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울산 시장 선거는 부정 선거의 종합판” 2021년 5월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재판의 피고인들. 당시 송철호 울산시장(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이날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송 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각종 불법·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핵심이다. 일각에선 '민우참(민변, 우리법연구회, 참여연대)'으로 불리는 김명부 사법부 코드 인사(문재인 정권 성향 판사)들이 재판을 뭉갰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11월 29일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의원(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이른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해 징역형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송 전 시장의 유죄가 선고된 같은 날 우리 대학 중선위가 지난 11월 23일부터 24일 양일간 열린 총학 선거에서 직선으로 선출된 선본에 대한 당선 무효화 결정을 내렸다. 해당 선본에 대한 각종 비위에 대한 의혹이 투표 기간 중 수면 위로 떠올랐고, 많은 학우들의 의문이 제대로 풀리지 않은 채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

송 전 시장은 이러한 의혹에 휘말린 정점에 있었지만 임기 4년을 무사히 채웠다. 그는 재판을 받는 와중에도 작년 지선에 출마하여 시민들에게 재신임을 물었다. 송 전 시장이 임기를 무사히 다 채울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직선으로 선출된 광역단체장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 체제는 직선으로 선출된 공무원의 선거 전후 비위나 범죄 행위 의혹이 발생해도 현행범이 아닌 이상 쉽게 체포하지 않으며, 현행 사법 체제를 통해 재판에 넘기고 그의 직위 상실 여부를 판가른다. 선출직 공무원들이 1심, 2심에서 실형 선고가 나와도 법정 구속되지 않은 사례도 많다. 재판부가 "(선출직 공무원의) 지위를 고려하여 도주 우려가 되지 않아 구속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단의 이유다. 비선출 권력인 사법부가 선출직 권력을 구속시키거나, 직위를 박탈하는 것이 매우 엄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현실 정치처럼 학생자치기구 일원이 사법 체제에 적용받아 정치적·법적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어렵지만 최소한의 정당성 확보 과정은 필수적이다. 중선위가 논란 끝에 혼란 확산을 사전에 차단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평이 나오기는 하나, 선거 결과에 대한 무효화 결정을 내린 것은 우리 학생 사회가 매우 엄중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중선위는 그동안 학생 사회 내에서 많은 질타와 의구심을 받아왔다. 

중선위에 포함된 구성원이 누구이며, 구성원 선발 기준이 무엇이냐는 것이 주 내용이다. 판결을 내리는 기구인 대법원, 선거관리위원회, 헌법재판소 등은 정치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구성원들이 임명 이전 국회에서 인사 청문회를 거쳐 청문보고서를 채택받거나, 기관장에 대해서는 국회 임명동의안을 거친다. 부결되면 기관장에 취임할 수 없다. 최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학생자치기구 내에서 판단을 내리고, 학생들이 직접 투표한 결과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구라면 구성원 선발 과정을 대학 사회 내 성실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를 위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위원회 구성을 위해 최소한의 사전 약식 청문회와 같은 것이라도 학생들에게 모두 공개되어야 한다. 그래야 향후 이번 사태와 비슷한 일이 반복되더라도 그들이 내린 결정에 대한 당위성이 훼손되지 않을 수 있다.

당선된 선본 역시 학생들에게 책임감 있게 적극적으로 의혹을 해명하고, 입장을 밝혀 학생들의 판단에 맡길 의무가 있다. 과거 우리 대학 윗선들이 법적 소송에 휘말리고, 법원의 결정에 따라 퇴진하거나 복직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학생사회 마저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선위의 판단에 대해 반발하거나 불복하는 경우 본인들이 내릴 결정에 대한 파급효과를 신중히 고려하고, 학생들에게 구체적으로 대응의 이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그것이 유권자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일부 인사들은 이번 사태를 보고 현행 회칙상 당선된 입후보자가 사퇴하거나, 정치적 책임을 지기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설령 당선된 이후, 또는 임기 개시 후 어떠한 비위 여부가 드러나더라도 해당 당사자들이 문제를 수습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주는 방안이나 학우들이 직접 책임을 묻는 주민 소환 제도 도입과 같은 대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해봐야 한다.

현행 자격심사 역시 이번 사태를 통해 한계가 드러났다. 자격심사뿐 아닌 강도 높은 학생 청문회, 자격심사·청문회 등 생중계, 후보자 토론회 의무화 등을 통해 유권자들이 사전에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경로를 확대해야 한다. 학생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학생 자치기구 구성원 및 선거 입후보자들이 학교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독자들의 판단에 맡길 수 있는 성숙한 언론 문화 정착 역시 필요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학생 정치 앞에는 산더미처럼 많은 숙제가 놓여있다. 이번에 발견된 한계와 모순을 풀어나가는 것은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갈등과 좌절이 닥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 개혁은 어렵지만 꼭 해야 하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숙제를 골칫거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학생 자치기구 일원들이 과업으로 삼아 책임감 있게 완수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하고 깨끗한 대학 사회를 만드는데 우리 학생들이 일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