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호생활관 행정실, "전혀 사실 아냐"

자치회는 인터뷰 거절 

본지는 비호자치회에서 활동했던 전직 관계자로부터 자치회 관련 부정 비위 의혹에 대한 폭로 및 증언을 확보했다. 지난 12월 8일, 본지 기자들과 대면으로 만난 전직 비호자치회 관계자는 각종 논란(투표 조작설 제기, 자치회 소속 사생 기숙사 우선 배치 의혹, 행사 물품 처리 문제 등)에 대해 폭로했다. 이 관계자는 "(투표 조작 의혹에 대해 설명하며) 내가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보자가 주장한 내용 중 녹취 및 현장 사진 촬영과 같은 직접적인 물증은 입수하지 못했고, 증언에 그친 의혹 폭로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관계자가 과거에 비호자치회에서 활동했었던 사실은 본지 취재 결과 파악한 상황이다. 또한 제보자의 폭로를 검증 없이 그대로 기사에 실을 수 없기에 의혹 제기 대상자들의 입장을 최대한 취재하고자 노력했다. 

(제작: 최다은 대구대신문 수습기자)

◇ 대면으로 직접 기자 만난

前 비호자치회 관계자 

전직 비호자치회 관계자는 대면으로 직접 기자들을 만나 자치회 일원으로서 활동하며 목격하거나, 동조했던 비위 의혹들에 대해 증언했다. 언론은 제보 내용의 신빙성 확보를 위해 제보자가 직접 경험했던 자치회 관련 비위 의혹을 중점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➀ 자치회 기숙사 우선 배치 의혹 -

"'너 어디로 갈래?'라고 묻더라"

제보자에 따르면 10~11월 경 자치회 내부 회의 과정서 자치회 핵심 관계자는 제보자에게 "기숙사 어디로 갈래?"라고 물었다. 제보자는 당시 자치회 내 OO국 소속이었기에 "행복 기숙사로 가고 싶다"고 대답했고, 자치회 핵심 관계자는 "기숙사 신청을 하면 행복 기숙사로 배정될 것"이라고 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차기 자치회 국장급이 될 사람들에게 제보자와 동일한 공통된 질문을 했다고 한다. 제보자는 "자치회 소속 사생을 각 호관마다 1명씩 배치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보자는 "자치회 국장급 중 신관, 행복 기숙사에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자치회는 지난 4월 경 기숙사 우선 배치 의혹 문제를 두고 학생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관련 내용은 사실 무근하고, 긴급 상황에 대비해 자치회 소속 사생을 가능한 각 호관마다 1명씩 배치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② "투표 조작 폭로는 사실" 

제보자는 본지를 통해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치회 투표 조작 폭로 글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당시 개표 현장 및 추가 야간 투표 동원에 모두 현장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제보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내년도 비호자치회 선출을 위한 현장 투표 마감 직후 표를 집계해 보니 개표를 위한 충족 조건 수의 48표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당시 비호자치회 핵심 관계자가 "우리 지금 48표가 부족해요. 어떻게 할까요?"라고 했고, 자치회 내부 일원 중 한 명 역시 "겨우 48표가 부족하다"며 "(투표 조작과 같은) 부정할래? 아니면 재투표할래?"라며 부정 투표를 옹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다른 일원 역시 투표 조작에 동조 및 수긍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특히, 일원 중 한 명이 "('부정 투표 할래?'와 같은 말을 듣는 순간부터) 너네도 동조자"라며 "부정투표 하자고 했다는 것 밖으로 새어나가면 현장에 있었던 사람 명단을 다 공개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제보자는 증언했다. 그러면서 제보자는 "개표를 위한 충족 조건 수를 채우기 위해 투표용지 대부분을 무효표로 만들었다"면서 "(그 과정에서) 기숙사 행정실에서 이를 알아차린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개표 현장 밖에서도 다 들릴 정도로 이 같은 내용들이 오고 갔다"고 덧붙였다. 제보자의 주장에 따르면 기숙사 행정실 측도 투표수 조작을 묵인하고 방관했다는 것이다. 

