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최고의 화두인 ‘성범죄’. 하루가 멀다하고 일이 터지니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비상사태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성범죄 처벌이 이른바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국민으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다. 안 그래도 성범죄 처벌이 민감한 논쟁거리로 떠오르던 참에 최근 전남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까지 또 터져버리니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우리의 사회가 점점 타락하고 피폐해져 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성범죄자 처벌로 화학적 거세니 사형이니 무기징역이니 말이 많지만 우리의 초점은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향해져야 할 것이다. “유가족에게 용서를 빈다”는 범죄자의 한마디에 분통만 더욱 터질 뿐이다. 또 가해자가 말라죽든 얼어 죽든 당사자는 그를 용서하지 않는 이상 그 때의 치욕스러운 기억은 죽을 때 까지 인생을 옭아맬 씻을 수 없는 상처다. 누구든지 과거를 돌이켜보면 상처 한 번 안받아본 사람이 없다. 같은 일이라도 남 일이라면 금방 잊거나 사소한 문제로 생각할 수 있어도 정작 자기 자신에게 일어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처벌을 얼마나 중하게 받느냐’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것도 있는 법이다.
또한 최근 몇 년간 성폭행 사건으로 조명 받은 범죄자들은 대체로 알콜, 음란물, 게임에 중독되어 있었다. 많은 심리전문가들이 이로 인한 결과물이 성폭행이나 중대범죄로 나타난다고도 한다. 이 중 특히 타국의 음란물을 비롯한 악한 문화들이 우리나라에도 무분별하게 퍼져있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이 모습은 과거에 민족을 말살시키기 위해 외국으로부터 아편이나 온갖 음란한 것, 신기한 물건들을 들여보내 정신을 교란시켰던 때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결국 그 책임을 어느 쪽에게도 묻지 못하는 사실이 답답할 따름이다.
각자의 생활 가운데서도 자기의 것이든 남의 것이든 나쁜 문화에 ‘나’를 뺏기지 않도록 늘 주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성범죄자는 한바탕 소란을 일다가 처벌을 받고 한동안 잊혀지겠지만 오히려 당한 사람은 자의든 타의든 사회의 불편한 시선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우리는 이런 잘못된 사회의 굴레에서 당당하게 외쳐야 한다. “뺏긴 사람이 죄입니까?”

백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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