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무마용 아냐" 해명하기도

지난 12월 19일, 웅지관 3층 강당에서 '총장과의 대화'가 열렸다. 박순진 대학총장(무대 위)가 대화 자리에서 교양 교육과정 개편과 관련된 설명을 하고 있다. (미디어센터 제공)

지난 12월 19일, 웅지관 3층 강당에서 '총장과의 대화'가 열렸다. 최근 대학 교육의 개편에 대한 본부 움직임에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 불통, 독주에 대한 지적이 나오며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계속되는 여론 악화 속 대학 총장이 직접 대화의 장을 연 것이다. 이 날 총장과의 대화에는 학내 보직자 및 교직원, 각 단과대학 학생 자치기구 대표, 일반 학우를 비롯 학생 언론이 참석했다. 지난 3월 경 자유열람관 폐관 논란 이후 대학 본부 차원에서 직접 공개적인 학생 대화의 자리는 약 9개월 만인 것으로 파악된다. 

◇ "교양 개편 프레임 바꿨다고 오해" 

현재 대학 본부가 가장 크게 비판받고 있는 점은 일방적인 교육 개편을 시도하여 대학 교육의 질을 퇴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총장과의 대화에서도 이 같은 지적 사항들이 질의응답 내 비교적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사범대학에 소속된 한 학우가 ”(교육학 시간에 배운 것을 토대로 살펴보면)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3~40명이 적정하다“면서 ”현재 교수 1인당 학생 80명을 담당하는 강의는 수업의 질 저하 및 재정위기로 비롯된 복합 신설학과 개설은 대학 교육이 퇴보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총장에게 질의했다.

이에 총장은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비춰봤을 때 (우리 대학은) 중등 교육 환경과 큰 차이가 없다“는 대답을 했다. 그러면서 총장은 ”공통 교양의 경우 수업 당 학생 수가 2019학년도(23.6명), 2023학년도(24명)와 비교해 보면 모두 30명 이내 학생 수를 평균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며 ”코로나 전후와 비교하면 (수업 당 학생 수가) 크게 변화한 것이 없으며 전공 수업의 경우도 2019학년도(35.4명)와 올해(33.4명)를 비교하면 (수업 당 학생 수가) 오히려 약 2명 정도 줄었다“고 했다. 

총장은 "2019년과 올해를 비교해 봤을 때 전체 학교 재학생 수는 줄어들었다"며 "학생이 줄어듬에 따라 강좌의 수가 줄어든 것이며, 이전처럼 학생 수가 많아진다면 그에 맞춰 교양 과목 등 수업 수가 늘어날 것이다"고 했다.

복합 신설학과 개설에 대한 지적에도 총장은 "산업 구조 측면과 시대상을 모두 고려하여 대학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적용해 나가는 것이 맞다"면서 "미래에 대한 투자는 모험이 될지라도 망설이지 않아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퇴보하는 학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학교"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되었던 수업 당 수강 인원 증가에 대해 기획부처장은 "본래 (수업 당 수강 인원이) 70명으로 운영하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한시적으로 50명으로 줄어든 것"이라며 "다시 원래 수강 인원 숫자로 복원시킨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총장 역시 "(학생이 수업을 들을 때) 인원이 많아 복잡해서 듣기 어렵다면 개선할 것이고, 교무처에서 (관련된 사안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총장을 이를 통해 본부가 노력하고 있고, 해당 문제가 개선될 것을 기대하기도 했다.

박순진 대학 총장은 이 날 대화에서 교양 교육과정 개편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본부 입장을 피력했다. 총장은 "교양의 프레임을 바꿨다고 오해한다"면서 "(기존의 틀은 변화 없이 그대로 가되) 학생들의 선택권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했다. 

총장에 따르면 개편될 교양 체제는 균형교양 영역에 여가·체육 부분을 추가한 것이며, 공통·균형 교양 영역에서 학생에 따라 선호하지 않는 과목을 듣지 않아도 졸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교양 체계를 이수하기를 원한다면 그대로 수강하여도 문제가 되지 않으며, 해당 개편안은 재학생에게 해당되지 않고 신입생부터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총장은 새로 신설될 여가·체육 균형 교양에 대해서도 "(많은 학생들이) 체육 분야에서 약하다"면서 "초·중·고의 체육 수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현 교육부의 기조"라고 했다. 