투표 종료 당일 자정이 넘은 시각 제보자는 직접 기숙사를 돌아다니며 투표용지와 투표함을 들고 밖에 있는 학생들에게 투표 참여를 부탁했다. 이 과정에서 기숙사 사생 신분 파악을 하지 않았고, 자치회 선거 투표 참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 제보자의 증언이다. 제보자는 "당시 지나가는 학생이 보이면 기숙사 사생이냐고 물은 후 학생이 맞다고 하면 투표를 현장에서 바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위기상 투표함, 투표용지를 들고나갔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제보자는 "투표 조작에 동참된 다음 날 (자치회 선거를) 재투표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달받게 되었다"면서 "(자치회 선거를) 다시 해야 하는 사유는 본인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③ "남은 이벤트 상품을 

자치회 일원끼리 나눠가져"

제보자는 본지에 자치회 관련 비위 의혹을 증언하며 자치회가 행사를 진행하며 남은 이벤트 물품을 나눠가졌다고 했다. 제보자 역시 본인이 자치회 일원으로 활동하며 남은 물품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고 했다. 본래 행사 이후 남은 이벤트 물품은 따로 보관하거나, 이월 처리하여 다른 행사 상품으로 사용하는 식으로 활용되어야 하나 자치기구 일원들이 잔여 상품을 나눠 자체 수령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제보자는 자신이 직접 잔여 물품을 수령한 사례로 비호 축제(기숙사 축제) 당시 세탁카드, 간식 행사 잔여 음식 처리 과정에서 부정한 것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기숙사 간식행사는 자치회비를 낸 사생을 대상으로 선착순 진행되고, 학기 당 중간·기말고사 시기에 맞춰 1년에 대략 4번 정도 실시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보자는 "자치회 소속 인원 중 일부는 자치회비를 낸 본인 룸메이트나 지인 중 명단을 미리 적어 간식을 빼놓거나, 행사 마감을 빨리 하기 위해 사생들의 자치회비로 구입한 간식을 행정실에 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비호 축제 당시 사생 대상 이벤트 상품으로 세탁카드 1만원 권을 증정하기도 했다. 제보자는 "대략 500개 정도 주문했으나, 세탁 카드가 많이 남게 되었다"면서 "자치회 인원들 인당 4개씩 세탁 카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제보자는 기자에게 기숙사 축제 때 받았던 세탁카드 4개를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기도 했다. 제보자는 "축제 이벤트 상품으로 나눠준 세탁카드는 일반 세탁카드와 모양이 다르다"며 "명확하게 일반 카드와 구별이 된다"고 했다.  

④ "왜 언론에 제보하게 되었나"

직접 물어보니..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전직 비호자치회 관계자는 대면으로 직접 기자들을 만나 본지를 통해 언론 제보 및 자치회 관련 비위 의혹을 폭로하게 된 계기에 대해 “내부 갈등 과정에서 보복성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후 비호자치회 관련 비위 의혹이 이대로 묻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공익적인 목적으로 언론에 제보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보자는 "자치회 일원으로서 직무를 태만하게 했고 일부 부정한 행위를 묵인했던 것에 대해 학우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학생들이 자치회뿐 아닌 학내 자치기구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이외에도 제보자는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비호자치회 관련 폭로 글로 인해) 자치회 핵심 간부급 인사들이 기숙사 행정실로 불려 가 글을 내리고 수습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기존 폭로 글이 삭제되고, 폭로한 당사자가 입장문을 내었다는 것이다.

또한 자치회 공약 미이행 문제, 자치회 일원 장학금 이중수혜 의혹 등 여러 문제 제기에 대해 제보자를 통해 확인하고자 했으나, 제보자는 "해당 사실은 직접 겪어보지 못해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본지는 관련 사안에 대한 입장 및 물증·증언을 확보하면 정확한 후속 취재를 통해 보도할 예정이다. 

◇ 제보 내용 직접 물어보니.. 

비호생활관 행정실, "전혀 사실 아냐"

본지는 제보자의 증언을 토대로 비호자치회 대상·기숙사 행정실 대상 질문지 두 개를 따로 만들어 취재에 나섰고, 비호생활관 행정실 측은 대부분의 질문지 내용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제보자가 증언한 일부 내용과 상반되는 것이다. 

