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한 건물에 살아도 옆집에 누가 있는지 잘 모른 채 살아간다. 이것은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통용되는 현실인 것 같다. 학내 언론사인 신문사, 영자신문사, 교육방송국. 언론이라는 하나의 공통분모를 지닌 이 세 언론사는 비록 한 건물에 있지만 하는 일이 다른 만큼 서로 마주할 기회가 적다. 지난여름 이루어진 언론 3사의 공동 학술기행은 다소 서먹했던 서로간의 거리를 단숨에 좁히는 계기가 되었다.

백두대간의 시작이요 끝, 땅끝
‘바다와 하늘이 만나 시작되는 “땅끝”은 백두대간이 남으로 내달려와 마지막 용트림하며 멈춘 곳으로 한반도의 기가 가장 많이 뭉친 곳으로 백두대간의 시작이요 끝이다.’
예로부터 한반도에서 신성한 제를 올리며 신성시해왔던 땅끝. 해남은 이러한 상징성을 바탕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으며, 희망의 시작이며 국토순례의 시발지이다. 땅끝은 해양문화의 중요한 요충지이며 이동로이기도 하다.
우리는 횃불 모양을 형상화한 전망대를 가기위해서 모노레일에 탑승하였다. 모노레일은 전망대로 올라가면서 색다른 경치를 관람시켜 주었다. 시원하게 트인 바다를 보니 눈과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우리나라가 다도해라는 것이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면서 또 전망대에서 넓은 바다를 보면서 책으로 이해를 그치는 게 아니라 몸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전망대의 유명한 일출은 보지 못했지만 한반도의 최남단인 땅끝에서 상징적인 일출을 보러가는 것도 좋은 추억이리라.
모노레일을 타고 전망대를 내려와 전망대를 오르는 산책로를 걷게 되었다. 산책로 중간 중간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 놨으며, 우리 일행은 ‘땅끝 해남 관광 8경’중 하나인 육단조범(陸端眺帆)에 도착하게 되었다. 선상모양의 전망대와 땅끝을 상징하는 땅끝탑이 있어서 기념이 되었다. 이밖에도 땅끝 자연사박물관, 땅끝 오토캠핑장과 같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었지만 다음 일정으로 이동해야 하기에 아쉬움을 남기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다음으로 방문한 아름다운 검은 소의 울음소리와 금인(金人)의 황홀한 색에서 따와 이름 지어진 미황사. 우리는 1박 2일이 짧은 여정이라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땅 끝 마을의 아름다운 절을 보러가기 위해서 발걸음을 서둘렀다. 미황사 도솔암을 보러가기 위해서 우리는 지친 몸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것도 단체 활동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에 힘든 산길을 오르면서도 사진도 찍고, 방송국원들의 인터뷰에도 응해주며 즐겁게 올랐다. 그러나 이러한 즐거움도 잠시. 뉘엿뉘엿 지는 해는 우리의 아쉬운 발길을 가로 막았다. 우리는 등반을 도중에 포기하고 내려와야 한다는 아쉬움 보다는 최남단의 땅끝 마을의 아름다운 문화유적을 코앞에서 포기하고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 때문에 발걸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푸른 청춘이 아니던가. 슬슬 허기져오는 배를 달래고자 맛있는 저녁식사 장소를 향해 잰걸음으로 하산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저녁식사를 마친 일행은 숙소로 향했다. 우리는 여정을 푼 뒤 언론사 식구들이 모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별 것 아닌 시간일 수도 있었지만 그동안 가까이 있으면서도 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친구를 얻게 됐고,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는 더욱 깊게 알아 가는 시간이 되었다. 뒤풀이 시간을 가지며 언론 3사의 앞날과 일정에 대해 교환하고는 각 언론사별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밤이 깊어가자 다음날 여정을 위하여 하나둘씩 자리를 떴다.
지난밤의 뒤풀이로 인해 늦게 기상을 한 둘째 날 아침, 역시나 따가운 햇살이 우리를 반겼다. 아침부터 불어오는 바다공기의 습한 공기와 따가운 햇살은 오늘 일정을 얼마나 힘들게 할지 두렵게도 했지만, 한층 기대감이 높아진 덕분일까 오늘은 또 어떤 추억을 남기게 될까 하는 마음에 설레었다.

