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과대학 내 설치된 투표소의 모습 - 사진은 기사과 무관합니다.

중선위, 선거인 명부 서명인 수와

남은 투표용지 수 불일치에

경영대학 '부정선거 정황' 의결..

알고 보니 선거인 명부 누락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5~16일 양일간 진행된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기표가 된 표를 모두 무효로 했다. 6개 단과대학 보이콧이 발생한 선거 파행 수습을 위해 중선위가 지난 16일 선거관리위원 및 양 후보자 등을 소집하였고, 중선위는 소집 당일 회의 결과를 공유하며 "오는 23일~24일에 전자투표로 총학생회장 선거를 재투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선거인 명부 서명인 수와 남은 투표용지 수의 불일치가 경영대학의 '부정선거 정황'으로 의결되었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중선위의 명확한 입장이 나오지 않자 6개 단과대학이 보이콧 하며 파행이 거듭된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본지 취재 결과 접히지 않거나, 돈뭉치처럼 기표가 된 투표용지가 투표함에서 발견되었다는 주장이 나와 파장이 예상된다. 

선거 둘째 날(지난 16일) 오전에 경영대학의 선거인 명부가 누락된 것으로 밝혀졌고, 이후 기표가 된 수와 명부 서명인 수간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이 때문에 중선위의 업무 미숙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고,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 당시 의결 현장에 직접 있었던 

경영대학 학생회장

작년의 경우 투표 종료 직후 봉투 안에 서명인이 포함된 선거인 명부와 남은 투표용지 수를 테이핑하여 보관하였는데, 올해는 중선위 측에서 명부와 투표용지를 직접 수거하여 숫자를 세어보는 것으로 변경되었다는 게 경영대학 학생회장의 설명이다. 중선위원장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전파받은 경영대학 학생회장은 사전에 변경된 방식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선거인 명부가 누락된 학과의 경영대학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은 중선위에 명부와 투표용지를 제출해야 하는 것에 인지를 못 했던 것으로 보인다. 안진오 경영대학 학생회장은 지난 17일, 본지를 통해 "경영대학 내 선거 투표 현장에 있었던 (선거인 명부가 누락된 학과의) 경영대학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이 작년과 동일하게 테이핑 하여 보관한 것 같다"면서 "이 때문에 선거인 명부가 누락된 것"이라고 했다.

경영대학 학생회장 설명에 따르면 경영대학 대의원회 의장이 현재 IPP 실습 병행을 하고 있고,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 중이나 선거 첫째 날(지난 15일) 투표 종료 당시에는 투표소 현장에 없었다고 했다. 투표 종료 직후 중선위원장이 경영대학 학생회장에게 "(서명인이 포함된 선거인 명부와 남은 투표용지를) 다 가져가겠습니다"라고 했고, 사전에 변경된 방식을 알고 있었던 경영대학 학생회장은 중선위원장에게 "알겠습니다"고 했다. 

이후 중선위 검증 과정에서 경영대학 측이 제출한 서명인이 포함된 선거인 명부와 남은 투표용지를 비교해 보니, 숫자가 불일치했다. 중선위의 부정선거 정황 의결 자리에 참석했던 안진오 경영대학 학생회장은 당시 매우 당혹스러웠다는 입장이다. 안진오 경영대학 학생회장은 "(숫자 불일치를 두고)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투표율 확인을 위해 투표한 학우 수를 일일이 기록했었다"고 했다. 

■ 선거인 명부 누락 가능성

언급 없이 의결 진행돼 

중선위에서 투표함을 직접 개봉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경영대학 학생회장은 개봉하기 전 서명인이 포함된 선거인 명부를 직접 확인해 볼 것을 제안했다. 경영대학 학생회장은 "중선위 의결 당시 소집된 위원들 한 명당 선거인 명부를 한 장씩 확인했었다"면서 "만일 자신이 전체 선거인 명부를 확인했었다면 누락된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영대학 학생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중선위원장이 서명인이 포함된 선거인 명부와 남은 투표용지를 "다 가져가겠다"라고 말했었고, 이 때문에 선거인 명부 누락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안진오 경영대학 학생회장은 당시 상황을 복기하면서 "중선위원장이 분명 (서명인이 포함된 선거인 명부와 남은 투표용지를) 다 가져갔는데 왜 숫자가 불일치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의결 당시 중선위 내부에서 아무도 선거인 명부 누락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았고, 경영대학 학생회장도 중선위원장이 서명인이 포함된 선거인 명부와 남은 투표용지를 "다 가져가겠습니다"라고 했었기 때문에 누락됐을 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채재원 중선위원장 역시 기자에게 의결 당시 선거인 명부 누락 가능성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했다.  