그러면서 총장은 "초·중등에서 하지 못한 것을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면서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학생들의) 사교적·대외적 활동이 그간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고, 이러한 체육 수업을 대학이 권장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필요할 것이라 판단했다"고 했다. 총장은 이와 더불어 "오히려 체육 과목이 기존 문학, 사회, 철학 과목보다 투자되는 비용이 더 많이 드는 실습 수업이다"고 했다. 

◇ "언제든지 본부에 직접 문의해달라"

총장과의 대화에서 모집 중지 대상 학과 학생들의 질문이 나왔다. 대학 본부가 내놓은 단과대학 재편안에 따르면 일부 학과들의 소속 단대가 이동되거나, 신입생 모집이 중지되는 등 본부 차원의 여러 학과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총장은 "(학과 신입생의) 모집을 중지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신입생 모집 중지 학과의) 학생들에겐 죄송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입생 모집이 중지된 학과 소속 학생들의 학교 차원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총장은 "(폐과 학생들의) 전공 이수에 관한 특례 같은 것이 교무처 차원에서 메뉴얼로 만들어져 회람도 있다"면서 "다른 학과로 전과시켜주거나, (폐과 대상 학과의) 강의 개설 시 수강 인원 수가 적어도 수업을 열어준다"고 설명했다. 총장은 "폐과 대상 학과 소속 교수의 수업 보장 및 인사이동 문제와 관련해서도 본부의 메뉴얼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총장은 모집 중지 대상 학과를 비롯 학생과 대학 본부 간 소통 문제 지적에 대해서 "(일부)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총장은 "(학생과 본부 간) 소통이 막혀있는 느낌"이라며 "학과, 단과대학 내부에서 학생들이 본부와 대화를 요구하나 이것이 (본부에) 안 닿는 것 같다"고 했다. 이와 더불어 총장은 "직접 본부에서 관련된 사안을 알려도 학생들에게 전달이 잘 안 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직접 학생처나 대학 본부에 문의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문의를 한다면) 나름 합리적이고, 적극 응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총장은 "기본적으로 학과 교수들은 폐과(모집 중지)에 대해 반대한다"며 "학생들도 여러 경로를 통해 정확하게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총장은 과거에 대학 본부가 모집 중지 대상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화의 자리를 만들려고 했으나, 학생들의 참여 수가 저조해 불발된 사례를 말했다. 

총장과의 대화에서는 교육 과정 개편·학과 통폐합 관련 사안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질의응답이 오고 갔다. 이 중 대학 본부의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다수 나오기도 했다. 한 학생이 "대학 본부가 소통하는 초점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서 "(현행 대학 본부 소통 방식은) 사전이 아닌 사후 커뮤니케이션 아니냐"는 질문에 총장은 "직접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이슈가 생기면 자리를 마련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장은 "(이번 사례와 같이) 누군가 대화를 요구하거나, 수요가 있으면 만날 것"이라며 "학생들이 대학에 대해 불만이나 불편이 있다면 학생처와 같은 유관 기관을 따로 만들었으니, (해당 교내 부서를 통해) 연락달라"고 했다.

또한 정책 결정 시 학교의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냐는 학생 질문에 총장은 "대학 운영에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제도적으로 넓히고 있고, 최근 대학 의사결정 반영에 참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여론 조사를 실시하더라도)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대학은 서비스 제공자로서 결정 후 의견 수렴을 진행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향후 정책 결정 이전 여론 조사 실시 여부에 대해선 "깊이 고민해보겠다"고 즉답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학생 복지, 등록금 인상 여부, 단과대학 재편 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고 갔는데 복지 관련 질문에는 총장은 "더 살펴보고 노력하겠다"와 같은 맥락의 대답이 주를 이뤘고, 등록금 인상 여부에 대해서 총장은 "현재까지 검토된 사항이 아니다"고 답했다. 단과대학 재편 문제에 대해서도 총장은 "현재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공청회에서 발표된 재편안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학생 언론은 무슨 질문을 했나..