자연에서 찾는 아름다움과 소설 속 산책
우리는 아침밥을 깨끗이 해치우고 둘째 날 일정의 첫 번째 코스인 ‘두륜산 케이블카’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두륜산 케이블카 입구에 도착해 목재산책로로 갈 곳까지 우리를 옮겨 줄 케이블카를 기다렸다. 입구에 도착한 케이블카는 우리를 태운 채 하늘로 높이 올라갔다. 하늘로 올라가면서 지상을 내려다 본 해남의 풍경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케이블카 선로 좌측으로는 어느새 소인국의 마을처럼 작아진 집들과 푸른빛이 끊이지 않는 바다풍경이 보였다. 감탄을 멈출 새도 없이 우리는 목재산책로에 도달했다. 목재산책로에 내려서 우리는 10분가량 쉬지 않고 올라갔다. 태양이 점점 가까이 다가와 몸을 녹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쯤 두륜산 고계봉의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에 도착한 우리는 탁 트이는 시야 앞에서 탄성을 내질렀다. 우리들의 눈앞에는 햇빛 아래 시원하게 펼쳐진 해안선 위로 고개를 내민 다도해들이 보였다. 동해안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섬들을 보니 신기하면서 아름다운 경치에 경이롭기까지 했다. 또한 이 날은 다행히 안개가 끼지 않은 청명한 날씨로 멀리 떨어져 있는 제주도의 한라산까지 내다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천천히 눈길을 옆으로 돌려 이번엔 산 사이로 보이는 한반도지도마을을 내려다보았다. 산골짜기로 둘러싸인 논밭의 모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한반도의 모습과 흡사하였다. 오랫동안 우리는 전망대에서 시간을 보내며 자연이 빚어낸 황홀한 풍경에 취했다. 내려가기 전에 고계봉 전망대에서 단체 사진을 찍은 뒤,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하행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갔다.
두륜산 케이블카의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우리가 찾은 곳은 대흥사. 대흥사(大興寺)는 백제시대에 창건된 유서 깊은 도량으로 해남 두륜산의 빼어난 절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학보사 기자들은 뜨거운 햇빛이 강렬했던 무더위 날씨 속에 대흥사 절을 향해 걸었다. 대흥사 절을 향해 걷는 길은 싱그러운 나무와 산새소리,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가득하다. 혼자 생각을 하거나 또는 주위 경치를 느끼며 걷기에 좋은 운치 있는 길이다. 시원한 계곡 길 때문일까, 더위에 지친 우리는 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문득 정신이 들었다. 대흥사에 도착하니 오래된 고찰이 모습을 드러냈다. 둘이서 같은 속도로 세 차례 돌리면서 정말 간절히 원하는 한 가지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복전함’이 눈에 들어오자 기운을 차린 일행은 장난기가 발동했고, 어느새 대기열이 생길 정도로 즐겁게 복전함을 돌렸다.
대흥사를 뒤로하고 초록이 넘실대는 녹차 밭을 지나 도착한 곳은 ‘태백산맥’의 작가 조정래의 삶과 소설 태백산맥에 대해 전시되어 있는 ‘태백산맥 문학관’이었다. 문학관 제 1전시실에는 작가의 집필 과정과 태백산맥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육필원고. 6년 동안 태백산맥이란 소설을 쓰면서 남긴 원고지 1만6천5백장. 이 원고지에서는 왜곡된 역사적 진실을 파헤쳐 분단 상황의 뿌리를 밝혀내고자 했던 그의 열정과 숨결이 느껴지는 듯 했다. 제 2전시실에는 전반적인 작가에 대한 삶과 문학세계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며 각종 책들을 읽을 수 있는 열린 공간인 문학 사랑방도 있었다. 또한 유사 문학관과는 차별화된 공간으로서 작가가 직접 거주하면서 집필 활동을 하는 ‘작가의 방’도 볼 수 있었다.
태백산맥 문학관을 돌아보며 작가의 삶과 문학세계를 보며 깨달은 것은 그가 책을 집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나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태백산맥 문학관을 나오면서 우리 현대사 물줄기를 제대로 그려낸 조정래 작가. 그의 치열한 역사의식과 진실을 드러내려는 열정, 그리고 용기를 마음속에 품고 귀향길에 올랐다.

마지막 일정을 끝내고 다시 대구로 돌아가는 길은 추억과 보람으로 가득찼지만 마음 한구석엔 못내 아쉽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고 했던가. 대구로 돌아와 버스에서 내리면서 좋은 이들과 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기행은 언론 3사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시간이었다.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1박2일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내어 참여한 이들이 너무 소중했고, 아직은 적지 않은 시간이 남은 방학이지만 다음 학기가 시작되면 다시 만나게 될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