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게도 도덕이 있다. 주인에게 덤비지 않으니 그 첫째요, 큰 개한테 작은 개가 덤비지 않는다는 게 둘째다. 셋째는 아비의 털빛을 새끼가 닮는다. 넷째는 때가 아니면 어울리지 않는다. 다섯째는 한 마리가 짖으면 마을 개들이 따라서 짖는다.
글쓴이가 길림성 장춘에 있을 때다. 아침이면 장춘시의 수목원길은 오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날따라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른 아침이라 그랬을까. 미루나무 길을 걷다 배가 아파 심한 통증을 느꼈다. 마침 사람도 없고 하여 염치불고, 수목원 나무 숲 속으로 들어가 시름을 풀었다. 허리춤을 여미며 나오려는데 나보다 훨씬 멀리 들어가 나무 밭에 일을 보고 나오는 누렁이가 한 마리. 나를 보더니 도망치듯 달아나 버린다. 순간 부끄러웠다. 개들도 저렇게 사람인 나보다 더 멀리 들어가 일을 보고 하는데 나는 길에서 얼마 안 떨어진 곳에 가서 일을 보았다니. 그것 참. 씁쓸하다.
《삼국유사》의 이야기를 빌면, 사람으로 둔갑한 개와 닭이 구렁이와 짜고 주인을 죽이려고 하는 이야기 가나온다. 하여 오래된 개나 닭은 기르지 않아야 한다는 속설이 생겼다.
더러는 개를 일러 삼육(三育)의 짐승이라고. 슬기로움, 어짊과 덕, 용(勇)과 체(體)를 이른다.《계림유사》에서 개를 가희(家豨)라 하였다. 오늘날도 충청 지역에선, ‘가이’라 이른다. 가이>개를 보면 우리말 변화와 궤를 함께한다. 만주어로는 구리(kuri)라 하고, 길랴크말로 가늰(kanyn)이라 한다. 한자어로는 구(狗) 소리와 유연성이 있음을 말하기도 한다. 가희라 함을 보면, 개가 흔하지 않은 짐승임을 암시하고 있다. 한자의 자원으로 보자면, 개는 신한테 바치는 제수로 쓰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르자면 헌신(獻身)의‘헌’이 그러한 경우다. 흔히 이바지라고 한다. 뒤로 오면서 희생(犧牲)의 제물이 소로 바뀌었지만.
유월을 맞으면서 겨레와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쳐 순국한 이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내 안의 내가 얼마나 속 좁고 왜소한가를 되돌아볼 때가 있다. 밤을 지새워 짖어대며 어렵고 힘든 주인의 처지를 헤아리는 개도 있음을 떠올릴 일이다.

개만도 못한 것이 웬일로 잘 났다고
더불어 살아야지 말로만 청산유수
겉으론 거룩한 양을 저 하늘이 보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