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이 지난 4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직역 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양곡관리법 이후 2번째 거부권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두고, 간호계는 파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의원 제적수 2/3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국회 재상정 후 본회의 통과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부결됐다. 

간호사의 권리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간호사의 권리보장을 위해 법을 따로 분리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양곡관리법을 반대하는 맥락과 같은 이유라면 간호법 제정 시 공평하게 다른 의료계에 종사하는 구성원들 각각의 법률도 제정해야 한다. 대통령이 "직역 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간호법 내용 중 제1조 부분을 살펴보면 ‘이 법은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생략)’라는 내용이 있다. ‘지역 사회’라는 단어가 법안으로 넣기에 그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고 방대하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해당 문구가 문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역 사회'라는 문구가 서비스의 형태로 입법되기 위해선 그 형태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이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해당 범위가 너무 방대하여 법안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마치 간호사의 ‘단독 의료 행위 가능’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간호사의 단독 의료 행위는 현행 의료법 상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법안끼리 자칫 내용이 충돌할 수 있다. 덧붙여, 간호사의 업무가 확장되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간호사가 의사 업무를 대신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법률안이 마련된다면 의료계 내부 업무 충돌이 일어나 일선 현장에서 혼란을 줄 수 있다. 또한, 현행 보건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의료 영역 서비스 보장을 통한 질적 개선 목적의 법안이 오히려 의료 서비스의 질을 되려 하락시키는 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법안 충돌 우려, 직역 간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간호법 단독 제정보다는 직업의 처우 개선을 획기적으로 마련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간호사도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계 내부에서 원활하게 타협하고, 역할을 조율해 나가는 숙의 과정이 중요하다. 또 윤석열 대통령 역시 대선 후보 시절 공약한 간호사 처우 개선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