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를 벗어나 현재 취재부장이된지도 어느덧 한 달. 수습기자로 들어와 차가운 가을바람을 맞으며 길거리 인터뷰를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수습기자를 교육시키는 내 모습을 보니 스스로 놀랍다. 모든 기자들이 퇴근한 후, 신문사에 조용히 홀로 앉아 부장임명장을 보고 있으면 수습기자 시절을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나는 수습기자, 아니 정기자가되고 나서도 보도기사 한편을 완성시키지 못하는 기자였다. 첫 문장부터 난장판으로 시작하는 나는 그야말로 신문사내에서 기사를 ‘ 발’ 로 쓰는 기자였다고나 할까. 그로인해 국장님께 혼나고 기사를 뜯어 고치고 또 혼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혼나던 것에 지친 나는 취재 일정과 기사작성이 ‘ 짐’ 으로만 느껴지기 시작했다. 또한 분명 맡은 일은 적은 것에도 불구하고 편집 작업날이 돌아오면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려 신문사 출근을 꺼리기도 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기자로서 가져야 되는 ‘ 사명감’ 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 눈을 꼭 감고 보도기사 하나만이라도 최대한 심혈을 기울여서 완성해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내가 들어오기 전부터 있던 우리대학 신문 보도면을 펼쳐 놓고 보며 1시간 30분의 시간을 걸쳐 처음 제대로 된보도기사를 완성시켰다. 처음으로 꾸지람을 받지 않아 기뻤던 점도 있지만 오히려 더 기뻤던 것은 나 혼자 보도기사를 완성시켰다는 사실이다. 이 경험 이후로 나는 취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취재 일정이 나에게 있어서‘ 짐’ 이 아니라 ‘ 즐거움’ 으로 완성시켰던 결정적 한 마디는 따로 있었다. 바로어느 독자의 한마디. “아, 당신이 김초롱기자인가요? 대구대신문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이 말 한마디는 나에게 바쁜 취재를 소화시킬 수있는 에너지가 되었다.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즐거워해주면 취재와 편집과정에서 겪었던 힘든 순간들이 한순간에 씻겨 지는 것 같다. 독자들의 말 한마디가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젠 내 인생의 즐거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신문사 생활. 그 속에서이젠 스스럼없이 살아가고 있는 내가 그전과 달리 발전한 모습이 보여 기쁘다.보도기사 한편도 쓰지 못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기회를 발견해 낸나 자신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로 활력을 불어넣어준 어느 독자에게, 끝까지같이 달려 주었던 신문사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고마운 분들이 만들어 준 내 인생의모토가 되어 이제는 당당히 전하는 말,“직접 현장을 발로 뛰고 체험하면서 써내려가는 제 기사는, ‘ 발’ 로 쓰는 기사입니다.”

김초롱 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