선거권 박탈이 결정된 이후 다음 날 경영대학의 선거 현장에서 누락된 선거인 명부가 발견되었다. 이 사실을 알아차린 안진오 경영대학 학생회장은 즉시 중선위 측에 연락을 취했고, 중선위가 누락된 명부를 수거해 갔다. 숫자를 맞추기 위해 누락된 명부에 서명인을 조작 기재했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서 경영대학 학생회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있는 그대로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안진오 경영대학 학생회장은 본지를 통해 "이번 일로 학우들에게 손해를 끼친 것을 사과한다"면서도 "중선위와 접촉하는 것이 좀 더 원활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자발적 선거 보이콧이 아닌 강제로 보이콧이 되어버렸다"면서 "차질 없이 경영대학 내 선거가 다음에 무사히 치러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 "돈뭉치처럼 기표된

투표용지 나와"

본지는 앞선 보도 <사상 초유의 파행.. 6개 단과대학 선거 보이콧> 기사를 통해 "중선위 측의 입장을 다시 취재하겠다"고 했다. 이후 기자가 채재원 중선위원장에게 다시 연락을 취했고, 채 위원장은 "중선위 구성원 중 선거 보이콧에 동참한 인원도 포함되어 있다"면서 "혼선 방지를 위해 중선위 위원장으로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며 의사 표시를 했다. 지난 21일, 채 위원장은 중선위원장으로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입장을 본지로 공식적으로 밝혔다. 

현재 중선위는 위원장(총대의원회 의장), 부위원장 2인(총학생회장, 총동아리연합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에는 총대의원회 부의장 1명·총학생회 부회장 1명·단과대학 대의원회 의장 4명·단과대학 학생회 회장 4명·총대의원회 위원 4명·총학생회 국장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채 위원장이 본지에 제출한 답변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진행했던 총학생회장 선거의 선거인명부 집계 과정에서 착오가 벌어졌던 것은 사실"이라며 "투표함을 선거 기간 중 개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행위지만 (투표함 개봉을 하지 않는다면) 선거인 명부에 존재하지 않는 표의 행방을 찾을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투표함 개봉 이유에 관해 설명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중선위원의 전원 찬성으로 녹화를 진행하여 투표함을 개봉했다.

위원장은 "(투표함 개봉 이후 누락된 선거인 명부가 발견된 것이) 우연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채 위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투표함 개봉 후 부정선거 의혹이 확신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었다고 했다. 한 번도 접히지 않은 빳빳한 투표용지 53장이 도장만 찍힌 채 다발로 들어가 있었고, 한번 접은 투표용지의 경우 임의로 한 번에 넣은 듯한 돈뭉치와 같은 모습으로 총 99장이 발견되었다는 게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러한 모든 정황을 살펴보았을 때 선거인 명부가 사라졌다가 다음 날 발견된 점에서 누구나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 판단했다는 것이 중선위원장의 입장이다. 채 위원장은 "다음 날 발견된 명부를 회수하여 경영대학 측에 문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었기 때문에 공지가 늦어졌다"고 했다. 명부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경영대학의 선거를 정상 진행하기 어려웠고, 이에 따라 선거가 일시 중단된 상태였다는 것이다.  

채 위원장은 본지를 통해 "처음 겪는 상황이라 대처가 늦어졌고, 위원들과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점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 본 학우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위원장은 "선거 의혹 제기 이후 총학생회장 선거가 올바르게 진행되지 못했다"며 "중선위원·양측 입후보자를 긴급 소집하여 회의를 진행하였고, 회의 결과 기존 총학생회장 투표는 전면 무효화 처리하고 전자 투표 방식의 재투표를 의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원장은 "(대구대신문에 제출한) 본 답변은 잘못이 없다는 것을 표명하는 바가 절대 아니다"라면서도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내릴 수 있었던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선위 사퇴론 및 책임자 문책 요구 등에 대해서 위원장은 "중선위원 및 위원장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마음가짐은 중립"이라며 "특정 입후보자를 지지하는 것과 같이 위원장으로서 맞지 않는 행동을 했다면 당연히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그러나, 채 위원장은 "사퇴함으로써 해결될 상황은 없었다"면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책임을 묻는 것보다 발전된 모습과 신뢰를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비판과 여론이 있었지만 각자 위치에 있어서 잘못된 점은 인정하고 앞으로 있는 선거를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 생각한다"며 제기되는 사퇴론에 대해 일축했다.

한편, 이번 총학생회장 선거에 대해서 일부 교직원, 교수들도 촉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한 교직원은 "과거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일어나긴 했으나, 유례없는 것은 맞다"면서도 "여전히 이러한 일이 발생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치 전공 교수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학생들이 선거에 신중하게 임해야 하는 이유를 새삼 깨달았을 것"이라며 "학생 자치 과정에 교수, 교직원이 관리자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틀림없이 학생들 스스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김규민 기자  mongo2015@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