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이 지난해 11월 전격적으로 정이사가 임명된 지도 6개월이 넘었다. 그러나 17년만에 ‘재단정상화’를 이뤄냈다는 우리 대학교는 이사회가 이사장 선출을 둘러싸고 구재단과 구성원이 대립하며 여전히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구재단 복귀로 분규 재현 조짐
우리 대학은 지난해 7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의 비리 구재단 복귀 결정에 이어 같은 해 11월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가 이를 승인함에 따라 일단 ‘정상화’ 절차에 돌입했다. 그러나 새 이사장 선출을 둘러싸고 구재단측 선임 이사와 구성원측 선임 이사가 충돌하면서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대학을 비롯한 학교법인 영광학원(법인) 산하 대부분의 구성원이 ‘구재단측 이사장’ 선임에 반대하고 나서는 등 또다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이같은 조짐은 ‘사학분쟁을 조정’하여야 할 사분위가 끝내 비리로 물러난 구재단을 다시 불러들임으로써 오히려 분쟁을 ‘촉발’시키는 최악의 결정을 내리면서 이미 예견된 바 있다. 교과부 역시 사분위의 이 같은 결정 과정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끌려 다니더니 결국 ‘정치적 결정’에 대한 개입의 어려움을 들먹이며 이를 승인하고 말았다.

1993년 학원 민주화 투쟁에서 ‘정상화’에 이르기까지
우리 대학은 지난 1988년 이태영 전 총장의 와병과 장기간 해외체류 기간 동안 실권을 거머쥔 이 총장의 부인 고은애 씨와 측근들이 이사장을 비롯한 학교의 주요 보직을 독차지하면서 재단비리가 집중적으로 저질러졌다. 이에 반발한 구성원들은 1993년부터 학원 민주화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당시 재단측과 충돌하면서 극심한 학내 분규를 겪은 바 있다.
결국 전횡과 비리를 일삼았던 구재단이 교과부의 이사승인 취소 결정으로 물러나고 직선으로 뽑힌 총장과 더불어 구성원 모두가 대학 개혁과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온 힘을 쏟은 결과, 지금은 93년 투쟁 당시 강의실에서 쫓겨나 180일이 넘도록 천막 농성을 벌였던 해직 교수(現 홍덕률 총장)가 학생 2만여명, 교수 460여명, 직원 240여명의 전국 15위권 대규모 대학을 이끄는 총장에 취임하는 등 보수일색의 지역정서 속에서 보기 드문 민주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뒤 구재단은 1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구성원들에 대해 사죄는커녕 과거 자신들이 범한 잘못을 반성하지도, 독선적 자세를 바꾸려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구성원들의 정상화 노력을 ‘좌파집단의 불법행위’로 매도하는 데 급급했다.

비리구재단, 구성원을 ‘좌파’로 몰아
한편 우리 대학이 급속도로 안정을 되찾고 발전을 거듭하자, 정부는 우리 대학을 임시이사 파견사유 해소 대학으로 분류, 정이사체제로의 전환을 지시하기에 이르렀고, 법인은 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정상화추진위)를 통해 도출해 낸 ‘학원 정상화 계획안’을 교과부에 제출했다. 그 과정에서 구재단측 인사에 대해 지속적으로 참여를 요청했지만 이들은 오히려 대학 및 법인 경영자들을 ‘친북좌파’로 몰았고, 끝내 계획안 마련에 대한 참여를 거부했다.
한편 지역사회도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등 지역 주요기관장들이 구성원들의 정상화 계획안을 공개지지 하는 한편 시민사회에서는 ‘대구대 정상화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우리 대학 법인 주도의 정상화에 힘을 보탰다. 이처럼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던 정상화 문제는 사분위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암초에 부딪쳤다.
사학에 대한 임시이사 선임과 해임,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의 정상화 추진 등을 심의하는 등 실질적으로 사학 문제를 좌우해 온 사분위는 현 정부 들어 위원 대부분이 보수성향으로 재편되면서 결정을 내린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결국 지난해 7월 14일 전체회의에서 비리재단의 복귀를 결정짓고 말았다. 사분위는 이에 대해 ‘구성원이 반대하는 기피 인물을 배제하고 중립성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며 애써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구성원이 학원 설립자 몫으로 양보한 4명의 인사 중에서 1명을 선임하고 실질적인 구성원 추천 인사는 단 1명만 선임하는데 그쳐 구성원의 의사는 애초부터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괴청년들 대동한 구재단측 이사들
이같은 비리구재단 복귀 결정에 대한 구성원과 지역시민사회의 우려는 11월 11일 개최된 첫 이사회에서부터 현실로 나타났다. 이날 이사회는 특히 우리대학17년의 임시이사체제에 마침표를 찍는 동시에 학원 정상화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사안인 신임 이사장을 선출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자리이기도 했다.
회의가 열린 대명동 캠퍼스에는 교수, 학생 등 범대위 소속 구성원과 장애인단체를 비롯한 지역시민사회단체 관계자, 그리고 취재진 등 150여명이 모인 가운데 양승두, 함귀용, 박영선 등 구재단측 추천이사 3인은 조직폭력배를 연상케 하는 괴청년들을 대동하여 이사회장에 입장했고, 대화를 요구하는 범대위 구성원들을 폭력적으로 밀쳐내며 적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회의가 길어지면서 범대위 교수들은 구성원들의 의사를 전달하겠다며 회의장 진입을 시도했고 이에 괴청년들은 욕설과 함께 회의실로 난입해 막아섰고, 구재단측 이사들은 교수들에게 ‘당장 나가라’며 고함치면서도 괴청년들에 대해서는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는 결국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파행으로 끝나고 말았다.
구재단 추천이사들은 또 12월 19일 대구에서 예정된 공식 이사회를 앞두고 갑자기 서울에서 이사회를 열겠다고 나섰고,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한 교과부는 ‘일부 이사들의 돌출적인 이사회는 승인할 수 없으며 공식적인 이사회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할 경우 주동자들에 대한 이사직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엄중하게 경고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장애인 인권침해 전력자인 박모 이사에 이어, 역시 구재단측 이사인 함모 이사가 여신도 강간치상사건을 일으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정모씨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전력이 뒤늦게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구재단측 양모 이사 역시 ‘구재단의 17년 한을 풀기 위해’ 자신이 이사장이 되어야 한다는 궤변을 이사회장에서 늘어놓은 사실이 알려져 구설수에 오르는 등 자질을 무색케 하는 상식 밖의 태도로 일관했다.