행정실 측은 기숙사 우선 배치 의혹에 대해 "긴급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 각 호관마다 한 명씩 배치되는 것은 자치회 임원이 아닌 각 호관 동장이 배치된다"며 "우선 선발은 학생 임원진에게 특혜를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닌 비호생활관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선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표 조작 묵인 및 방관 증언에 대해서도 비호생활관 행정실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비호생활관 행정실 관계자에 따르면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치회 투표 조작 관련 내용을 행정실 차원에서 입수한 후 개표 현장에 있었던 자치회 및 동장 학생들에게 확인해 본 결과 행정실 측이 투표 조작을 묵인하거나, 방관했다는 사실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투표 조작 묵인 및 방관과 관련된 말을 절대 한 적이 없고, 전혀 그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묵인하고 조작했다면 조작한 그대로 갔지 재투표를 따로 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자치회 핵심 간부, 기숙사 선관위 측은 개표 충족 투표수의 48표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기숙사 행정실 관계자에게 알렸고, 투표 시간 연장을 요청했다. 비호생활관 행정실 측은 이미 투표 시간이 내부 결재 문서에 명시되었기에 설령 투표 시간을 연장하더라도 개표 결과가 무효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자치회 핵심 간부, 기숙사 선관위 측은 "추가 투표를 진행해 보고, (투표 시간 연장과 관련하여) 내부 결재가 안된다면 깔끔하게 인정하고 재투표 하겠다"고 비호생활관 행정실에 입장을 전달했다. 내부 결재 문서에 명시된 투표 시간 이외에 추가 투표가 이뤄졌고, 이것이 무효 처리되어 재투표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비호생활관 행정실 측은 이 같은 투표 조작 묵인 및 방관 의혹에 대해 "자칫 기숙사 행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비호생활관 행정실 입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하고 아쉬운 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행사 물품 처리와 관련하여 비호생활관 행정실 측은 "상품 같은 경우는 전혀 받은 적이 없지만 음식 같은 경우는 야식 행사 진행 후 남은 음식 폐기가 불가피하기에 차라리 폐기하는 것보다 기숙사에서 수고하는 조교, 캡스 대원, 비호생활관 행정실에 (자치회 측이) 줘서 받은 경우는 한번 있다"면서 "행사가 끝난 후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받았다"고 해명했다.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비호자치회 관련 폭로 글로 인해 자치회 핵심 간부급 인사들이 기숙사 행정실로 불려 가 글을 내리고 수습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제보자 주장에 대해서도 비호생활관 행정실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자치회는 기숙사 사생 대변인이고, 사생을 위해 일하는 복지 기구"라며 "행정실 산하 기구가 전혀 아니며 행정실 차원에서 자치회 활동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자치회 핵심 간부를 행정실에서 불러 뭐라고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렇게 해서도 안되며, 그런 적도 없다"고 했다. 관계자는 "자치회비는 학교 통장을 사용해야 하기에 통장 자금 이용 및 행사 지원을 위해 자치회 핵심 간부랑 연락하는 경우는 있다"고 했다.

인터뷰에 응한 비호생활관 행정실 관계자 중 한 명은 과거 비호자치회 간부를 역임하기도 했다. 본지를 통해 해당 관계자는 전반적인 비호자치회 불신 기조에 대해 "학생들에게 왜 이런 이미지가 잡혔는지 모르겠으나, 생각보다 사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자금 같은 경우는 깔끔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횡령이나 투표 조작 같은 일 없이 기구가 잘 운영되고 있으니 학생들이 믿어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비호생활관 행정실 측은 "자치회비는 임의로 사용이 불가능한 시스템"이라며 "내부 문서를 바탕으로 행정실장의 결재를 받아야 자금을 사용할 수 있고, 자치회 개인을 위해 단 1원도 사용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자치회 일원 이중수혜 의혹에 대해서도 행정실 측은 "장학팀에 결재를 할 때 이중수혜 확인을 위해 협조를 구한다"면서 "모든 장학금은 근로 장학금을 제외하고 대부분 등록금 한도 내에서 교내 장학금이 지급된다"고 했다. 

한편, 비호자치회 측에 기자가 제보자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한 질문지를 보냈으나 자치회는 본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김규민 기자, 류미나 기자  850563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