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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보호와 통제, 배제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일상생활을 해나갈 권리가 있는 국민의 한 사람이다. 장애인도 사회적 자원을 지원받아 자신의 일상생활을 스스로 계획할 자유를 가지고 지역사회에 참여하여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장애인의 대한 사회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차별대우를 받는 장애인에 대한 복지는 잘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복지 사각지대의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우리 동문이 있다. 특수교육과를 졸업하신 윤문주(특수교육과·89) 씨다. 그는 대구시 동구 안심지역에서 사회복지법인 ‘한사랑’ 대표 이사 겸 한사랑 어린이집 원장을 맡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이미 ‘유명인’인 그가 어린이집을 운영한지도 11년째. 그가 진솔하게 털어놓는 ‘장애인을 위한 삶’을 들어본다.
‘더불어 사는’ 삶, 그것이 목표
“한 사람이 재정이 많아서 운영한 것이 아니고,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특수학교로 가지 않고 저소득 영세민 가정에 장애아동들을 교육하는 기관을 만든 것입니다. 자본이 적어서 같은 직원들끼리 억지로 토지를 마련해야 되는 터라, 자연스레 가장 저렴한 율하로 오게 된 것이죠”
한사랑 어린이집 원장 윤문주 씨가 어린이집을 율하로 정한 까닭을 말하며 인터뷰는 시작됐다. 윤 원장이 한사랑 어린이집을 개설한 이유는, 당시 ‘장애인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복지의 부재’가 제일 컸다. 그는 우리대학 특수교육과를 졸업하고 나서 학교 선생이 되는 것에 미안함을 느꼈다고 한다. 왜냐하면 실질적으로 자신이 장애 아이들의 교사인데, 아무리 아이들을 가르쳐도 자신의 제자들이 갈 곳이 없고, 또 비장애인처럼 자립해서 일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장애인들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 다른 방식에 대해서 고찰하게 됐다. 그는 장애부모의 단체도 만들고 학교 선생님들과 논의를 하며 야합을 개설하는 데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실이 바로 지금의 ‘한사랑’. 94년부터 지금까지 20년 정도 일한 윤 원장은 이제까지 자신이 달려온 길을 회상하듯, 얼굴에 미소가 서렸다.
“구체적으로 이 마을을 변화시켜서 장애인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고, 시설에 가지 않고도 살 수 있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10년 동안 그 목표를 바라보며 달려왔고, 그 과정에서 카페도 열게 되고 로컬푸드 직매장도 열고…. 동네 사람들과 장애 아동 부모든, 비장애 아동의 부모든 공통적인 교육 문제면을 만들어, 장애 아이들도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교육부터 성인이 되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지역주민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윤 원장의 말대로 한사랑 어린이집의 수업 진행 방식은 타 어린이집과는 다르다. 한사랑 어린이집은 아이들을 실내에 억지로 앉히게 하지 않는다. 착석, 줄서기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장애ㆍ비장애 아동들 모두를 데리고 실외 수업을 많이 하는 편이다. 밖에서 장애ㆍ비장애 구분 없이 같이 뛰어 놀게 만들면 스스로 놀 거리를 만든다. 실수를 저질렀을 경우에도 스스로 실수들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고 한다. 또한 실내에서 진행되는 딱딱한 학문적 수업을 하지 않으니, 장애ㆍ비장애 아동의 수업의 질 차이를 막을 수 있다. 장애 아동에 수준을 맞추다 보면 비장애 아동들이 지루해하고, 비장애 아동들에게 맞추다 보면 장애 아동들이 어려워하는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장애 아동과 비장애 아동 서로가 부담 없이 어울려 놀게 만드는 새로운 수업방식이 진행된 것. 이는 어릴 때부터 장애인은 ‘나’와 다른 사람이 아니며 같은 소중한 생명을 타고난 하나의 ‘인격체’라는 것을 심어주는 것이 아닐까.
