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졸업식 풍경 중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이들이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신념 아래 만학의 길을 걸어온 ‘ 만학도’들이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학업이지만 그 열의는 누구보다 뜨거웠다. 본지는 이번 졸업기념호를 준비하며 3000돈의 돼지를 키우는 사장님의 신분을 숨기고 초심으로 돌아가 학업에 열중한 서정구(동물자원·09) 씨를 만났다. 대학생활 처음으로 보낸 신입생 환영파티 때, 테이블마다 달랑 안주 하나로 많은이들이 함께 술을 마시는 풍경에 놀란 그는 학교축제 때 본인 소유의 농장에서 돼지를 잡아 주물럭을 만들어 학과에 기부했다. 이처럼 만학도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서정구 씨는 학교생활에 대해서도 열정적으로 임했다.<편집자주>

어떤 동기로 만학도의 길을 걷게 되었나
우리 학과에 이동목 교수님이 계신다. 그분도 우리대학 동문이신데 내가 양돈 사업을 하니 실험을 한다고돼지고환을 달라고 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학업에관심을 갖게 되었다. 내가 축산업을 하는데 물건을 사고파는 것은 알지만 이론적으로는 모르는 것이 많다.이런 이유로 축산업 이론을 알고 싶어 만학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축산업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취지도 있어서 만학의 길을 가게 된 큰 동기가 되었다.

대학에 입학한다고 하였을 때 주변이나 가족의 반응은 어땠나
사실 내가 2008년 지방 보궐선거 때 출마했다가 안타깝게 낙선했다. 그 후로 축산업에 종사하다 앞서 설명한 이 교수님과의 인연으로 입학을 결심하게 되었다.솔직히 입학전 내심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KBS기자가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 전화가 와서 인터뷰를 하게 됐다. 그것이 방송을 타면서 지인들로부터 전화가빗발쳤다. 이 때문에 당시에는 어디를 가나 만학도로낙인이 찍혔다. 집에서도 난리가 났을 법도 한데 가족들은 굳이 말리거나 반대하지 않았다. 하루는 자식이말하기를 “아버지, 하시는 것은 좋은데 중도에 안하신다고 하면 안돼요.” 이 말을 듣고 내심 식은땀을 얼마나뺐는지 모른다. 하하.

우리대학이나 해당학과(동물자원)를 선택한 특별한계기가 있나
2002년도에 경북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수하였다. 또 2004년에 경상북도 주최의 벤처농업을 수료하였다. 이것이 졸업장으로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수료증이라 하여 졸업장과는 달랐다. 내가 농업이 아닌축산업을 하기 때문에 축산관력학과가 있는 곳을 찾아보니 우리대학에 동물자원학과가 있어서 지원하게 되었다. 내가 여태껏 해온 일이 축산업이다보니 다른 건몰라도 축산업 하나만큼은 자부심이 있다. 내가 하고싶고 원해서 하는 학업의 길이어서 큰 관심이 있었다.

2009학년도에 입학하여 휴학 없이 졸업을 하였는데
특별한 이유라 할 건 없지만 자식들한테 도중에 그만둔다는 말을 안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이를 지키려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해야 자식에게 본보기가 된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에서도 많이 도와줬다. 학과의 특성을 잘 알고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교수들과의 유대관계도 깊게 가질 수 있었다. 이것이 휴학 없이 졸업을 하게 된 원동력이랄까.

만학의 나이에 공부를 하면서 지나간 젊은 날에 대하여 후회한 적은 없었나
부농의 집에서 태어나, 우리 형제 중에 큰 형은 공부를 잘해 일찍이 공부 쪽으로 길을 들었다. 하지만 나는공부보다 축산업에 더 관심이 컸다. 집에서는 공부해서소위 판, 검사나 변호사를 원하였지만 나는 그것이 싫었다. 그래서 그런지 대학에는 관심이 없었다. 사실 공부는 별 재미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하하. 대학을 가지 않고 군대를 전역하고 난 뒤에 농사를 시작하였다.젊은 날 대학을 못 간 것에 후회한 적은 없다.

만학도 생활을 하면서 특별히 뿌듯했던 점이나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우리대학에서 좋은 교수님들을 많이 만났다. 그 분들과 함께 축산업에 대해서 회의를 했다. 요즘 축산업경기에 대해서나 친환경 산업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리고 실습현장을 내가 가지고 있는 농장에서 했다. 늦게나마 학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도움 되는 일을 생각하다 이루어낸 결과로서 뿌듯했다. 이로 인해서 학생들과도 교류가 활발해졌다.어려웠던 점은 TOEIC 이었다. 이건 빼고 싶었지만무조건 해야 하는 거라 눈물을 머금고 했다. 처음 보는영어책에 영어로만 가득한 질문지보는 것이 마음을 막막하게 했다.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여서 학점은 그런대로 받았다. 가장 난해했던 과목이 TOEIC이였다. 하하.

기억에 남는 시험이 있나
사진에 대한 교양과목이었다. 처음 보는 카메라에대해서 수업을 듣자니 막막하였다. 어영부영 시험 날은다가왔고 시험을 치게 됐다. 시험지를 받아보니 하얀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일 정도로 막막했다. 그렇다고 백지를 낼 순 없었다. 결국 군대시절에 외워두었던 애국가를 1절부터 4절까지 다 적고 새마을 운동 노래, 박정희 대통령 때 외운 국민헌장도 적어 넣었다. 하하.

주변사람들이나 친구한테도 만학도의 길을 권유하고 싶은지
기회가 된다면 추천해주고 싶다. 학업을 할 수 있는환경이 갖추어져 있다면 적극적으로 권유할 것이다.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젊은 학생들과의 소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나이에 이런 경험은 돈 주고도 못 한다. 하려는 사람만 있으면 도와줄 것이다.

만학도나 젊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목표를 확실히 가졌으면 좋겠다. 특히 동물자원학과를 반려동물을 중심으로 하는 학과로 잘못 알고 온 학생들도 꽤 있었다. 미리 학과에 관심을 가지고 학업에전념하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축산업 쪽으로 전문적인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무조건 학점만 따서 졸업하는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젊은 나이일수록 대외적으로 활동하기 바란다.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생활하는 것은 젊음의 특권이다.

학교에게 바라는 점은
학교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현장실습이 필요한 학과같은 경우에는 실습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내는등록금에 비해 실습할 수 있는 체계나 장소가 부족하다. 우리 학과 같은 경우 학생들의 농촌지역 봉사활동을 학점에 넣는 등의 배려도 필요하다.

최주혁 기자  cjh0715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