이사장 선출 둘러싼 갈등 심화로 이사회 반 년째 공전 거듭
1월 29일 대구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구재단 추천 이사들은 불법 이사회 개최 사건에 대한 사과는커녕 여전히 괴청년들을 대동해 범대위 교직원, 학생들과 몸싸움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괴청년들은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범대위 소속 일부 교수들을 폭행혐의로 고소하는 적반하장격 행태까지 서슴지 않았다. 회의에서도 구재단측 이사들은 산적한 현안들은 뒤로 한 채 오로지 자신들이 경영권을 차지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급기야 2월 11일 경산캠퍼스에서 열린 이사회에서는 구재단측이 동원한 괴청년들과 경호용역업체 직원들이, 이사들과 법인 및 대학 본부 관계자를 제외한 외부인사들의 출입을 통제하던 총학생회 소속 학생들과 충돌하면서 학생들에게 전기 충격기를 휘두르고 욕설을 퍼붓는 등 폭력을 행사하기에 이른다. 이들은 잠긴 현관문을 완력으로 밀어붙여 파손시키는가하면 이를 말리는 교직원들에까지 폭력을 가해 몇몇 직원과 학생들이 병원에 실려 가는 사태가 발생해 또다시 고소고발사건으로 이어졌다.
이날 이사들은 오후 2시부터 5시간이 넘게 회의를 했지만 구재단측 추천이사들의 일방적인 회의 진행을 둘러싸고 고성이 오가다 처리가 시급한 일부 사안만 의결한 채 신임 이사장 선임은 또다시 미뤄졌고, 같은 달 29일 속개된 회의에서는 아예 구재단측 이사 3인이 예고 없이 불참하는 등 파행을 거듭했다. 다음 이사회는 이달 말 경 열린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일정조차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성원 분노, 학원 갈등 조장한 교과부와 사분위 향해
이처럼 구재단측 추천 이사들의 이사장 선출을 둘러싼 독단적 회의 진행에 따른 공방으로 이사회가 공전을 거듭하자 법인 산하 기관인 우리대학 총장과 대구사이버대 총장, 부속특수학교장 등은 성명을 발표해 이사회 파행 사태에 유감을 표하는가 하면, 역대 총장들도 ‘현재의 이사회가 대학 발전의 계기가 되기보다는 공들여 쌓아온 대학의 안정과 발전동력을 심각하게 훼손시켜 대학이 나락으로 떨어지지는 않을지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또한 범대위가 진행중인 학원 정상화 촉구 릴레이 철야농성이 오는 11일로 150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총학생회와 단대학생회는 종전이사측 이사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구성원들의 분노는 이제 이 같은 사태를 초래한 교과부와 사분위를 향하고 있다. 범대위의 한 관계자는 ‘진정 이것을 학원 정상화라 할 수 있나’며 ‘교육계에 몸담을 자격조차 없는 이들에게 학원의 경영을 맡긴 교과부와 사분위는 현재의 영광학원 이사의 파행사태를 초래한 것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교과부와 사분위가 비리재단 복귀결정에 대해 구성원에게 사죄하고 그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이번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새누리당 등 정치권에 대해서도 교과부의 재심 청구 요청, 사분위에 대한 청문회 개최 및 국정조사 등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해 나갈 계획이다.

지역사회, “대구대 분규 상황 회귀 우려”
우리대학 사태를 바라보는 지역사회는 대구대가 다시금 분규 상황으로 회귀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온갖 비리와 전횡으로 얼룩진 학교를 수습하고 평온을 유지했던 상지대가 사분위의 결정으로 오히려 임시이사 파견 이전보다도 극심한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대학 문제는 더 이상 대학 구성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보수, 진보의 구분을 넘어 사학비리 근절과 학원의 정상화를 바라는 지역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협력하여 풀어내야 할 과제이다.

전형수 <전 범대위원장,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