윤 원장은 한사랑 어린이집 외에도 장애 청소년 학교 한사랑(중ㆍ고등부 교육), 장애인 3~4명으로 구성된 공동 생활가정인 그룹홈이 있다고 했다. 대부분 국가 지원금과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관이다. 그는 이런 기관들을 언급하며 자신의 목표를 말했다.
“요즘 장애인 30명 정도가 복지시설에서 대부분 집단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들만 모아놓아 보살피는 집단 장애 시설의 모습에서 벗어나, 제가 운영하고 있는 시설을 보여주면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을까 희망합니다. 장애인 30명이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마을 사람들의 구성원으로 말이죠. 이렇듯, 장애인 30명이 시설에서만 맡겨 지내는 것이 아니라 자립을 해, 마을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게 하는 것이 제 단기적 목표입니다.”
대부분의 기관에서 보살피는 장애인은 30명. 그들을 기관에서 일하는 자가 하나하나 돌 볼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단생활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윤 원장은 이런 시설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는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를 바가 없으며, 그들 또한 정상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고 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그는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갈 때에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동정의 대상으로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지만 동정의 대상은 아니며 무조건 그들이 하는 행동이 옳다는 식으로 감싸주는 것 또한 안 된다고 했다. 그들이 저지르는 잘못은 딱 잘라 말하는, 비장애인을 대하듯 똑같이 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 원장은 지금의 장애인 복지시설이나 대학교 운영이 ‘당사자’들에 맞춰 운영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했다. 장애인 복지 정책을 살펴보면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보단 전문가들의 이해관계와 의견에 좌지우지 되는 것이 대부분인 것 같다는 것. 향후의 정책들이 될 수 있으면 전문가에서 당사자 쪽으로 넘어가야 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이는 대학도 마찬가지라는 것. 그가 대학교를 다니면서 크게 배웠던 것은 우리가 만들어 우리 스스로가 ‘공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현 실태를 보면 우리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곳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으로 추락한 것과 같다. 하지만 그 ‘공간’이 내 것이라고 느끼면서 살아가면 성취욕을 좀 더 많이 느끼진 않을는지. 대학교 또한 학생들 손에서 많이 돌아가야 함을 강조했다.
인터뷰는 한 시간이 가까워지도록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윤 원장은 마지막으로 후배들을 위한 한마디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실은 모든 사람들은 꼭짓점을 바라보고 달립니다. 모든 사람들이 달려가는 곳은 소수 사람들의 소유물로, 한정적이지요. 하지만 세상에는 할 일들이 많습니다. 10년 정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실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다른 사람과 획일화된 꿈만을 쫓지 말고 세상을 좀 넓게 보고, 넓게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어릴때부터 장애인 배려 가르쳐야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만 유달리 강한 추한 인간의 모습을 아직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사회에서 소외된 채 학대를 당하는 장애인들의 모습도 낯설지 않다. 장애인을 학대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장애인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들을 함부로 대하는데 그다지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들만이 잘못됐다고 할 수 있을까.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정책은 여전히 부족하고 어릴 때부터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가르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설사 교육을 한다더라도 비장애 아동들에게 그들과 다른 점을 강조하며 무조건적인 배려의 대상으로 언급할 뿐,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것은 하지 말아야하고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하지 않는다. 또한 한편으로는 따로 교육을 하는 것 자체가 ‘다르다’라는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는 문제다.
장애인 인권문제에 관해 강조하는 경우는 자주 접할 수 있지만 이 같은 글만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먼저 자신, ‘내’가 주체가 되어 행동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직접적으로 제시해주자. 이번에 만난 윤문주 씨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참여를 유도하고 같이 손을 맞잡고 더 좋은, 더 나은 세상으로 갈 수 있는 길을 개척해 나가면 어떨까.
권미성 김초롱 기자 지선민 수습기자 al3704@naver.com kcl34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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