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민건(영어교육과 교수)

대구대신문사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
2009년 영어교육과에 임용이 되었는데, 돌이켜 보면 가을학기 임용이니까 처음 대학본부와의 인터뷰를 하러 올 때 여름의 는개비가 내리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여름비에 젖은 대학 정경이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전공이 영문학이고 현대영미시를 공부하다보니 문학과문화에 당연히 관심이 많았고, 2010년부터 대구대신문 사설위원으로 위촉되어인연을 맺게 되었다. 본인 역시 대학시절신문사 기자 활동을 3년 동안 해온 터라대학 신문사 분위기와 시스템에 익숙한편이다. 학내에서 개인적인 의견이나 생각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어서 별 부담 없이 받아들였던 것 같다.

본지 논설위원 중 가장 많은 글을 실었는데 평소 글을 쓸 때 어디서 주제를 얻는지.
사실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다. 가령 글 속에 드러난 나의 비판적 태도가 어떤 독자에게는 불편하거나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커다란 주제보다는 일상적인 생활에서 느끼는 단상을 좀 구체화 하는 편이다.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적어도 자신의 주제가 설득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상대방이 혹은 독자가 가지는 다른 비판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사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다. 나의 강의와 강의실 안에서의 풍경들을 들여다보면 가령학생들은 상대방의 논지를 일방적으로퇴색시켜 자기 식으로 단정하는 방식을통해 정당한 문제제기나 논쟁의 핵심을훼손시키고자 시도하는 새로운 글쓰기를보게 된다.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방식의 논쟁적 글쓰기가 다른 이에게 진흙탕 논쟁으로 비추어 질 수 밖에 없다는사실이다. 그래서 나의 경우도 늘 글쓰기가 조심스럽고 어렵다.

현재 우리대학은 다소 복잡한 문제에얽혀있다. 논설위원으로서의 어떤 생각을갖고 있나.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러운 문제다.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과 연장선상에서말하자면, 이번 우리대학의 사태 역시 건강한 논쟁이 아니라 권력의 남용이라 볼수 있다. 누구나 특정한 대상을 비판하는동기는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참으로 공정하고 정당한 동기이든, 개인적인 감정에서 연유된 불순한 동기이든 간에, 설사그 동기가 개인적인 감정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비판의 내용이 옳다면그 주관적인 동기로 인하여 메시지 자체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는 없다. 그 어떤논의도 일단 사실 자체의 옳고 그름을 통해 관별하는 것이 지금 필요한 것 같다.대학은 학문의 공간이고 특수한 조직인데, 이사회 문제와 관련한 현 학내 문제는마치 정치판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는생각이 든다. 결국 현 대학 현황은 의식적인 차원에서 벌어지는 생각이 다른 이들과의 경계삼기 같다. 마치 경계선을 그어놓고 한편을 끊임없이 밀어내는 땅따먹기 방식처럼. 중요한 것은 ‘ 현 대학사태에 대한 뼈저린 자각’ 이라고 생각한다.이러한 사실에 대한 자각은 한편으로는고통스럽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재단 정상화에 대해서 서로에게 한층 성숙된 관점을 선사해 줄 것이라 믿는다.

우리 대학을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아쉽거나 요구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나는 거시적 측면이 아니라 미시적 측면을 보고 싶다. 대학에서 많이 배운다는것은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격증이 되고 차별의 근거가 된다면 배움이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배운 자가 배웠다는 이유로 혜택을요구하고 못 배운 자는 바로 그 때문에 또다른 불이익을 받는, 이중의 혜택과 이중의 불이익 속에서 살고 있다. 차별하는 자는 우쭐대고 차별받는 자는 스스로 부끄러워하니, 우리 마음속에 괴물을 하나 키우는 셈이다. 다시 말하자면,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 생활로 나누어 대비시킬 수있다. 학생들이 대학 생활 내내 수도권 유명대학에 대한 꿈을 꾸며 산다. 특히 일류사회인을 강요하는 이 사회조직 안에서지방대학의 생활은 어쩌면 자격지심에삼류의 삶인 것처럼 치부하기도 하지만,중요한 것은 개인의 능력과 인성이 아닐까. 스스로를 자기가 설정한 열악한 공간에 가두어 두고 자폐적 생활을 하는 것이사실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대학의 문제라고 치부하기보다 대학 구성원으로서의 대학을 향한 시선의 문제라고 본다. 교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최소한의 소통을 통해서 좀 더 구성원과 우리대학이 어우러지는 그런 대학이 되기를꿈꾸어 본다.

대구대신문을 보면서 느낀 점은.
서울의 모 대학은 학교 측과의 기사 내용 갈등으로 대학신문이 폐강 위기에 처해 있으며, 또 다른 대학은 대학 언론 재정을 일방적으로 삭감함으로써 그동안대학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 대학 언론사에 대한 탄압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총장비판기사, 옛 재단 복귀 비판기사, 시간강사 처우 문제 등대학언론에서 흔히 다룰 수 있는 사안들이었는데, 지방 대학도 처지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대전의 어느 대학은 등록금인상과 기타 대학 행정 문제에 비판적 기사를 실었다는 이유로 대학 신문이 학교측에 의해 수거 당했다. 대학언론의 탄압으로 시작된 학교 측의 부당한 개입은 더나아가 학생 자치권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대학언론 탄압을 둘러싼 대화 방식도 예외는 아니다. 빈말은 꽉차 있는 말로 등장하고, 겉치레 말은 속치레 말로 둔갑한다. 이러한 기성언론의 관행은 ‘ 자기편’ 이 아니면 가혹한 편파적인 죽이기에 들어간다. 그 방식은 흡사 정치판의 전략과 유사하다. 부탁컨대, 대학언론은 아마추어다. 프로들이 못하는 그순수한 아마추어 정신으로 우리대학 신문의 전통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황래영 기자 양인철 기자  rae0@hanmail.net dslcjf123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