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오른쪽)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 현안 당정협의회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대학이 대가대, 경일대와 같이 연합 형식의 글로컬대학 30 사업에 지원했다. 같은 학교법인의 대학과 전문대학 간 또는 국공립대학 간 통합 계획과 달리 다른 사립대학 간 연합 계획은 이번이 처음이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당 사업의 골자는 지역혁신과 대학발전을 선도하기 위해 혁신 의지가 있는 30개 대학을 선정, 학교 당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공모사업이다. 지방대가 혁신 대책을 학교 자체적으로 수립하여 A4 5쪽 이내로 교육부로 5월 31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사업 전체 지원 대상 가운데 4년제 대학의 97%가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27곳은 대학 간 통합을 전제로 공동 신청했다.

특히, 해당 사업에 지방대 3분의 2 가까이가 신청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가 가속화됨에 따라 생존 절박감이 겹쳐 파격적인 재정 지원을 해준다는 정부 움직임에 전국 대학 본부들이 합류한 것이다. 

'혁신 사례를 대학이 가져와 정부에 제출하라'는 것인데 이는 교육 당국의 무책임 정점이다. 3조 원 혈세도 투입된다. 교육부가 대학의 생존을 위해 고등 교육 여건 마련을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왜 대학들한테 돈 줄 테니 알아서 생각해오라 하나. 여기에 대학 당국들이 손뼉 맞추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글로컬 대학 신청 경쟁을 위해 일부 대학들은 혁신안 집필을 위해 기획처도 안 끼고 교수진으로만 집필위원회를 가동해 총장에게 직보 하는 등 아이디어 유출 주의에 총력을 기울이고, 혁신안 자체가 기밀이라 외부 컨설팅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짜냈다고 한다.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한다. 

심지어 일부 대학의 경우는 통·폐합, 학과 구조조정 등을 혁신 사례로 들고 나왔다고 한다. 대학이 정부의 글로컬사업을 따내기 위해선 과감한 개혁 방안이 큰 배점으로 작용하는데 당국이 사실상 뒷짐 지고 지방 대학들 간 알아서 구조조정 순서 정하라고 하는 것 아닌가. 

이주호 부총리도 지난 5월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글로컬대학 30'사업과 대학구조조정이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통폐합, 구조조정이 과감한 혁신 항목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도 의구심이 든다. 긴축과 규모 축소가 한국 대학의 세계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행보인가. 

일부 기성언론도 '글로컬대학, 역대급 구조조정일뿐', "'글로컬대학 30' 본질적 해결책 아냐", '지역대 졸속 통합 부추기나'라는 헤드라인으로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소규모 대학들이 글로컬대학 30 사업 계획을 듣고, 사업 항목을 충족시킬 엄두가 나지 않아 그림의 떡이라고 평가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에 이주호 부총리가 "소규모대학도 혁신성 높으면 지정 가능하다"고 진화에 나섰으나, 현실적으로 신청 대학을 보면 지방대 중에서도 중견·대형 규모 대학들이 대부분 신청했다. 지방대 사이에서도 대학마다 격차를 현저히 보여주는 것 아닌가. 

근본적인 대학 개혁 출발점은 고등교육 국가 예산 비중 확대이다. 정부 지출 확대 같은 국가적 책임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대학 공공성 확대, 부실 사학 경영자 책임성 강화 역시 선행되어야 한다. 소규모 지방 대학도 독자적으로 일할 수 있게끔 국가가 지원해 주고, 해당 구성원들이 특성화된 대학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보조해야 한다.

현실을 외면하고 국가적 교육 투자를 방치한 채 지방대를 유기해 놓고, 이제 와서 거액의 예산 지원해 줄 테니 알아서 대학이 개혁 방안을 마련해오라는 식의 교육 정책이 말이 되나.

이번 사업으로 인해 통폐합, 구조조정이 이뤄질 경우 피해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쏟아진다. 실제로 부산대·부산교대가 이 사업을 계기로 통합 정책을 내세우자 학생들이 반대하며 벌써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자칫 국민 혈세로 대학 간 통폐합·학과 구조조정을 부추기고, 대학 내부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드는 사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교육부가 대학 혁신 방안을 구조조정, 긴축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대학도 스스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재학생들이 고등 교육의 수혜를 온전히 받을 수 있는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학생들이 서울을 떠나 지방에 올만큼 획기적으로 체감되는 혁신, 지방 자체가 살아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들이 혁신 항목으로 평가되어야 진정한 글로컬대학 30의 의미를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