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교육 산실' 우리 대학 자랑거리인 축제 무대

수어·문자(속기) 통역 지원 놓고 불미스러운 논란 

지난 5월 24일, 학생 커뮤니티에 수어 및 속기 통역 관련 농대학생연합회 동아리 손누리(이하 손누리)가 작성한 글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손누리 측은 해당 글을 통해 "학교 측이 청각 장애인 학생들의 불만으로 '베리어프리(장애인의 시설 이용에 장애가 되는 장벽을 없애는 것)존'을 좁히 라고 지시하였다"면서 "예산이 부족하니 수어, 속기 중 하나만 하루에 2시간씩 지원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대학은 전국 최초로 특수교육과가 설치된 곳이며, 특수 교육의 산실이다. 장애 학우 복지가 우수한 것으로 명성이 높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회복지사를 배출한다. 몇 년 전 축제 무대 위 수어·속기(문자) 통역이 대대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 대학의 자랑거리가 불미스러운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지난 5월에 열린 1학기 대동제에 우리 대학 학우들이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다. (출처: 대구대학교 페이스북)

■ 손누리 측, 언론 통해 이번 일 계기 삼아

일반 학우들 장애 인식 개선 희망 

글이 올라온 다음 날인 지난 5월 25일, 본지는 작성 당사자인 황현정 손누리 동아리 회장을 만났다. 황현정 손누리 회장은 수어 통역사를 통해 본지에 입장을 밝혔다.

황 씨는 "'이번 축제 때 수어가 없다'는 말을 학교 직원을 통해 전해 들었고, 이를 다른 학생이 처음으로 글을 올리게 되었다"며 "확실하게 파악하기 위해 학교 측에 문의했다"고 했다. 이어 "학교 측이 예산 부족으로 인해 속기와 수어 통역 중 하나를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파악 과정을 거친 후 손누리 측이 학생 커뮤니티에 공식적으로 글을 올렸다.

글 내용 중 '속기, 수어 통역 중 하나를 지원해 주겠다는 것을 당일 통보받았다'는 내용이 있다. '당일 통보받았다'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황 씨는 "(손누리 입장에서) 해당 사실을 알게 된 때가 축제 당일날이었다"며 "당일이라서 우리가 만나거나 할 수 없었고, 학생 커뮤니티에만 우선 상황 설명글을 올린 것이었다"고 했다. 

손누리 측은 글을 올린 후 해당 문제에 대해 총학생회와 이야기를 나눴고, 축제 둘째 날부터 수어·속기 통역이 모두 지원됐으며 베리어프리존도 작년과 동일하게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황 씨는 "둘째 날 부터 총학생회와 조율해서 작년과 동일하게 진행됐다"면서도 "2학기 때 축제를 하게 되면 같은 상황이 재발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베리어프리존의 위치 배정에 대해서도 "작년엔 앞쪽 펜스였고, 올해는 펜스 뒤쪽 양 사이드에 있었다"며 "자막이나 수어가 기둥에 가려져서 안 보이는 자리"라고 주장했다.

또 "스피커의 바로 앞쪽에 있다 보니 진동이나 울림이 심하게 몸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황 씨는 "배리어프리존은 휠체어 학생을 위한 것이 아닌 모든 장애학생을 위한 곳"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황 씨는 "이번 일을 통해 학생들이 좀 더 장애에 대한 인식을 넓게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언론을 통해 전하기도 했다. 또 "학생회 측엔 이미 불편 사항들을 다 전달해서 괜찮으나, 대학 측이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황 씨는 "우리는 수어, 속기 통역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대학 측, 개별 예산 마련하고

교내 부서 협조 체계 마련..

베리어프리존 관련 위치 재조정 논의도 

학생문화팀 관계자는 본지를 통해 "수어, 문자 통역과 관련하여 통역사 시급 문제 조율에 난항을 겪었다"면서 "예산은 한정되어있는데, 통역사 임금 지급과 관련하여 과도한 경비가 우려되었다"고 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최대한 수어, 문자 통역을 제공하고자 노력했다는 것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통역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기에 수어 통역을 진행하려 했으나, 교내 장애인 관련 부서·기구를 통해 수어를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파악했다"면서 "협의 끝에 자막을 제공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또 "워낙 관련 민원이 많이 들어와 둘째 날부터 수어, 문자 통역을 다 제공하고자 무리하게 예산을 끌어와 진행시킨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베리어프리존 논란과 관련해서 관계자에 따르면 안전을 최우선 염두로 뒀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무대 앞 고압 전선, 가스선이 대거 배치되어 있는 점을 고려하여 베리어프리존 위치를 배정했다. 특히, 작년 대형 압사 사망 사고가 발생하며 안전에 대한 경찰, 소방 측의 규제·감시가 심해졌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축제 기간 동안 안전 문제 감시를 위해 경찰차와 소방 차량들이 교내에 대거 보이기도 했다. 

베리어프리존에는 휠체어를 탄 학생뿐 아니라 모든 장애 학생들이 함께 한다. 관계자는 발달 장애를 가진 학생들도 함께 하는데 자칫 안전 문제와 관련하여 돌발 상황이 벌어질까 걱정이 많았던 점도 전했다. 

한편, 학생문화팀은 기획처를 통해 수어, 문자 통역 별도 예산 마련을 제안하고, 교내 장애인 관련 부서·기관과 협조 체계를 재정비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베리어프리존과 관련해서도 향후 위치 재조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누군가의 잘못을 따져 비판하는 것도 필요하나,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어떤 대책이 좋을지 논의를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학교 당국이 학생들의 의견을 더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김규민 기자, 류미나 수습기자  mongo2015@daum.net ,fbalsk58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