이 앞선다. 신체적 불구로 인해 자신의 사랑을 마음껏 표하지 못하는 필립의 모습이 그가 가진 돈의 양을 생각해 볼 때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언터처블을 보고 난 후 대부분의 관객들은 영화에 대해 호평을 한다. 재미와 감동 이 둘 중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잘 보여준 덕이다. 실제 이 영화는 억지스럽지 않은 웃음이 가득하며 서양과 동양이라는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각으로 인간의 삶을 공감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영화의 제목인 언터처블(untouchable)은 ‘건드릴 수 없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제목처럼 그들의 우정은 다른 사람이 건드릴 수 없는 서로만의 공감대로 인해 더욱 깊어진다. 사회적 통념으로 보았을 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들이기에 그 우정이 더욱 값진 것이 아닐까.

이규영 기자 amusingsta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