"'재정 위기론'왜 나오는지 미스테리"

총장과의 대화 도중 박순진 총장은 한 학생이 재정 위기를 언급하며 질문한 것에 대해 "재정 위기라는 단어가 (대학 사회 내부에서)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학생 언론이 "취재를 나가보면 대부분의 대학 실무진들이 재정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총장이 일선 실무진들과 인식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질문했고, 총장은 "(과거 적립금 고갈 우려가 있었으나) 현재 대학 적립금이 줄거나, 인출 계획은 없다"면서도 "균형 재정을 실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장은 "회계상 수입 이상으로 지출하지 않고 있으며, 적립금 고갈 시기도 4년 정도 시간을 벌었다"며 "교원 임금 역시 조정 예정이었으나, 그대로 (삭감 없이)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총장은 "전체적, 객관적인 상황에선 위기 상황이 맞으나, 근처 타 대학에 비해 재정 운용이 잘 이뤄지고 있다"면서 "대학 본부가 넉넉하다고 말하지 않고, 위기 상황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니 학내 구성원들이 불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장은 "재정 위기 상황의 대학이라면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전공 강의당 학생 수가 감소하는 등 지금과 같은 운영을 할 수 있냐"면서 "재정 위기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미스테리"라고 반문했다. 이와 더불어 이번 총장과의 대화가 여론 무마용으로 보일 우려가 있다는 언론 질문에도 총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적극적으로 학내 구성원을 만나려고 하는 것이 (본인의) 기본 생각"이라고 해명했다.

총장에 대해 '독불장군, 불통·독주'라는 일각의 오명에 어떻게 생각하냐는 언론 질문에 총장은 "(대학 구성원들이 자신을) 안 만난다준다거나 이런걸로 지적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직접 많이 만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장은 "역대 총장 중 본인만큼 대학 구성원을 많이 만난 경우가 없다"고 자평했다. 다만, 총장은 이러한 오명에 대해 "집행부 입장에서는 모든 구성원의 말을 다 들어줄 수 없기에 소위 '독불장군'이라는 지적을 받는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교직원 게시판 내부에 올라오는 본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에 대해서도 총장은 "과거 신입생 충원율 미달 시절 내부 게시판을 살펴보면 모든 여론이 다 희생하겠다는 것이 주류였다"면서 "지금은 과거의 모습과 게시판 내부 모습이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총장은 "(교직원 게시판 내부서 대학 집행부를 비판하는 것은) 굉장히 민주적이고 건강한 대학임을 방증하는 것"이라면서 "잡음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박순진 현 총장은 과거 기획처장 역임 당시 통폐합 학과 대상 학생들이 총장실 점거 농성을 하였고, 그 현장에 직접 있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대학 구조조정 시 학내 구성원과 유연하게 타협할 수 있는 묘안이 무엇이냐는 언론 질문에 총장은 "대학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모두가 만족스럽진 않겠으나, 다수가 불편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실제 학생에게 사용되는 예산은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총장과의 대화를 끝낸 박순진 총장은 학생 언론과의 현장 질문에 응하기도 했다. 대구대만의 숙의 모델을 새로 만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총장은 "큰 조직에서 직접 민주주의를 하게 되면 의사 결정을 거의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필요하다면 조금 숫자를 늘리더라도 협의체를 만드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 예시로 연석회의를 들기도 했다. 이번 총장과의 대화에 대한 소감을 묻자 총장은 "대화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질문이 나왔던 것 같다"고 짧은 입장을 전했다.

한편, 총장 최측근 인사는 본지를 통해 "원래 총장과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를 진행할 계획이었다"면서 "여론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이런 자리가 마련되니 (대학 본부가) 등 떠밀려 대화의 장에 나온 모양새가 되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인사는 "향후에도 학생과 총장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규민 기자, 류미나 기자  850563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