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간혹 이유 없이 불안감과 짜증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가령 강의실에서 발표를 하려고 학생들 앞에 섰을 때, 또는 어떤 특정 인물을 만났을 때, ‘불안감’이나 ‘짜증’이라는 감정에 휩쓸리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군가 ‘왜 불안하세요?’ 또는 ‘왜 짜증이 나세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그냥요’ 또는 ‘성격 때문에요’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어떤 이들은 특정한 상황에서 이유 없이 느껴지는 불안감과 짜증의 원인을 몰라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봤을 때, 그들은 ‘이유’ 있는 감정을 겪고 있는 것이다. 단지 당사자가 그 ‘이유’를 모르고 있을 뿐. 그렇다면 위의 사례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해봤을 때, ‘왜’ 그런지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편집자 주>

사례1
“발표가 무서워요.”

A군은 대학교에 갓 입학한 새내기다. A군은 조별 과제를 할 때마다, 자료 수집이나 PPT 제작 역할을 떠맡는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피한다. A군은 강의실에서 학생들 앞에 서서 발표를 하는 것이 두렵다. 사람들 앞에만 서면 가슴이 떨리고 손에 땀이 맺힐 정도로 불안하기 때문이다.
※ A군은 발표수업에서 여러 번 실수를 해서 학생들에게 비웃음을 당한 적이 있다.

사례2
“아빠만 보면 짜증이 나요..”

B양은 고교 1년생이다. 그녀는 아버지를 대하는 게 어렵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아버지랑 마주치는 것 자체가 짜증이 나고 피하고 싶다. B양의 아버지가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성향이 있어서 B양에게 무뚝뚝한 점도 있지만, 최근 들어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자상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음에도 B양은 아버지가 싫다.
※ B양의 아버지는 15년 동안 B양에게 온갖 트집과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고전적 조건형성’으로 설명하는 사례들
두 사례들을 심리학적으로 설명해볼 때, ‘고전적 조건형성’이란 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첫 번째 사례의 경우, 보통 사람들이라면 다른 사람들 앞에 서는 이유만으로 ‘불안감’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A군의 경우, 잦은 실수로 인해서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자주 당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되는 것이다. 또한 B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통 자녀와 부모 간의 관계는 원만하다. 그러나 B양처럼 아버지로부터 지속적으로 트집이 잡히고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다면 아버지란 존재는 미워질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지속적인 간섭이나 자극으로 인해 특정 대상을 보거나 마주치기만 해도 감정의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를, ‘고전적 조건형성’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문제들은 어떻게 해결 할 수 있을까?

조언
‘조금씩’ 바꿔보자

A군의 사례에서, A군에게 발표의 긍정적인 결과(자극)을 경험하도록 하면 불안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다. 예컨대, 발표 시 자신에게 가장 자신 있는 과제를 선정하여 철저하게 준비한 후, 발표를 하면, 긴장도 덜하게 되고 또한, 주변사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게 됨으로써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여러 번 반복하게 되면, 발표에 따른 불안감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그리고 대화에서의 대인공포증을 완화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평상시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 의도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수업 시간 등에 질문과 응답을 자진해서 함으로써 대화에 따른 대인공포증을 경감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대체로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B양의 사례를 보면, 여러 가능성 중 딸에 대한 아버지의 기대가 너무 높고, 딸이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한 데 대한 반발 작용으로 아버지가 오랜 기간 딸에게 좋지 않은 태도로 대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진다. 이미 관계가 한번 형성된 후에는 그 관계의 형태를 변화시키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아버지의 태도가 자상한 모습으로 변화된 것으로 봐서 딸에 대한 기대를 접고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만족을 얻고자 한 것 같다. 이 같은 상황을 고전적 조건형성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아버지의 역할이 크다. 예를 들어, 점진적인 소거법, 즉 딸과의 부정적인 관계를 일시에 바꾸고자 하는 것보다는 사소한 부분(사소한 일에 대한 칭찬, 건강하게 자라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에서부터 변화를 시도하면서 관계를 증진시키고자 한다면 아버지와 딸과의 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방법은 상담을 통하여 과거의 아버지 또는 딸에 대한 행위의 원인을 파악하고 분석한 후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도록 치료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 김창욱(심리학과 교수)

‘왜’ 그런지 생각하는 시간과 스스로 극복하려는 ‘의지’가 필요한 현대인
바쁜 일상으로 인해 본인이 느끼는 불안감과 짜증 같은 감정의 원인을 모르는 것은 사실 대부분의 현대인이 겪고 있는 상황이다. 본인의 감정 변화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해도, 빠듯한 스케줄과 업무나 과제로 스스로를 되돌아 볼 시간이 없다. 그러나 본인의 문제가 왜 발생하는 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불필요한 시간 소모를 줄이고, 본인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

또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았다고 해서, 모두가 극복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이 극복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위에서 언급된 A군과 B양의 문제 해결도 본인의 의지가 없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본인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려는 자세를 갖추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해결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을 갖자. 그것이 현대인의 정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일 것이다.

이 세상에 원인과 이유가 없는 문제는 없다. 빠듯한 일상생활 속에서 문제에 대한 원인과 이유를 잠시 잊을 뿐이다. 그렇기에 항상 본인을 되돌아보는 자세를 가지고 살아가자. 그것이 즐거운 현대인의 정신건강을 위한 첫 걸음이다.

황래영 기자  rae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